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조직이 나아갈 길

우리들이 흔히 “우리나라는 아직 멀었어”라고 자조하듯 얘기할 때, 가장 자주 그 대상에 오르는 게 공익 부문 아닐까. 공익 서비스를 받아본 사람들은 대개 혀를 ‘끌끌’ 찬다. 공익 부문은 국민이 가장 폭넓게, 직접적으로 서비스를 접하는 대상일 뿐 아니라 국가경제의 중요한 한 축이다. 삶의 질 그리고 잘 사는 문제와 바로 연관돼 있다. 공익 부문이 변하지 않고 나라 경제가 건강하게 도약할 순 없다.

이 책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병원, 대학, 은행, 사회적 벤처기업 등 공익 부문의 개혁을 위해 외국의 모범적인 사례를 조사해 소개하고 있다. 인문학과 경영학을 접목시켜온, ‘익숙한 것과의 결별’(생각의나무, 2001)의 저자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소장과 연구소의 두 연구원이 만들었다.

구 소장은 “공익조직은 이익을 목표로 하는 일반 기업과 달리 사명중심적(mission anchored)인 것을 작동원칙으로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공익조직은 비시장경제적이지만, 조직이 시장경제의 효율성이란 도구를 공익적 사명이라는 목적을 돕는 수단으로 쓸 수는 없는 것일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모색하기 위해 이 책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싱가포르의 알렉산드라 병원은 한때 쥐와 도둑고양이가 활보하는 최악의 병원이었으나 이제는 고객 만족도 1위인 최고의 병원이다. 리악 텡 릿 원장이 취임해 가장 처음 한 일은 비전을 제시하고 그 비전에 동참할 사람들만 남긴 채 나머지는 내보내는 일이었다. 남은 사람들은 최고의 조직에서 배운다는 학습원칙을 정했다. 그들은 고풍스러운 6성 호텔인 래플스 수준의 청결하고 고객 친화적인 서비스를 목표로 했다. 동시에 메이요 클리닉처럼 전문적이고 유능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지향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었다.

클레어몬트 칼리지스는 피터 드러커가 하버드의 초빙을 여러 차례 거부하고 머물렀던 대학이다. 클레어몬트 칼리지스는 7개의 소규모 대학들이 모여 만든 컨소시엄이다. 도서관, 체육관, 식당 등 공동시설뿐 아니라 커리큘럼과 교수 등을 공유해 대규모 대학의 장점을 누리면서도 작은 대학만이 줄 수 있는 친밀함과 개인집중 교육의 가치를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아일랜드는 ‘유럽의 지진아’였다. 그러나 지금은 ‘유럽의 모범생’이 됐다. 기업처럼 경영하는 주식회사 아일랜드로 변했기 때문이다. 외국자본의 유치를 다루는 아일랜드의 투자 유치부인 IDA는 우리 정부 개혁의 한 단초를 제시한다. 또 두바이의 국가경영과 경제성장은 아일랜드의 국가 전략이 어떻게 변용, 발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