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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통일
[정치] 주말 포커스 게재 일자 : 2007년 08월 11일(土)
秘史 남기고 권력과 함께 사라져
이후락 장세동 박철언 박지원 김만복…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대북 밀사(密使)와 특사(特使). 대통령 특사 김만복 국정원장이 지난 2~5일 방북해 2차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역대 정권의 대북특사 면면과 역할, 그 성패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정희 정권 시절부터 노무현 정권에 이르기까지 대북 특사는 40여년 가까이 남북 최고지도자 간의 비밀스러운 ‘대화의 창(窓)’이 돼 왔다. 역사적인 1·2차 남북정상회담 역시 이들 대북특사가 없었다면 성사되지 못했을 일이다.

◆ 역대 대북 특사와 그 성패 = 남한 최초의 대북밀사는 박정희 정권 시절의 이후락 중앙정보부장. 1971년 남북적십자회담이 난관에 봉착한 직후 이뤄진 실무자급 남북접촉을 계기로, 김영주 북한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이 고위급 비밀접촉을 제안했다. 그 뒤 이후락은 1972년 5월초 3일간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면담했고, 2년이 지나 역사적인 7·4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됐다.

국가보안법 서슬이 퍼렇던 5공화국. 아이러니컬하게도 대북밀사는 또다시 국가안전기획부장 장세동으로 넘겨진다. 그는 허담 북한 노동당비서와 남북정상회담을 논의했다. ‘6공 황태자’ 박철언 대통령 정책보좌관은 20여 차례에 걸쳐 북한을 방문하며 7·7선언과 남북 통일방안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를 갖는다. 박철언 바통을 이어받은 서동권 안기부장은 1990년 9월 북한을 찾아 김일성, 김정일 부자와 함께 회동했다. 그러나 이들은 ‘고려연방제 인정’등 여러 조건들이 맞지 않아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못했다. 오히려 대북밀사가 없었던 김영삼 대통령 시절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의 중재로 94년 7월 25일 남북정상회담 날짜가 잡혔으나 7월8일 김일성 주석이 급서함에 따라 무산됐다.

대북 밀사의 최대 결과물은 1·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다. 김대중 대통령의 최측근인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은 2000년 4월 중국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에서 송호경 북한 아태평화부위원장을 수 차례 만나 역사적인 6·15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고, 임동원 국정원장은 대북밀사로 같은 해 5월 북한을 찾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만나 정상회담 의제를 최종 조율했다.

1974년 중앙정보부에 투신, 해외·대북 파트를 담당해 자타 공인 ‘대북통’으로 꼽히는 김만복 국정원장은 ‘밀사’가 아닌, 최초의 대북특사로 꼽힌다. 2005년 12월 제정된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식적인 대북특사로 임명된 것. 김 원장은 2차례에 걸쳐 방북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2개의 특사 임명장을 받았고, 특히 두번째 특사 임명장 기한은 남북정상회담 개최 직전까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 원장은 정상회담 개최에 앞서 재차 방북, 회담 의제조율 등 막후에서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비사(秘史)를 남기고 역사속으로… = 대북특사와 북한간의 대화, 에피소드는 ‘작은 비사’로 기록될 만하다. 이후락은 1972년 5월 김일성 집무실에서 한 시간 남짓 비밀회담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김일성은 1968년 김신조 일당의 1·21 사건과 관련, “박정희 대통령에게 대단히 미안한 사건이다. 그때 나도 몰랐다. 우리 내부의 좌경 맹동분자들이 한 짓이다. 보위부 참모장, 정찰국장 다 철직(撤織)시켰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또 6·25 얘기가 나오자 “과거는 과거고…. 다시는 남침 않겠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박철언은 그의 회고록 ‘바른 역사를 위한 증언’에서 1988년 11월 방북 당시 김일성을 면담하지 못한 이유를 밝히고 있다. 그는 책에서 “사전에 남북 핫라인을 통해 비밀스러운 방북 사실을 북측에 알렸는데, 미국의 도청 가능성을 우려해 ‘대북 밀사’란 직접적인 말을 쓰지 못해 미스커뮤니케이션이 있었다. 그래서 김일성 주석이 지방출장을 갔었다”고 회고했다. 또 한시해 노동당 부부장은 공작선 남한침투에 대한 항의에 대해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뭘 그런 걸 갖고 그러시냐. 남측은 U-2기, 첩보위성으로 평양을 손금보듯 하면서, 고작 실전 훈련차 사진 몇장 찍은 걸 가지고…”라고 솔직하게 시인했다고 썼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었다. 대북특사 중 적지않은 이들이 정권, 권력과 명운을 같이했다. 이후락씨는 현재까지 칩거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의 소식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1차 남북정상회담 대가로 5억달러를 북측에 건넨 혐의로 구속수감됐던 박지원 전 문광부 장관은 2차 정상회담 합의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난 발은 풀렸지만, 입은 묶였다”고 답했다. 장세동 전 안기부장은 1997년 사면복권될 때까지 5공 비리에 연루돼 세 차례나 감옥을 들락거려야 했다. 박철언씨는 1993년 11월 슬롯머신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국회의원직까지 상실했다.

박수균기자 freewi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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