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자기 암릉 즐비… ‘이천의 소금강’ 맞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도드람산은 해발고도는 낮지만 인근에는 이만한 산이 없어 정상에 오르면 시야가 툭 트인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해발 349m의 효자봉. 제4봉으로 불리는 이곳이 도드람산의 정상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바위굴인 효자문. 암봉들이 문의 형상을 하고 있다.

경기 이천시의 도드람산.

앙증맞은 이름에서 짐작되듯 해발 349m의 자그마한 산이지만, 아기자기한 암릉들이 즐비해 이천시 일원에서 단연 첫손으로 꼽히는 산이다. 이쪽 사람들에게는 ‘이천의 소금강’으로 불리기도 한다. 산 정상의 표지석에도 ‘기암괴석이 절묘한 경관을 이루고 있는 돌산’이라고 표현해 놓았다.

도드람산을 찾는 산행객들이 가장 궁금증을 갖게 되는 것은 산 이름에 대한 것이지 싶다. 도드람산이란 이름은 ‘돋(돼지)울음산’에서 왔다. 한자 이름으로는 돼지 저(猪)자에 울 명(鳴)자를 써서 ‘저명산’이라고도 부른다. 효자가 병에 걸린 노모를 위해 밧줄에 매달려 석이버섯을 따고 있는데, 줄이 끊어지기 일보 직전에 돼지 울음소리를 듣고 올라와 죽음을 면했다는 전설에서 따온 이름이다.

도드람산은 어떤 길을 택해도 3시간 안쪽이면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작지만, 4개의 봉우리를 넘으면서 암릉을 타는 재미가 쏠쏠하다. 암릉을 타는 아기자기한 맛으로만 따지자면 수도권에서는 이만한 곳이 없지 싶다. 이래뵈도 이천 일대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라 경기 일원의 툭 트인 조망도 훌륭하다. 또 곳곳에 깃들어 있는 전설을 짚어보는 재미까지 있다.

도드람산은 중부고속도로 이천 휴게소 뒤쪽로 우뚝 솟아 있어 고속도로를 이용하면서 자주 봐왔던 산이 바로 도드람산이다.

산 아래쪽으로 붙는 길도 간단하다. 중부고속도로 서이천 나들목으로 나와 우회전, 42번 국도로 용인 방향 쪽으로 향하면 바로 도드람산 이정표가 나온다. 등산로 입구 쪽에는 주차장 시설도 제법 잘 갖춰 놓았다. 등산로는 호젓하다. 큰 산이 아니니 거목들은 눈에 띄지 않지만 훤칠하게 키가 큰 나무들이 빽빽이 등산로 양옆으로 호위하듯 서 있다.

산행길은 이정표가 잘 정비돼 있어 초행에도 코스를 찾아가기 쉽다. 지도 없이 이정표만으로도 거뜬하다. 그러나 오르막이 시작되면서 나타나는 ‘쉬운 길’과 ‘험한 길’을 가르는 팻말 앞에서는 고민스럽다. 등산객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암릉을 기대하며 ‘험한 길’을 택하지만, ‘험한 길’은 암릉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 골짜기를 따라오르는 길이다.

‘재미’는 없고 가파른 골짜기를 따라가는, 그저 ‘험하기만 한’ 길일 뿐이다. 이 길보다는 ‘쉬운 길’ 쪽의 등산로를 택하는 편이 훨씬 낫다. 어차피 암릉 앞에서 두 길은 만나게 된다.

등산로의 오르막길 끝부터 바위지대가 시작된다. 여기서부터 도드람산의 백미인 암릉을 타는 재미가 시작된다. 암릉을 오르는 것은 그리 어렵지는 않다. 디딜 곳도 많고 잡을 곳도 많다. 간혹 아슬아슬한 곳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초보자들도 그리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주의해야 할 곳은 제1봉과 제2봉의 암릉의 바위가 끝나는 부분. 내려서는 쪽이 직벽이라 밧줄을 잡거나 ㄷ자 모양의 쇠파이프 지지대를 딛고 내려가야 한다. 부주의했다가는 발목을 다치기 십상인 곳이다.


두 발로 숲길을 오르는 등산과, 암릉을 오르는 등산은 참 다르다. 둘 다 산을 오르는 것이긴 하되, 숲길을 걸을 때면 발걸음 사이로 불쑥불쑥 여러 생각이 끼어들곤 한다. 그러나 손발을 다 써가며 암릉에 오를 때는 그럴 여력이 없다. 오로지 몸이 시키는대로 움직인다. 바위를 더듬으며 손은 잡을 곳을 찾고, 발은 디딜 곳을 찾는다.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들이 싸악 지워지는 느낌이 든다.

