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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게재 일자 : 2007년 10월 20일(土)
“TV 막강한 힘 교육적으로 쓸 방법 찾아야”
최불암 페이스북트위터구글
▲  사진=심만수기자
최불암(본명 최영한·67·사진)씨는 ‘안방극장’의 스타다. 인간적인 ‘수사반장’, 인정 많은 ‘양촌리 김 회장’, ‘최불암 시리즈’로 다가온 촌철살인의 정겨운 서민의 친구다. 너무도 친근한 이미지의 그는 ‘좀 심각한’ 연극, 영화배우와는 이미지가 잘 이어지지 않는다. 정치가, 대학교수, 시민운동가 등으로는 거의 생각이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그는 국립극단 출신의 연극배우이며, 지금보다 훨씬 권위가 있어 한국 영화를 대표했던 대종상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 조연상을 수상한 관록의 영화배우다. 국회의원도 역임했고, 한국을 알리는 시민운동가이며, 사회교육에 앞장선 교육자다. 그는 브라운관과 스크린, 무대 안팎에서 전방위로 활동하는 정의롭고 자애로우며 무뚝뚝하면서도 친근한, 전형적인 한국 아버지의 상징이다.

최근 그가 세명대 방송연예과 초빙 교수가 됐다. 또 자신의 삶을 돌아본 자서전 ‘인생은 연극이고 인간은 배우라는 오래된 대사에 관하여’(샘터)를 내놨다. 지난달 말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벌서 우연히 만나 무대를 비롯, 브라운관, 스크린 안팎의 세상사는 이야기까지 듣기로 약속했다.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CCMM빌딩 웰컴투코리아시민협의회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먼저 ‘인생은 연극이고 인간은 배우라는 오래된 대사에 관하여’물었다.

“거 멋있는 말이죠. 샘터사 편집장이 어떻게 살아왔냐고 묻기에 그거 비슷한 연극대사를 읊조렸는데 제목으로 만들어버렸네요.”

‘최불암 시리즈’처럼 소탈하게 답하며 특유의 ‘파’하는 웃음으로 쑥스러움을 가렸다. 그는 연극배우로 시작해 영화, TV에 정착했다. 흔히 연극은 심각한 예술, 영화는 조금 심각한 예술, TV는 오락이라고 말한다.

“연기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비주얼화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자기화시키는 거죠. 영화 쪽은 (연기자가) 구체적으로 결정하기 어려워요.(감독의 예술이라는 뜻) 반면 TV는 자기화해야 살아납니다. 연극의 경우 자기 몸을 악기화해 자기라는 인간 자신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만들어내야 하는 창조적인 영역이지요.”

이론을 바탕으로 무대, 영화, 브라운관 등 현장에서 체득한 그의 연기철학은 정연하다. 한국적 아버지의 상징으로 통하는 스스로의 이미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제 연기에는 청년기가 없어요. 시작부터 괴팍스러운 노인 등 노역이었어요. ‘수사반장’은 30대에 50대 형사였고, ‘전원일기’는 40대 때 60대였죠. 1997~1998년 ‘그대 그리고 나’에서 ‘캡틴 박’이라는 역으로 인기를 모았는데 그때가 처음으로 제 나이였어요. 그냥 제 얼굴로 연기를 하려니 좀 이상했죠.”

그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다.

“한 서너 번 얼굴을 봤을까요. 저희 아버지 말고도 그 세대 아버지들이 모두 시대적으로 불행했죠.…”

그 상실감이 오히려 완벽한 한국인의 아버지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자신의 그리움에 스스로 대상이 될 수도 있겠지만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외할아버지와 오래 살았는데 노역을 하며 그대로 나온다는 말을 듣기는 합니다.”

고교 시절 그의 별명은 ‘깡통’이며, ‘지포라이터’였다.

