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2020.10.22 목요일
전광판
Hot Click
북리뷰
[문화] 게재 일자 : 2007년 10월 26일(金)
삶이 끝없이 무너질 땐 산티아고로 가라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 하페 케르켈링 지음,박민숙 옮김/은행나무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그곳은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의 5평 남짓한 라면집이었다. 손님이 앞에 있는데도 쉰이 갓 넘어보이는 안주인은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돼? 애들 뒤치다꺼리 하느라 평생 여행이란 걸 가본 적이 없잖아.” 설움이 복받친 듯 아예 남편의 가슴을 쥐어박으며 “언제까지, 언제까지…”를 외쳤다. 선한 눈빛의 남편은 “어 어 왜 이래, 왜 이래…”라고만 할 뿐 제대로 대답을 못했다.

이 책을 보면서 몇년전 우연히 마주친 라면집의 기억이 떠올랐다. 이 가게 안주인처럼 인생의 피곤함 때문에 자신의 삶이 물 젖은 창호지처럼 축 늘어질 때, 어느 날 문득 밑도 끝도 없는 허허로움이 밀려들 때 사람들은 삶을 뒤바꾸는 여행을 갈구한다.

저자는 독일 최고의 코미디언이자 MC, 카바레리스트(풍자 시사극인 카바레트를 전문적으로 하는 예술가)다. 스무살 때부터 쉴 새 없이 달려온 방송인생 끝에 그의 몸에 청력 약화와 담석 산통 등이 찾아왔을 때 그는 험난한 순례코스로 유명한 야고보길(산티아고길)에 도전했다. 브라질 대기업의 임원이었던 세계적 작가 파울루 코엘류가 86년 어느 날 불쑥 사표를 던지고 떠났던 여행지도, 영화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로 유명한 미국의 대스타 셜리 매클레인에게 인생의 새로운 기쁨을 줬던 순례지도 야고보길이었다.

총 42일간의 순례여정을 기록한 이 책에서 저자는 끊임없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또 신의 존재에 대한 사색과 회의, 길에서 만난 순례자들과의 우정 등 진지하면서도 위트 넘치는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소파에서 감자칩을 먹으며 TV나 본다는 데서 나온 ‘카우치 포테이토’이자 땅딸보인 저자는 11㎏이 넘는 새빨간 배낭을 메고 순례길에 나선다. 야고보길은 프랑스 생장피드포르에서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폴스텔라에 이르는 600㎞의 여정이다.

그에게 순례길은 하나의 인생여정과도 같았다. 야고보길을 걸어갈수록 산티아고에 가까워질 뿐 아니라 그 자신에게도 점점 다가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자신의 내면이 ‘파헤쳐진 공사현장’ 같다고 느끼는 그는 여행을 통해 애써 밀어냈던 자신의 어두운 그늘을 고통스러우면서도 담담한 가운데 직시하게 된다.

그에게 야고보길은 하나의 학교이기도 했다. 야고보길을 가던 도중 에콰도르에서 온 인디언 자연 의술사 루코 우르코는 마음 속에 뭉쳐진 울화를 터뜨릴 수 있는 자가 치유법을 알려줬다. 영국 리버풀 출신의 여성 앤은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을 전해줬다. “생각을 놓아라.” 이 교훈이 저자를 무념무상의 진공 상태에 들어서게 했고, 결국 신을 만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이 책은 지난해 독일에서 출간된 뒤 최근까지 200만부가 넘게 팔렸다.

예진수기자 jinye@munhwa.com
[ 많이 본 기사 ]
▶ 키우는 가축들에 몹쓸짓한 ‘짐승 농부들’ 20~41년형
▶ 윤석열 “총장은 장관 부하 아니다… 물러날 생각없다”
▶ ‘방시혁 책임론’까지… 무엇이 개미를 화나게 했나
▶ “백신 생산원료인 계란 품질이상이 사망속출 원인일수도..
▶ 박순철 지검장, 재직중 尹총장 장모 기소… ‘秋사단’ 분류..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박사방’ 무료회원 추정 20대 숨진 ..
10대 손녀 앞에서 음란행위 80대 할아..
“맞고 살았다” 前남편 성기 절단…“양..
‘적반하장’ 추미애
김봉현, 국감때마다 폭로… 민변 출신..
서울서만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자 총 3명…전..
topnews_photo 서울 강남·영등포·강서구서 사망자 각 1명씩 총 3명 인천서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자 2번째 발생…70대경북 상주·영주·안동 등 서도 백신..
mark법무장관 직책 민망한 秋… 여권 비리수사 원천차단 노림수
mark[속보]박순철 남부지검장 사의 표명…“정치가 검찰 덮어”
“백신 생산원료인 계란 품질이상이 사망속출 원인..
윤석열 “총장은 장관 부하 아니다… 물러날 생각없..
키우는 가축들에 몹쓸짓한 ‘짐승 농부들’ 20~41년형
line
special news ‘방시혁 책임론’까지… 무엇이 개미를 화나게 했..
탄식·위로에서 “방시혁 책임져라” 분노로‘역대급’ 전망, 성대한 행사에 기대 컸지만‘청포자’ 손실, 방시혁..

line
박순철 지검장, 재직중 尹총장 장모 기소… ‘秋사단..
“秋, 무슨 근거로 부실수사라 하나…나에 대해 선택..
“정치가 검찰을 덮었다”… 남부지검장 전격사의
photo_news
백두산 천지 괴물 또 출현?…“2m 괴생물체 떠..
photo_news
새끼 갖고 싶은 ‘게이’ 펭귄 부부의 웃픈 사연
line
[박경일 기자의 여행]
illust
폭죽처럼 터져버린 ‘가을 색채’… 그래도 당신만의 단풍은 남아..
[이우석의 푸드로지]
illust
뜯어라, 뼈까지 쪽쪽… 씹어라, 육즙이 뚝뚝
topnew_title
number ‘박사방’ 무료회원 추정 20대 숨진 채 발견
10대 손녀 앞에서 음란행위 80대 할아버지 ..
“맞고 살았다” 前남편 성기 절단…“양형 고민..
‘적반하장’ 추미애
hot_photo
박하선 “실연 후 ‘진짜 사나이’ 출..
hot_photo
몸무게 317kg 30대의 한탄 “배달..
hot_photo
래퍼 비와이, 비연예인과 결혼…..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