도드람산은 4개의 봉우리를 모두 암릉을 타고 넘을 수도 있고, 암릉을 넘을 자신이 없다면 우회로를 이용할 수도 있다. 봉우리마다 우회로로 암봉의 뒷면으로 접근해서, 담 높이 정도의 바위만 가볍게 오르면 위험없이 시원한 조망을 즐길 수 있다. 암릉을 오르는 재미의 절반쯤은 ‘전망’이 아닐까. 시야를 가리는 나무가 없는 암봉 끝에 오르면 툭 트인 조망이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도드람산의 암봉들이 꼭 그렇다. 나무는 물론이고, 일대에 시선을 가로막는 높은 산도 없어서 시야는 거침없다. 설봉산이 눈 아래로 펼쳐지고 중부고속도로와 이천휴게소가 손에 잡힐 듯 내려다보인다.

정상에는 정상표지석과 함께 ‘효자봉’이란 표지석이 서 있다. 아마도 효자와 돼지의 전설에서 따와서 붙인 이름이지 싶다.


정상에서 북쪽으로 산길을 따라 더 가면 전망대가 나온다. 나무기둥을 세워놓고 밧줄로 난간을 세운 곳인데, 내려다보는 전망이 좋긴 하지만 지금껏 넘어온 암봉들에서 내려다본 경관에 비하면 더 나을 것은 없다.

하산은 돼지굴 쪽으로 내려간다. 안내판도 기록도 없지만, 바위와 바위 사이 크랙의 굴처럼 보이는 곳을 아마도 ‘돼지굴’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돼지굴 쪽에는 산악회에서 개척해 놓은 등산 훈련용 암장이 있다. 높이 15m의 깎아지른 벼랑에 13개의 루트가 개척돼 있다.

이쪽의 바위지대에는 탄탄한 철계단이 만들어져 있다. 철계단이 만들어지기 전에 이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밧줄이며 ㄷ자 모양의 지지대들이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철계단을 내려선 뒤에는 장암리 쪽으로 향하기보다는 원점회귀를 위해 갈림길에서 석이약수 쪽 길로 꺾어져 절집인 영보사 쪽으로 내려오는 게 가장 낫다.

도드람산은 서울에서 1시간이면 산 아래쪽에 가닿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 휴일에 느긋하게 집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난 뒤에 찾아가도 여유 있게 암릉을 타며 산행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이게 도드람산의 매력이다. 게다가 도드람산이 있는 경기 이천시는 온천으로 유명하다. 청명한 가을날, 도드람산 산행 뒤에 온천으로 몸을 풀고, 올라오는 길에서 식사로 이천 쌀밥이나 곤지암의 소머리국밥을 곁들인다면 더할 나위없는 하루를 보낼 수 있겠다.

도드람산 가는 김에…온천·찜질방서 땀 씻고 차진 이천쌀밥 한그릇!

◆산행 후 즐기는 온천욕 = 이천온천에서는 호텔 미란다의 스파플러스(031-639-5223)가 대표적이다. 스파플러스의 온천과 찜질방을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이 1만2000원. 그러나 KB, 삼성, 롯데카드를 제시하거나 인터넷 홈페이지에 가입한 뒤 쿠폰을 가져가면 동반 4인까지 20%를 깎아준다. 독일식 온천리조트를 표방한 이천 테메르덴은 지난해 1월 문을 열었다. 조용한 분위기와 아기자기한 수치료 시설 등을 잘 갖추고 있어 차분하게 온천욕과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이천의 맛집 = 이천에는 초대형 간판을 앞세운 ‘쌀밥집’이 곳곳에 늘어서 있다. 반찬이야 가벼운 한정식과 다를 게 없지만 무엇보다 돌솥에 차지게 지어내는 쌀밥 맛은 최고다. 수십 곳에 달하는 이천쌀밥집은 치열한 경쟁을 넘어서 이젠 어느 곳이나 큰 차이가 없어졌다. 그럼에도 한 집을 고르라면 ‘고미정’(031-634-4811)이 꼽힌다. 이곳에서 내오는 상은 차진 밥맛도 좋지만, 반찬에서 작으나마 정성이 느껴진다. 사실 이천의 다른 쌀밥집들은, 밀려드는 손님 탓에 일찌감치 반찬을 그릇에 미리 담아서 줄맞춰 늘어놓고 기계적으로 내오는 곳이 대부분이다.
이천 = 글·사진 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