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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07년 09월 27일(木)
백제 -‘구드래’와 ‘구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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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은 고구려(高句麗)를 ‘고구리’, 신라(新羅)를 ‘시라기’라고 읽는다. 그러나 백제(百濟)는 ‘구다라’로 발음한다. 고구려와 신라 발음은 우리와 흡사하다. 그러나 백제는 전혀 다르다.

백제의 일본식 발음은 ‘하쿠사이’다. 일본 우에다 마사하키 교수는 구다라는 ‘큰 나라’라는 뜻으로 해석한다. ‘구’의 어원을 보면 우리말 큰, 크다에서 어간 ‘크’만 떼서 표기한 것이고 ‘크(그)’가 원순모음화 현상으로 ‘쿠(구)’가 됐다는 것이다.

그러면 ‘다라’는 무슨 말인가. 전문가들은 보통 나라(國)로 해석한다. ‘다라’는 일어에서 토지, 들, 평야를 뜻한다. 삼국시대에도 다라(多羅)가 국명 또는 땅이름으로 쓰인 기록이 나온다. 일본서기 무열기 3년(501년)에 오다라(意多郞)가 죽었다는 말도 나온다. 열도출신 동성대왕이 암살당하자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옛날 구다라는 큰나라(백제), 오다라(일본)는 작은 나라를 뜻했다.

지난 20일 옛 백제의 왕도였던 부여 구드래 선착장에서 황포돛배 2척이 진수됐다. 과거 백제는 구드래 나루터를 통해 외국과 많은 문물교류를 했다. 구드래 나루터를 통해 선진문물을 받아들였던 일본인에게 있어 ‘백제’는 곧 ‘구드래’였다. 그리고 일본에서 ‘구드래’는 ‘구다라’로 발음됐다.

당시 백제는 해상왕국이었다. 백제인들의 활동범위는 동남아시아와 인도까지였다. 백제 금동향로에는 코끼리와 악어, 앵무새 등이 조각돼 있다. 백제는 신라와 전쟁을 하면서 페르시아 직물인 ‘답등’을 일본에 선물하기도 했다. 당시 일본인들은 백제 배를 ‘구다라선’이라 불렀다. 통일신라시대 장보고의 해상왕국 건설도 구다라선 건조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기록에 따르면 7~10세기 동안 도래인(渡來人)이 150만명이나 늘었다. 백제와 고구려 유민들이 구다라선을 타고 일본망명길에 올랐던 것이다.

그런데 이 해상왕국 백제는 왜 망했을까. 단재 신채호 선생은 조선상고사에서 김춘추의 음모 때문으로 기록했다. 김춘추는 백제의 대신인 임자(任子)의 충성스러운 종이 돼 있는 신라 현령 출신 조미곤을 이용한다. 그는 임자에게 나라가 어떤 식으로 통일이 되든 서로를 책임져주자는 편지를 써 조미곤을 통해 전달한다. 그리고 이들은 서로 의기투합한다.

김춘추는 심지어 임자를 통해 신라의 무녀인 금화(錦花)를 의자왕에게 소개한다. 의자왕은 그녀에게 푹 빠져 국정을 엉망으로 만든다. 그녀는 의자왕이 어느 날 길흉을 묻자 “충(忠)자 들어가는 신하를 죽이지 않으면 망국의 화가 있다”고 말한다. 의자왕은 백제 최고의 장수 성충과 그의 동생 윤충을 결국 몰아낸다. 윤충은 울분으로, 성충은 28일 동안 단식, 세상을 뜨고 만다. 성충은 단식에 앞서 상소문을 올린다.

“신이 한 말씀 올리고 죽으려 하나이다. 머지않아 병혁(兵革)의 화(禍·전쟁)가 있을 것입니다. 상류에서 적을 대적해서 만전(萬全)을 기해야 합니다. 육로로는 탄현(炭峴·보은)을 막고, 수로로는 백강(白江·백마강)을 막아 험한 곳에 의거하여 싸워야 합니다.”

금화의 역할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웅장한 법흥사와 태자궁을 짓도록 해 나라의 재물을 고갈시켰다. 또 지덕을 다스려야 한다며 백제의 명산에 쇠말뚝을 박고, 강과 바다에 쇠그릇을 던지도록 해 나라의 쇠를 고갈시켰다. 백제인들은 그녀를 쇠를 먹는 신(神) ‘불가살(不可殺)’ 이라 불렀다. 결국 나라는 망국의 길로 접어들고 만다.

1347년이 흐른 지금. 구드래 나루터에 구다라선이 띄워지는 것을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오창규 / 전국부장]] cha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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