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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2007 개천절 특집 게재 일자 : 2007년 10월 02일(火)
다문화 시대 맞게 ‘포용적 민족주의’ 갖춰야
고려대·연세대 총장 특별대담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한승주(오른쪽) 고려대 총장은 21일 정창영 연세대 총장과의 대담에서 “우리나라의 향후 민족주의가 건전한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낙관했다. 심만수기자
매년 개천절이 되면 우리민족의 시조인 단군의 건국정신을 기념하며 단일민족의식을 새롭게 부각하는 움직임이 다양하게 이뤄진다. 그러나 글로벌시대로 접어들면서 한국은 이미 100만명의 외국인이 어울려 살아가는 다민족국가로 변모하고있고 단일혈통에 뿌리를 둔 민족주의는 새로운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지성인 한승주(67) 고려대총장서리와 정창영(63) 연세대총장은 지난달 21일 문화일보 회의실에서 글로벌시대의 민족주의는 어때야 하며 우리나라가 글로벌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선 어떤 개혁이 필요한지, 차기 대통령의 필수덕목은 무엇인지에 대해 특별대담을 나눴다.

―매년 개천절이 되면 단군사상을 바탕으로 민족주의랄까, 애국심을 고취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지는데 글로벌시대 개천절의 의미와 바람직한 민족주의에 대한 얘기에서부터 말씀을 시작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 한승주 총장 =“개천절 하면 단군신화를 생각하게 되는데, 단군신화는 삼국유사에서 의도적으로 민족의식이랄까 사상을 고취하려고 강조한 얘기입니다. 신화라는 것은 사실이건 아니건 간에 사람들이 그렇게 믿는 것인데, 세계 어느 나라나 그런 신화를 갖고 있습니다. 일본에는 천황과 관련된 신화가 있고, 미국에는 초대대통령이 된 조지 워싱턴 장군이 전쟁터에서 보인 무용담에 대한 신화적 얘기가 있습니다. 영국에는 아서왕에 대한 신화가 있는데 모두 각 나라에서 긍정적 역할과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입니다. 동양이나 한국에서는 민족을 핏줄과 연결시키기 때문에 단군신화는 단일민족론으로 형성됐고, 과거에는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습니다. 그런데 세계교류가 많아지고, 우리나라도 다민족 다문화 시대로 변화해가고 있기 때문에 단일민족사상의 뿌리인 단군신화를 그런 사회변화에 맞게 어떻게 적응시킬 것이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됐습니다.”

◆ 정창영 총장 =“우리나라에서 민족주의는 역사적 배경과 관계가 깊은데, 한국의 경우 강대국 사이에 끼어있는 데다가 외국의 침략도 많이 받아 한국에서 민족주의를 강화시키는데 자연스럽게 기여했다고 봅니다. 세계 많은 나라가 다민족, 다인종사회로 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경향과 달리 단일민족으로서 오랫동안 사회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이런 특징도 민족주의 경향을 강화시키는데 기여해왔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런 것이 나라 전체를 통합하는 데 기여해온 점이 있지만 타민족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고 타민족에 대해 우월감을 느낀다거나 제노포비아(외국인 배척주의)로 변질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 후의 민족주의적 분출이 대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고 노무현정부는 자주사상을 강조하면서 상대적으로 반미, 반일적 경향으로 흐른 점이 있는데 국내적으로 지난 5년간의 민족주의 문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한승주 =“정 총장님 말씀대로 그간 우리나라가 주변강대국에 끼여 핍박도 많이 받고 침략도 많이 받고 해서 한편으로는 배타적인 민족주의와 민족의식이 생기고 방어적인 의식이 생겼습니다. 특히 외국과 접촉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나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북한에 가보면 북한에서는 미국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나 태도보다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가 더 많습니다. 한국에서도 보면, 그동안에 해방이후 미국에 신세도 많이 지고 원조도 많이 받았지만 접촉이 많아지는 과정에서 애증의 관계가 생기면서 반미감정이 많이 일어나고 그런 반미주의가 민족주의로 표현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미국에 대한 태도가 어느 정도 성숙해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 민족이 어떤 의미에서는 세상변화에 적응을 참 잘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가 다원적인 다인종사회로 변화하는 것에 대해 한국사람은 적응이 어렵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최근의 움직임을 보면 이것도 그리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생각을 갖게 됩니다.”

