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워’는 한국사회가 앓고있는 보편적 정신질환의 특수한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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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07-09-2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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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주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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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래 감독의 영화‘디 워’가 미국 시장에서도 흥행 가능성을 보인 가운데, 국내에서 이 영화를 둘러싼 논쟁의 와중에 ‘심 감독 팬’(인터넷에서 ‘심빠’ 혹은 ‘디빠’로 불린다)들로부터 ‘집중포화’을 당한 철학자 진중권씨가 “‘디 워’의 옹호론에서 한국 사회가 앓는 정신질환의 실체를 보게 된다”며 ‘인터넷 시대의 대중’이란 관점에서 분석해 관심을 끈다.

진씨는 문예중앙 가을호에 실린 ‘군중이냐 다중이냐’란 글에서 이런 분석을 하면서 ‘심빠’의 행태를 ‘나치시대 대중들의 광기’와 비교, 논란이 더해질 것 같다.

분석을 요약하면, “영상문화와 더불어 신화적 의식이 강화되고, 네트워크의 힘으로 개인들이 군중으로 뭉치고, 냉엄한 현실에서 허황한 환상으로 비약하고, 이 과대망상을 실현하기 위해 영웅을 만들어내고, 자기를 소외시켜 자신을 그 영웅과 동일시하고, 그와 더불어 민족적 신화를 창조하려 하고, 그 목표를 비웃는 자들에게 집단으로 린치를 가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중요한 것은 ‘이를 계기로 분출된 에너지의 실체를 파악하고 이런 상황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칼 마르크스의 ‘모든 역사적 사건은 한 번은 비극으로, 또 한 번은 희극으로 반복된다’라는 말을 빌어, ‘디빠’현상을 나치 당시 대중들의 광기의 반복, 또는 황우석 사태 당시 소위 ‘황빠’들의 행태의 반복으로 비유했다. 진씨는 “학력에 관한 언급은 접어두고라도 심 감독이 자신의 영화에 대해 한 거짓말은 이루 셀 수 없을 정도지만 대중은 그를 변함없이 신뢰한다”면서 나치의 영화를 제작한 바이트 할란 감독의 말을 인용한다. “사람들은 무언가가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말한 자가 ‘그’였기 때문에 그것은 진실이 되었다.” ‘그’는 히틀러지만 ‘심 감독’이기도 하다.

진씨는 또 “황우석 사건 때도 대중은 이번과 거의 똑같은 패턴으로 반응했다. 앞으로 또 다른 몽상가가 또 다른 ‘기술’로 세계를 정복하겠노라고 ‘자극’을 주면, 대중은 아마 지금과 똑같은 열역학적 에너지를 가지고 뜨겁게 ‘반응’할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디워’는 한국사회가 앓고 있는 보편적 정신질환의 특수한 예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대중들은 ‘환상’을 만들어내는 ‘영웅’을 쫓는다. “영웅이 위대해질수록 대중은 왜소해진다. 대중은 위대해지는 유일한 자신을 영웅과 동일시하는 것. 그리하여 대중은 그의 성공을 나의 성공처럼 기뻐하고, 그의 좌절을 나의 좌절로 슬퍼하며, ‘그’에 대한 찬양을 ‘나’에 대한 칭찬으로 여기고, ‘그’에 대한 비판을 ‘나’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대중들은 사이버상에서 ‘응집’이 가능해지면서 폭력적 양상을 보인다. 진씨는 “한국의 인터넷 문화에서 점점 뚜렷해지는 이 현상은 과거에 이미 있었던 일의 반복, 하지만 ‘희극’이라 부르기에는 너무나 우울한 패러디”라고 말한다. 그는 “인터넷 대중은 비판적 합리성을 가지고 ‘다중’으로 진화하느냐, 원시적 폭력성을 가지고 ‘군중’으로 퇴행하느냐의 갈림길 앞에 서 있다”며 “집단에서 독립한 자율적 주체로서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개인과 접속해가며 지성의 새로운 차원을 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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