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시내장악 군인들 눈빛 섬뜩

유혈진압이 이틀째 계속된 미얀마(옛 버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는 28일 ‘폭풍전야’ 같은 고요함이 감돌았다.

27일까지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던 양곤 시내 셰다곤 파고다 부근은 이날 오후 적막에 감싸여 있었다. 셰다곤에서 술레 파고다로 향하는 도로는 소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에 의해 봉쇄된 상태였다. 도로는 군인들을 가득 태운 트럭들로 아예 점거된 상황이다.

술레 인근 본순팟과 마라 반둘라 거리의 가로수 그늘에 앉아 있던 몇몇 군인들의 눈빛은 섬뜩하기까지 했다. 그들은 휴식 중에도 시민들에 대한 감시를 늦추지 않는 듯했다. 도로를 점거하다시피 한 경찰들의 모습은 1980년 계엄령이 내려졌던 서울의 삼엄한 분위기를 연상케 했다. 영국과 호주 대사관 옆 탄소단 거리에서는 군인들이 시민들에게 “지금 당장 귀가하지 않으면 심각한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는 경고방송을 하고 있었다.

시민들 역시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모습으로 군경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기자의 머리카락이 쭈뼛 설 정도의 공포감이 곳곳에 감돌고 있었다. 한쪽에서 시민 30여명이 구호를 외치려다가 흩어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상점들은 모두 셔터를 굳게 내린 채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행인들의 얼굴에서 공포감이 그대로 묻어났다. 차량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택시 운전사 ？？33)은 “정권이 바뀌는 것을 원하지만, 하루벌이 삶을 사는 사람들은 가족들 때문에 함부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리에서 만난 대학생 수에(22)는 “정부가 철저히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변화가 올 것 같지 않다. 사실 군정이 무너져도 대안이 없지 않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외신들도 양곤이 일촉즉발 직전의 고요로 빠져들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영국 BBC방송의 태국 특파원 조너선 헤드는 28일 “양곤의 보안 수준은 그 어느때보다 삼엄하다”면서 “셰다곤과 술레 파고다 등 종교시설과 종합병원은 이미 봉쇄됐다”고 전했다.

인도 델리에 본부를 둔 미즈마 통신도 28일 긴박한 속보를 잇달아 타전했다. 미즈마는 이날 메테틸라르 공군기지에서 공군기들이 출격을 서두르고 있다는 첩보가 전해졌다면서 “경보병대 33사단과 99사단에서 시위대를 향한 총격명령을 거부하는 소요가 발생했다는 소문도 있다”고 보도했다. 그런가하면 미즈마는 미얀마 중부의 타웅 오에 위치한 중앙사령부와 남동부 사령부에서 대규모 군대가 양곤으로 진격하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실제로 이날 3만여명의 학생들이 양곤의 니아웅핀레이 시장에서 행진을 시작했지만, 대규모 군·경력이 포진해있는 술레 파고다 진입에는 실패했다. 판소단 거리와 27번가 등에서도 소규모 시위대가 모였다가 금새 흩어지기도 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그만큼 경비가 삼엄하다는 의미다.

이 때문인지 술레 파고다에 위치한 트레이더스 호텔은 객실이 많이 비어 있었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유명한 이 호텔에서 단 한명의 외국인도 만나지 못했다. 호텔 직원은 전날 호텔에 대한 수색이 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양곤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들은 29일 대규모 시위대와 군경이 충돌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유희연기자 mari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