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反정부 시위 확산>中 ‘포스트 군사정권’ 준비?

미얀마 유혈사태를 대하는 중국의 입장은 이중적이다. 최대 경제·외교 협력국으로서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인권탄압국 지원국이라는 국제사회의 손가락질을 면하기 위해 애매하게 줄타기를 하는 모양새다.

이같은 딜레마는 중국 정부의 공식 논평에서 잘 드러난다.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중국은 언제나 타국 내정에 대한 불간섭 정책을 취해왔다”며 “중국은 미얀마 정세의 안정과 경제발전을 희망하며 미얀마 정부와 국민이 현 사태를 잘 타협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이는 미얀마 군사정부와의 관계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이번 사태에 중국이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피해가기 위한 수사로 풀이된다. 미얀마 사태에 대한 중국측의 이중적 태도는 지난 25일 유엔 안보리 비공개 회의 직후 중국 대표가 미얀마 사태에 대해 어떤 성명을 내는 것에도 반대했었다가 나중에 안보리측이 짤막한 언론성명을 내는 것에 동의한 것에서도 읽힌다.

중국의 애매한 태도에는 이유가 있다. 중국 정부로서는 현 미얀마 군사정부가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파트너이다. 미얀마의 입장에서 중국은 최대 교역국가이자 최대 군사 원조국이다. 중국은 현재 미얀마 정부와의 협력 하에 윈난(雲南)성에서 시작해 미얀마 서부 해안에 이르는 송유관 공사를 하고 있다.

총연장 2380㎞에 이르는 이 송유관이 완공될 경우 중국은 중동,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지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직접 본토로 수송할 수 있게 된다. 국제 인권단체인 ‘어스 라이츠 인터내셔널(Earth Rights International)’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중국에 뿌리를 둔 26개 다국적 기업들이 미얀마 내 62개 주요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미얀마로 들어가는 중국 군수품은 미얀마 군사정부의 물적 토대가 된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26일 베이징발 기사에서 중국정부가 미얀마시위가 군사정권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정치전문가 버틸 린트너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아웅산 수치 여사가 향후 미얀마의 지도자가 될 경우 가장 먼저 환영의 레드카펫을 깔아줄 나라는 바로 중국”이라며 “그러나 중국이 그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원치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최근들어 중국정부가 태국 등 인근지역에서 망명 중인 미얀마 반정부 세력들과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 허민특파원 minsk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