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전문병원을 찾아서>대장내시경 월 2200건… 검사·수술 동시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대항병원 복강경수술클리닉의 전문의들이 대장암환자의 배꼽부위를 절개하고 삽입한 복강경으로 암제거수술을 하고 있다. 김호웅기자

요즘 환자들은 어느 병원을 가야할지 혼란스럽다. 참살이’(웰빙)를 바라는 건강한 사람들도 건강 유지를 위해 어느 병원이 좋을지 도무지 헷갈린다. 예약부터 진료까지 몇개월이 걸려도 역시 대형 종합병원을 최고로 치는 사람이 여전히 많고, 친절하고 가까운 동네병원이 편하고 좋다는 이들도 있다. 의료시장 개방을 앞두고 외국 유명병원의 서비스를 기대하는 부자들도 상당하다. 병원이 넘쳐나는 ‘병원 홍수’ 시대에 한국의 병원들은 전문화, 특성화에서 그 생존방법을 찾고 있다. 문화일보는 ‘최고의 전문병원을 찾아서’ 기획시리즈를 통해 특정 질환에 강점을 지니고 있는 병원들을 집중 분석, 독자들의 병원 선택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선진국암’으로 불리는 대장암 등 대장항문질환이 급증하고 있다. 대장항문학회에 따르면 지난 1984년 1257명에 불과한 대장암 발병건수가 2005년에 1만5233건으로 21년만에 12배나 급증했다. 과거 채식 위주의 식단이 기름진 음식으로 바뀌면서 식생활이 서구화됐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대장항문 전문병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분야 대학병원에 뒤지지 않는 전문성과 의료시설, 서비스 수준을 갖춘 대장항문 전문병원으로서 전문성을 갖춘 곳은 많지 않다. 대항병원은 전문병원 시대를 개척한, 자타가 공인하는 독보적인 대장항문 전문병원으로 성가가 높다.

◆‘편안함과 친절함’, 틈새전략 공략으로 성공신화 = 1989년 전국민 의료보험제도가 실시되자 작은 병원들이 합치기 시작했다. 내과, 외과, 산부인과 등 여러 진료과목이 ‘준종합병원’ 형태로 묶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 준종합병원은 동네의원이라는 편안한 이미지는 있지만 대학병원과 비교해 의료수준에 대한 신뢰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반면 당시 대학병원들은 불친절로 악명높아 환자들의 서비스 만족도가 매우 낮았다. 이때 서울대병원에서 외과 전공의 수련을 마친 젊은 의사 3명이 이 틈새를 공략하자고 의기투합했다. 이두한, 김도선, 강윤식 이들 3명은 “우리가 한 분야 질환만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을 하면 신뢰도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편안함과 친절함을 더한다면 최고의 무기가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이들은 1990년 강남구 서초동에 대장항문전문 ‘서울외과 클리닉’을 열었다.

병원 안팎에서는 처음에 아마추어적 모험이라며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대학병원 수준의 친절한 병원이 등장했다”는 환자들의 입소문은 무섭게 퍼져나가면서 해마다 환자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성공신화를 이뤘다. 1999년에는 현재 위치인 서초구 방배동에 지하4층, 지상9층 규모의 최신식 건물을 세우며 ‘대항병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게다가 전문의 25명과 200여명의 직원을 갖추고 ▲치질클리닉 ▲대장내시경센터 ▲탈장센터 ▲맹장클리닉 ▲변비 클리닉 등 대장항문분야 과목들을 도입, 전문병원으로서 체계를 갖췄다. 내친 김에 2002년에는 강북권 진료를 위해 노원구 상계동에 상계대항외과를, 2004년에는 수원에 ‘수원대항병원’을, 지난 5월에는 마포에 ‘마포대항외과’를 개원하는 등 수도권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 검사와 동시에 용종 제거 = 대항병원의 대장내시경검사는 현재까지 12만건(월평균 2200여건)을 넘어서 이분야 세계 최고 기록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이두한 원장은 “대장내시경검사가 으로 전세계적으로 이같은 기록을 가진 병원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실적은 다른 병원과 차별화된 수준높은 대장내시경 서비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항병원은 대장내시경검사시 용종(장 외부 점막에 돌출된 염증이나 종양)이 발견되면 즉시 절제한다. 용종은 대장암으로 진행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병의원에서는 대장내시경검사와 용종제거를 따로따로 실시한다. 즉 대장내시경 검사시 용종이 발견되면 검사를 끝낸 후 다시 용종제거를 위해 별도의 대장내시경을 해야 하는 등 두번씩 내시경을 하게 된다. 이같이 까다로운 절차는 내시경 검사와 용종제거를 동시에 하면 둘 중 하나만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한다.

치질수술도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최고 수준이다. 최근까지 약 40만명을 진료했으며, 이중 11만여명에게 수술을 제공했다. 대항병원은 철저히 전문의가 직접 눈으로 보면서 세밀하게 절제하는 재래식 수술법 ‘근본절제술’만을 고집해왔다. 이 근본절제술은 재발률이 거의 없기 때문에 타 병원에서 치질수술을 받고 재발한 환자도 대항병원으로 모인다는 것이다.

◆ 전국 네트워크 추진 = 이 원장은 “의료개방시대에 대비해 대항병원은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갖춰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병원으로 키워나가는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구상도 갖고 있다. 현재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에 이두석 연구부장을 파견해 의료연구를 진행중이다. 미국 마운트 시나이병원, 미네소타병원, 영국 세인트 마크스 병원, 일본 토라노몬 병원 등 세계 유수의 병원과 활발한 교류활동을 펼치고 있다.

의료개방이 본격화하면 고급서비스를 원하는 중국의 환자를 국내에 유치하는 복안도 갖고 있다. 송재순 기획실장은 “강남 본원 지하에 140석 규모의 ‘대항아트홀’을 개관해 미니콘서트 등 음악공연이나 문화공연을 통해 문화공간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2001년부터 ‘사랑나누미클럽’을 결성해 모든 직원들이 매달 급여의 1%를 기부하는 등 사회공헌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재·이용권기자 leesj@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