◆ 정창영 =“최근 젊은 계층에게서 민족적 자긍심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이것은 자아의식을 다시 발견하는 의미도 있고 어느 정도까지는 바람직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는 시대이며, 문화적 다원화, 다인종적 경향이 두드러진 시대에 다른 민족이나 문화, 국가에 대해 공세적 입장을 취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들을 포용하고 관용하는 정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한승주 =“방어적이고 폐쇄적인 민족주의는 피해의식이랄까, 자신감결여에서 생긴 경향이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나 지적으로 이제 상당한 자신감을 갖게 됐기 때문에 열등의식은 많이 사라졌다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민족주의도 건전한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많습니다.”

―근래 들어 시민사회 차원에서는 개방적 민족주의를 갖게 됐다는 말씀인데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자본이나 외국기업에 대해선 아직도 배타적 민족주의적 정서로 접근하려는 이율배반적인 태도가 많이 나타나고있는 것 같은데.

◆ 정창영 = “한국사람들은 아주 우수해 경쟁을 통해 빨리 발전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들의 우수성에 비춰볼 때 개방에 조금도 주저할 필요가 없습니다. 외국기업이나 자본이 한국에 와서 얼마든지 경쟁하며 활동할 수 있을 때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된다고 봅니다. 그러나 자본시장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경제규모가 큰 나라가 한국자본시장에서 한국사람들이 주인노릇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관투자가들이 한국경제에 확신을 갖고 증권시장에 참여하면 그 과실을 우리 국민들이 나눠가질 수 있는데 외국자본들이 들어와서 우리 자본시장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국제화시대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우리 연기금이 한국경제의 장래에 자신감을 갖고 자본시장에 참여한다면 그 과실을 한국인들이 나눠가질수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 성장의 과실이 지나치게 외국으로 유출되고있습니다. 외국자본이나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는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한국의 기관투자가들이 자본시장에서 제대로 역할을 해서 한국경제의 성장 과실을 우리가 한국내에서 나눠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상대적으로 민족주의적 경향성이 강한 386세대와 비교할 때 요즘 학생들은 민족주의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 한승주 =“학생들은 외국사람들, 외국 것, 외국문물에 대해 거부감이 없고 수용에 대한 자세가 아주 뛰어나다고 봅니다. 학생들 중에는 제가 보기에도 마음에 안 들게 비싼 외제 스포츠카를 타고 등교하는 경우도 있는데 옛날 같으면 그런 것에 대해 비판하고 위해를 가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요즘에는 전혀 그렇지 않더군요. 물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반대 데모 등은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외국 것이라든가, 세계화된 것에 대해서는 학생들 사이에 거부감이 없고 오히려 참여하려는 경향이 크다고 봅니다.”

◆ 정창영 =“소수의 학생들은 아직 공세적 민족주의 정서가 강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외국, 외국인에 대한 개방적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과잉민족주의는 적어도 캠퍼스에서 우려할 만한 현상으로 두드러지는 것 같지 않습니다.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포용하고 함께 어울리려는 게 전반적인 추세라고 봅니다. 해방이후 지난 60년동안 급속한 경제발전이 이뤄지고 민주화가 이뤄지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의 의식도 많이 변화했다고 봅니다. 80년대에 비해 경제규모도 많이 커졌고, 민주주의도 완성단계로 접어들면서 학생들의 의식도 386세대에 비해 상당히 변화했습니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매년 10월 연고전(고연전)을 통해 젊음과 지성을 겨루는데 연대와 고대에서는 영원한 맞수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한승주 =“올해는 5, 6일 열리는데 연세대가 고연전을 주관합니다. 그러니 연고전이 아니라 고연전입니다.”

