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문의 Photo & Essay>분단을 넘은 춤과 노래 “반갑습네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화려한 물동이춤 평양민속예술단의 무용수들이 민속춤인 물동이 춤을 선보이고 있다. 화려한 색상의 의상과 율동이 큰 동작이 다소 정적인 남한의 민속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부채춤 화려한 동작의 부채춤을 김태림이 열연하고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오늘도 최선을” 주명신(왼쪽 세번째) 단장 등 단원들이 공연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시간절약 위해…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공연장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분장을 하고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휘파람’ 열창 김영옥(왼쪽)과 김혜정이 북한 가요 ‘휘파람’을 열창하고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악수라도…” 공연을 마친 김영옥씨가 무대 앞으로 달려 나온 관객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랑하는 동포형제 여러분, 오늘 이렇게 만나서 정말 반갑습니다.”

노래와 춤 그리고 무대 진행까지 1인 다역을 맡고 있는 김영옥씨가 특유의 북한 말씨로 인사를 한다. 공연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리던 관객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한다. 지난 20일 밤 진주의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평양민속예술단(단장 주명신)초청 “갈라콘서트”가 뜨거운 열기 속에 가을밤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평양민속예술단은 북한출신 예술인들로 구성된 북한공연전문예술단이다. 지난 2002년 12월 북한에서 성악, 기악, 무용 등 예술 활동을 하던 탈북자들이 모여 창단을 했다. 초창기 7명으로 시작된 공연단은 현재 20여 명으로 전국의 공연장을 누비고 있다. 단원들은 대부분 북한에서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들이다.

이들이 공연하는 내용은 주로 춤과 노래들이다. 한복 등 화려한 색상의 의상과 매우 빠른 템포의 율동은 관객들의 시선을 매료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특히 서도민요의 영향을 받은 고운 발성의 노래를 듣다보면 흥이 절로 난다. 지루함을 없애기 위해 간간이 남한 가수들의 노래도 불러준다. 공연 중 특히 인기 있는 것은 마술무용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무용수들의 의상이 바뀔 때마다 탄성이 쏟아진다.

공연을 위해 얼마 전 구입한 예술단의 전용버스를 타고 서울을 출발한 시간은 오전 9시. 각기 흩어져 살고 있는 단원들을 태우기 위해 버스는 중간 중간에 멈췄다. 지난 시절 공연을 위해 아코디언, 기타 등 무거운 악기들을 들고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며 전국을 돌던 시절을 떠올리면 지금의 버스 이동이 그저 행복하기만 하다.

저녁 7시30분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예술단이 공연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였다. 보다 완벽한 공연을 위해 서둘러 무대를 찾은 것이다. 잠시 쉴 틈도 없이 곧바로 연습에 들어갔다. 분장은 이미 내려오는 차안에서 마쳤다. 각자 또는 팀으로 삼삼오오 모여 손발을 맞춘다. 선배들은 후배들의 부족한 부분들을 챙겨주며 아낌없는 지도를 마다하지 않는다.

부단장 역할도 하고 있는 김영옥씨는 창단 초창기의 기억을 떠올리며 잠시 눈시울을 흐리기도 했다. 그 당시 공연 내용이 여러 모로 부족해 남한의 관객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기 일쑤였다. 200여 명의 관객으로 시작된 공연이 끝날 무렵엔 겨우 5명만이 남았던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평생의 업으로 생각한 예술이었기에 이들은 거기에서 좌절하지 않았다. 남쪽 관객들을 위해 서로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서서히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한 번은 무대에서 공연을 하던 단원이 실수로 무대 밑으로 떨어졌다. 아픈 몸을 억지로 일으켜 다시 무대 위로 올라가 끝까지 공연을 마쳤다. 그러자 관객들이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다. 단원들은 감격했고 무대는 한동안 눈물바다로 변했다.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노력으로 이제는 어디를 가나 인기가 짱이란다. 공연을 마치면 관객들은 서로 달려와 기념촬영을 하고 사인을 요구한다. 한국자유총연맹이나 민주평화통일자문위와 같은 기관에서 공연도 알선해 주고 있다. 이제는 이름도 많이 알려져 전국을 순회하며 공연하느라 몸이 둘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공연도 성공적이었다. 예정 시간을 한참 넘긴 뒤 공연이 끝나자 어김없이 관객들이 무대로 뛰어 나왔다. 북한 출신의 단원들을 좀더 가까이 보기 위해서다. 오랜 시간 버스를 타고 내려와 잠시 휴식도 없이 이어진 공연이었지만 단원들의 얼굴엔 그저 흐뭇한 미소만이 가득했다.

지친 몸을 추스르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에 올랐다. 무사히 공연을 마쳤다는 안도감에 갑자기 피로가 몰려온다. 한 여성 단원을 제외하곤 모두들 달콤한 꿈으로의 여행을 떠났다. 실내등이 꺼진 컴컴한 차 안에서 그녀가 홀로 노래를 한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 언제나 말이 없던 그 사람 사랑의 괴로움을~’. 노래는 계속된다. ‘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고향역 이쁜이 곱분이 모두 나와 반겨 주겠지~’. 차창 밖엔 굵은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사진·글=moon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