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反정부 시위 확산>점성술사 조언에 정글로 수도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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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은 군대 아니면 승려 뿐인 나라, 미신과 사치에 빠진 부패한 정권. 미얀마에서 10여년만에 대규모 군중시위와 유혈 진압 사태가일어나면서 베일에 가려진 이 나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를 십수년째 집안에 감금시켜 국제적인 비난을 받고 있지만, 미얀마 군부 독재정권의 실상과 국민들의 생활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1988년부터 군사독재기구인 국가평화개발협의회(SPDC)를 이끌며 미얀마를 통치하고 있는 탄 슈웨(74) 장군이 미신에 심취해 있으며, 측근들은 극도로 부패해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26일 보도했다. 탄 장군은 2년 전인 2005년 11월6일 전격적으로 수도를 양곤에서 네피도라는 곳으로 옮겼다. 천도(遷都)는 새벽 6시37분을 기해 기습작전을 벌이듯 진행됐다. 이유는 탄 장군이 믿고 의지하는 점성술사의 조언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양곤강 삼각주 비옥한 땅에 자리잡은 양곤과 달리 네피도는 내륙 정글 속에 있다. 탄 장군 부인이 말라리아와 뱀이 득시글거리는 네피도를 싫어한 탓에 정부 기능은 상당부분 다시 양곤으로 옮겨갔다고 서방 외교소식통들은 전했다.

탄 장군은 미얀마 중부 만달레이 지방 출신으로, 우체국 직원으로 공직에 첫발을 디뎠다. 1950, 60년대 군 심리전 부대에 복무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그의 젊은 시절과 출세 경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원래는 군 내부에서 강경파가 아니었지만 수치 여사 처우 문제로 서방의 압력을 받으면서 점점 강경한 독재자로 변해갔다고 인디펜던트는 보도했다. 지난해에는 탄 장군의 딸이 결혼의상에만 5000만달러를 들이는 등 초호화 결혼식을 치렀다가 예식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 격렬한 비난을 받기도 했다.

미얀마는 현재 군정의 탄압 때문에 언로가 막히고 시민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억압적인 사회이며, 그나마 숨통이 트여있는 부분이 이번 시위를 확대시킨 불교계다. 양곤의 한 소식통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양곤의 TV에는 녹색(군인)과 노란색(승려) 밖에 없다”는 말로 실상을 전했다. 군사정권은 극도의 억압체제를 구축한 대신 국민들의 생활에 깊이 뿌리내린 불교 쪽에는 다소 관용적인 모습을 취해왔다는 것. 그러나 이런 이중적인 시스템도 결국 한계에 부닥쳤고, 이번 시위는 미얀마 사회를 지배해온 두 가지 색깔의 충돌로 나타나고 있다고 타임은 보도했다.

구정은기자 koj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