(연대와 고대는 매년 번갈아가며 대회를 주관하는데 관례에 따라, 고대가 주관할 때는 연고전, 연대가 주관할 때는 고연전이라고 부른다)

◆ 정창영 =“연세대의 가장 두드러진 학풍은 자유정신입니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캠퍼스를 활기차게 만드는 전통이 있습니다. 연희전문 시절 국학자 정인보 선생도 계셨지만 북한으로 간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백남운 선생도 있었습니다. 생각은 달라도 서로 존중하고 공존하는 그런 자유스러운 학풍, 그게 바로 연대의 특징입니다. 고려대의 경우 투지가 강하고 열정적이고 교우들 간의 단결력도 강합니다.”

◆ 한승주 =“고대는 그간 민족고대라는 것을 강조해왔는데 연대는 시작부터 외국과의 관계가 밀접했습니다. 세계화라든가 서양화에서 연대가 헤드 스타트였고, 고대는 캐치업(catch up·따라잡기)하려고 상당히 노력해왔는데 지금 따라잡았는지 모르겠습니다(웃음). 그런데 고대는 ‘글로벌 프라이드(Global Pride)’를 내세웠는데 연대는 ‘세계속에 자랑스러운 연세’라고 합니다. 연대는 세계화를 이미 해왔기 때문에 우리말로, 고대는 세계화의 시작이어서 영어로 썼는지 모르겠지만, 세계화라든가, 국제화에서는 연대와 고대의 목표나 행태가 비슷해졌습니다. 차이보다는 공통점이 많은 게 두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 정창영 = “고려대와 연세대가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협력해서 선을 이루는 것은 나라를 위해서도 큰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연대와 고대가 협력할 분야가 참 많은데, 특히 한국대학에서 몇몇 대학은 가까운 시일안에 선진대학이 돼야 한국이 정말 선진국이 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대학이 세계 수준에 가있어야 정신적으로나 사상적으로 완전히 선진국이 됩니다. 그래야 우리 젊은이들을 제대로 키워내고 새로운 사상과 기술도 공급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연대와 고대는 강력한 동반자가 돼야 한다고 봅니다. 연대와 고대가 힘을 합쳐서 한국대학을 세계 수준으로 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인촌 김성수 선생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교육구국”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고, 고려대와 연세대가 협력해 몇몇 대학이라도 선진국 수준으로 빨리 갈 수 있도록 협력하고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합니다.”

―노무현정부 들어 정부와 대학과의 충돌이 많았는데 정부의 대학정책이 어떻게 돼야 선진대학으로 나갈 수 있다고 보십니까.

◆ 한승주 =“대학도 그렇고 정부도 그렇고, 우리나라가 세계화된 세계속에서 경쟁하는 데 있어 대학들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이냐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그것에 따른 정책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자율의 정도라든가, 자유의 성격이라든지 그런게 어떤 것이 돼야 하는 것에 대해 성찰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예를 들면 입학에 관련된 정부의 관여는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입니다. 완전히 대학에만 맡겨놓았다면 그것에 따른 부작용이나 문제가 많았을 겁니다. 그런데 사회도 변화했고 대학도 변화한 상황에서 그것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런 경우에 늘 내가 옳고 당신들은 틀리다는 태도라든가, 이런 정책적인 견해차를 힘겨루기로 만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좀 건설적으로 열린 마음으로 논의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 정창영 = “교육 및 의료산업을 보면, 우리나라의 인적자원은 아주 뛰어나 세계적인 대학, 세계적인 병원이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지난 몇십년간 우리나라의 대학정책, 의료정책을 보면 국내적인 시야에서 정책을 만들고 국내적 규제를 많이 만든 결과, 우수한 학생들과 의사들이 자기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우수한 대학과 우수한 병원이 나올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해 국가전체로 봤을 때 손실이 컸습니다. 이런 제도는 개선해야 합니다. 중국이나 싱가포르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정부가 대학이나 병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실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대학이 국가발전에 얼마나 중요한지, 세계수준의 대학이 나오는 게 국가에 얼마나 긴요한지를 잘 알고 그런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대학교육정책이나 의료정책을 보면, 우수한 한국의 인재가 최대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유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수한 한국사람들이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합니다. 국제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개방으로 나가야 하는데 국내적 시야로 정책을 세우면 단기적으로 나라를 위하는 것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 발전에 저해요소가 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정부가 과도한 규제를 세워 시행하는 바람에 지난 몇십년간 참 아쉽습니다. 지금 그런 규제속에서도 이만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만약 제대로 경쟁하고 뛰게 만들었다면 세계 수준의 대학과 병원이 몇 개씩은 나왔을 것입니다.”

