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성폭행피해자 모욕 경찰 위법한 직무집행”

지난 2004년 경남 밀양에서 발생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조사 과정에서 경찰이 피해자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하고 공개된 장소에서 범인을 지목하게 한 것은 위법한 직무집행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26부(강영호 부장판사)는 피해자 A양 자매와 어머니 B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A양에게 3000만원, A양 동생과 어머니에게 각각 1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지난해 11월 1심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노래방 도우미 등이 동석한 노래방에서 성폭행 피해 사실을 누설하고 언론에 피해자들의 인적사항이 적힌 문건을 유출한 부분에 대해서만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해 총 1500만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 조사 과정에서 범인 식별실이 있는데도 사무실에서 범인을 지목하게 하고, ‘밀양 물 흐려놨다’는 등 모욕적인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도 추가로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해 배상금을 증액한 것이다.

재판부는 “경찰관이 성폭행 사건 조사 당시 자매들에게 ‘밀양에 뭐하러 갔노’, ‘밀양 물 다 흐려놨다’는 취지의 모욕적인 발언을 해 수치감을 느끼게 했다”며 “국가는 소속 경찰 공무원의 이같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금전으로나마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당시 수사 담당 경찰이 경찰서 형사과 사무실에서 피해 자매들을 성폭행 피의자 41명 앞에 세워 놓고 대질하면서 범인들을 지목하게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공개된 장소에서 대질 조사를 한 것은 피해자의 인권보호를 규정한 경찰관 직무규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당시 여중생이던 A양 자매는 밀양지역 고교생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울산 남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모욕을 당하고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며 어머니와 함께 소송을 냈다.

김백기기자 bki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