“‘깡통’은 공부를 안 해서 붙은 별명이고, ‘지포라이터’는 왜 그렇게 불렸는지 모르지만 이 별명을 좋아했습니다.”

중고교 때부터 흡연을 해서 생긴 별명은 아닐까도 생각된다. 하지만 담배 피는 학생들이 한둘이 아닌데 그 이유로 그렇게 불렸을 리는 없어 보인다. 그는 체격이 좋다. 학창 시절 의리의 주먹도 곧잘 쓴 것으로 알고 있다. 지포라이터처럼 불 잘 붙고, 화력 좋고, 꺼지지 않아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추정해도 여전히 모르쇠다.

요즘 청소년 교육이 말이 아니다. 집에서건 학교에서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그래요. 저희가 학교 다닐 때는 학교를 위해서 싸웠습니다. 후배나 친구가 다른 학교 학생에게 맞으면 형처럼 달려 나가 싸웠습니다. 자기 반 약한 애를 집단적으로 괴롭히는 ‘왕따’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지요. 이게 도대체 어디서 온 병인지 모르겠어요.”

그는 이와 관련해 전파매체의 해악과, 또 역으로 교육적 효과를 지적했다.

“학교에서 1년 가르치는 것을 TV프로그램 하나가 한순간에 부셔버립니다. 인내하고 닦아야 결실을 얻을 수 있는데 달콤새콤한 꿀맛만 강조하고 사랑 타령만 하는 프로그램이 범람하니 학생들이 어떻게 되겠어요. ‘좋은나라 운동본부’ 같은 교육적인 프로그램을 장려해야 합니다. TV의 막강한 영향력을 유희적으로 쓸 게 아니라 교육적으로 쓰는 방법을 정부 차원에서 모색해야 합니다.”

그의 부인은 김민자씨다. TV탤런트로서 그보다 훨씬 잘나갔던(?) 주연급 미녀배우다. 어떻게 결혼에 성공했는지 미스터리다. 최씨는 “나도 미스터리”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홀어머니에 외아들, 잘나가지도 못하는 배우인 저를 왜 선택했는지 모르겠어요. 일평생 고맙게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두 사람이 다 성공할 순 없는데 제 가능성을 믿고 희생해준 것이 고맙습니다. 집사람이 저 대신 빛을 잃고 제가 빛을 받았지요. 목숨 다할 때까지 사랑해줘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그렇게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부인이 희생한 결과 아들, 딸 모두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 가정을 꾸려 최근 외손녀를 보기도 했다.

“손녀딸 낳았다고 섭섭하지 않느냐고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아들 공부 잘 시키면 국가의 아들이고, 돈 잘 벌면 사돈의 아들, 웬만한 회사원 하면 며느리의 남편, 완전 백수일 때 자기 아들이라고 하잖아요. 우스개이지만 요즘 세태를 아주 잘 표현한 말 같아요.”

그는 “딸이 좋다”며 다시 ‘파’하고 웃었다.

최씨의 성공 배경에는 어머니가 있다. 어머니가 1950년대부터 70년대 중반까지 서울 명동에서 ‘은성’이라는 주점을 했는데 문인, 연극인 등 예술인과 언론인의 사랑방이었다.

“제가 출연하면 어른들의 관심이 대단했습니다. 어머니는 그것을 모니터링해서 제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평생 갚을 수 없는 은혜를 입었지요.”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그들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게 공짜술, 외상술을 준 그의 어머니의 일화는 책으로도, TV애니메이션으로도 소개돼 감동을 주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최씨에게는 연예인에게는 흔히 있는, 일반인에게도 상당수 있는 스캔들 하나 없다.

“저라고 왜 본능이 없겠습니까. 하지만 최영한과 최불암이 다른 거지요. 그런저런 기대와 관심이 제가 일탈행동을 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수사반장’에서 담배를 많이 피운다고 당시 영부인이었던 육영수 여사가 전화까지 했었지요. 박정희 대통령은 한 편도 빼놓지 않고 다 보셨다고 하고요.”