―노 대통령은 가진 집단, 뛰어난 몇몇 명문 대학이 양보해야 좀더 살기 좋은 사회 만들수 있다는 평등주의적 철학이 강한데 현정부 들어 그런 평등지향 정책이 강화됐다고 보십니까.

◆ 정창영 =“동양에서 특히 한국에선 평등주의적 성향, 공평한 사회에 대한 지향이 강한데, 나라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선 몇몇 대학을 세계 수준에 올려놓아 나라에 새로운 아이디어도 제공하고 기술도 제공할 수 있어야 우리나라가 진정한 의미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대학수준은 아직 그런 수준에 못 가 있어서 아쉽습니다.”

◆ 한승주 =“교육정책을 생각할 때 제일 필요한 것은 정 총장님이 말씀하신 대로 대학이라는 것, 특히 주요대학이 그 사회에서 무엇을 하고, 어떤 역할을 하는 기관들이냐는 것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대학들이 사회지배층 또는 사회특권층을 만드는 조직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에 대한 대책만을 강조할 때에는 실제로 대학들의 중요한 역할, 즉 지식의 창출이라든지, 좋은 인재를 양성한다든지, 사회적 부를 만들어낸다든지, 사회에 문화적인 철학적인 기반을 만들어낸다든지 하는 것과 같은 기능을 간과할 수 있습니다. 국가적 입장에서 볼 때 대학이 이러한 중요한 역할을 잘 하게 도와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정책의 최우선적 목표가 평준화나 평등화에 있는 것이냐, 아니면 그러한 국가의 지식과 부를 창출하고, 문화, 지식, 철학, 사고 등을 리드해가는 조직을 육성하는 것이냐 했을 때 그 두 가지 목표, 즉 평등화와 수월성을 높이는 게 꼭 이율배반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것을 최대화하고 조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에 대해 마치 이미 만들어진 대답이 있는 것처럼 생각한다면 결국은 대학의 가장 중요한 측면을 희생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있어야 합니다.”

◆ 정창영 = “나라가 정신적으로 학문적으로 기술적으로 독립하는 게 아주 필요한데 그것은 궁극적으로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칩니다. 아직도 우리가 신임교수를 뽑을 때 외국박사를 채용합니다. 이것은 학문적으로 우리가 아직 자립을 못했다는 것이고, 궁극적으로 사상이나 기술이 독립을 못했다는 뜻입니다. 정부에서 얼마나 대학발전이 필요한지를 생각하고, 대학에 대해 따뜻한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었으면 합니다.”

―한 총장과 정 총장께서는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떤 비전을 갖고 나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 정창영 = “지금 보면 국내에서는 한국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팽배해 있는 듯합니다. 실제 기업에서 일하는 분들을 만나보면 한국경제에 대한 비관론을 많이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바깥에서는 한국경제에 대한 낙관론을 얘기합니다. 왜 이렇게 다른 평가가 나오는가 생각해 보면 우리는 단기적으로 중국과 일본사이의 샌드위치론을 얘기하면서 비관론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외국사람들은 지난 40년간 우리나라가 상당한 역량을 축적했고 이것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잘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사람들의 우수함, 교육에 대한 열정 등이 결국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단기적으로 우리에게 어려움이 많지만 장기적으로는 전망이 밝다고 저는 봅니다. 현재 여러 문제가 있지만 국가가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들이 힘만 합칠 수 있다면 한국이 지난 60년동안 이룬 민주화와 경제발전의 저력에 비춰볼 때 우리는 무슨 일이든 성취할 수 있다고 봅니다. 현 정부가 국민들이 힘을 합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지역간 계층간 갈등을 증대시킨 것은 국가적으로 봤을 때 손실이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한국사람들의 우수함, 지금까지 쌓여왔던 역량을 보면 단기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고 봅니다.”

◆ 한승주 =“현단계에서 확실히 얘기할 수 있는 것은 모든 게 확실치 않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국제적인 환경을 보면서 남북관계를 포함해서 대외환경의 패러다임이 시프트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과거 냉전이라든가, 양극화라는 것으로 다 설명될 수 있는 국제관계가 지금은 다극화라든가, 화해라든지 이렇게 한마디로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국가간의 서열도 달라지고 이슈 자체도 한편으로는 군사력이 중요하면서도 경제력도 중요해지고 또 군사력 경제력이 아닌 소위 소프트파워가 중요해집니다. 안보도 전통적인 안보도 중요하나 지금은 환경이라든가, 자원, 인권 등 인간안보 등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또 남북관계도 과거 틀에서 변화되고 있는데 그것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문제인데, 그것을 위해선 우리로서는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략이란 목표와 수단을 맞추는 것인데 그런 상황에서 목표가 무엇이냐, 또 어떤 수단이 중요한 것이냐가 문제입니다. 그것은 이념적으로 찾아지는 게 아니고, 현실에 입각해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로서는 또 정권의 전환이라는 시기와 맞물려 있는 상황이어서 누구 하나 그런 실제적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할 여유를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10월초인데 앞으로 내년 2월말까지는 지금 단계에서 어떤 새롭고 획기적인 조치를 취한다기보다는 주어진 상황을 잘 분석, 이해, 관리하고 거기에서 어떠한 전략적인 대비를 해야 하느냐는 것을, 새로운 정부에서 좀더 중장기적이고 전략적인 대비를 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올해 대선에서 어떤 지도자가 선출돼야 하는지, 향후 우리 역사에서 올 대선이 갖는 의미를 말씀하신다면.

◆ 정창영 =“누굴 뽑고 하는 문제를 떠나서 우리가 눈을 밖으로 돌려봤을 때, 전세계가 지향하는 방향,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쪽으로 모든 나라가 예외없이 나가고 있다는 것이 한 시대의 조류라고 본다면, 그런 방향에 부합하는 리더가 필요합니다. 개인이나 정당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이 세계사의 진전과 함께 나가기 위해선 어떤 지도자를 뽑아야 하는지 국민들이 깊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 한승주 =“정 총장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대학의 입장에서는 사회속에서 대학이란 무슨 역할을 하는가, 한 나라가 좋은 대학들을 갖는 게 왜 중요한가, 대학이 좋은 학생, 좋은 교수를 뽑는 게 왜 중요한가를 인식하고, 정부가 대학정책과 관련해서는 무엇보다도 대학의 수월성을 갖게 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정책목표라는 것을 이해하는 분이 대통령에 선출됐으면 합니다. 대선에서 막상 투표는 교육이나 대학, 외교정책 중심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어서 문제인데, 이런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겼으면 합니다.”

사회·정리=이미숙 정치부 차장

■정창영 연세대 총장

▲충북 청주생 (1943)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1967) ▲미국 남가주대(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 경제학 석사 및 박사(1971)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1971∼) ▲연세대 재무처장, 기획실장, 경영대학원장, 행정·대외 부총장(1990∼2002) ▲한국산업은행 비상임이사(1990∼96) ▲한국국제경제학회장(1995∼96), 한국경제발전학회장(1998∼99) 한국경제학회장(2002∼2003)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2002∼2003) ▲코리아 오토포럼 회장(2003∼2004)▲연세대 총장(2004∼) ▲저서 ‘경제학원론’ ‘경제발전론’ ‘IMF고통인가 축복인가’ ‘시장의 지배자들’등 다수

■한승주 고려대 총장 서리

▲서울생(1940)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1962)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정치학박사(1970) ▲뉴욕시립대 부교수(1970~78)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1978~2006)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장(1982~86), 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1995~2003) ▲외무부 장관(1993~94) ▲ 사이프러스 담당 유엔사무총장 특별대표(1996~97) ▲동아시아 비전그룹 공동의장(1999~2001) ▲주미대사(2003~2005) ▲서울국제포럼 회장(1988~1991, 2005~), 국제정책원 이사장(2005~) ▲고려대 총장 서리(2002~2003, 2007~) ▲저서로 ‘한국민주주의의 실패’‘전환기의 한미관계’‘세계화시대의 한국외교’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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