그는 ‘수사반장’과 ‘전원일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수사반장’을 하면서 인간의 운명이 참 순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것만 참으면 되는데 그것을 못해서 범죄를 저지르고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게 되는 거지요. ‘전원일기’를 하면서 가족 사랑의 필요성에 대해 절감했습니다. 문제는 정의를 향해 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려는 그런 드라마를 점점 찾기 힘들어진다는 거지요.”

그는 “‘전원일기’는 마지막 남은 그린벨트와 같았던 드라마”라며 “무책임한 ‘눈치와 코드’로 알게 모르게 없어졌다”고 한탄했다.

“사고의 매너리즘이 문제예요. 아침저녁 일일드라마 보세요. 불륜, 부도덕, 원초적인 내용에 토크쇼 등 흥미 위주 밖에 없잖아요. 더욱이 어른들이 볼만한 프로그램이 없어요. 옛것이 있어야 새것이 있는 것 아닙니까.”

최씨는 “요즘 TV를 보면 섭섭할 때도 있다”며 “TV가 잘돼야 나라가 산다”고 덧붙였다.

정말 전형적으로 보수적인 한국의 아버지 느낌이 났다. 이에 대해 그는 손사래를 치면서 “아버지나 형님처럼 사람들의 삶을, 사회를 걱정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그게 바로 보수”라고 ‘진정한 보수’의 개념을 설명했다.

“정주영 명예회장을 보세요. 그가 이룬 성과가 얼마나 대단합니까. 그런데 그분은 그것을 모두 아버지로부터 배운 농사지혜에서 얻었다고 해요. 예를 들어 아산만 방조제 건설 당시 물살이 너무 빨라 마지막 둑이 이어지지 못해 모두가 고민할 때 폐유조선에 물을 가득 채워 침몰시킴으로써 둑을 완성한 것이 ‘정주영 공법’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건설사에 전설이 됐습니다. 어떻게 그런 아이디어를 냈냐고 물었더니 논물 막을 때 지푸라기 두 개만 놓고 오면 저절로 막힌다는 아버지의 가르침에서 배웠다고 합니다. 지푸라기에 이물질이 걸려 금방 물이 막힌다는 거지요. 역시 사회에는 생활 속에서 경험한 어른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TV드라마에서 고 정주영 회장 역을 맡기도 하면서 그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많은 공부를 하고 정 회장에 이끌려 정치를 하기도 했던 최씨는 “참 훌륭한 양반”이라며 “정도를 걸으며, 순리에 따라 강력한 추진력으로 많은 일을 한 그분에 대해 따로 하나 쓰고 싶다”고도 말했다. 최씨는 “고생 끝에 성취를 한 정 회장을 통해 평범한 삶 속에 진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런 것을 소개하는 드라마가 많이 만들어져야 나라가 잘될 텐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문화부장 hyeon@munhwa.com, 사진 = 심만수기자 panfocus@munhwa.com


최불암씨는…

▲1940년 인천 출생 ▲1958년 중앙고 졸업 ▲1960년 서라벌예대 졸업 ▲1960년 한양대 영화과 입학(1980년 졸업) ▲1965년 국립극단 입단 ▲1967년 드라마 ‘수양대군’으로 방송데뷔, ‘수사반장’(1971~1989), ‘전원일기’(1980~2002) 등 ▲1990년~ 한국지역사회교육중앙협의회 이사 ▲1992~96년 14대 국회의원(국민당, 신한국당) ▲1998년~ 웰컴투코리아시민협의회 회장 ▲2007년~ 여수세계박람회 명예홍보대사, 세명대 방송연예과 초빙교수 ▲수상: 백상예술대상 남자최우수연기상(1974, 1978)·인기상(1975), 대종상 영화제 남우조연상(1978)·남우주연상(1979), MBC 명예의전당(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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