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6주년 특집-‘KOREA 2.0-사회>“성장정책으로 중산층 살려내야”

대선을 49일 앞둔 시점에서 우리 사회의 과제를 나열한다면 불신 풍조의 극복이 최우선에 놓여질 것이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싹튼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은 대기업들로 하여금 투자를 머뭇거리게 만들고, 정부와 정치권이 악용해온 계층 간 갈등과 불신은 양극화 해결을 요원하게 만들었다. 2007년 한국 사회를 흔들었던 학력위조파문은 그나마 남아있던 사회지도층에 대한 신뢰마저 무너뜨렸다.

학계·법조계·문화계의 저명 인사들은 경제회복도, 사회통합도 무너져버린 사회 신뢰 인프라 복원 없이는 회복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물질적 성장이라는 외피에 비해 의식과 문화라는 내실이 부족한 점이 우리 사회의 불신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불신 사회를 극복하기 위한 방책으로 올바른 법 질서 세우기, 풀뿌리 공동체의 복원, 질 높은 교육 제공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 사회학계 원로인 송복(70) 연세대 명예교수는 우리 사회 불신의 원인을 산업화 속도와 문화적 발전속도의 불일치라는 ‘문화 지체(lag) 현상’에서 찾았다. 그는 특히 지난 10년간 경제적으로 심화된 양극화가 이러한 불신 사회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다고 진단했다.

송 교수는 “사회적인 갈등에 따른 불신은 어느 시대 어느 곳에나 있었다. 하지만 과거 불신의 원인이 물질적 빈곤에 있었다면 현대의 불신은 학력 위조 현상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문화 지체 현상에 그 원인이 있다”며 “고도로 발달된 산업 사회에 맞지 않는 구성원들의 전근대적인 문화로 부정부패, 반칙 등이 만연하면서 사회 갈등과 불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10년간 사회 양극화의 심화는 우리 사회의 중산층을 무너뜨려 갈등을 더욱 심화시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이러한 불신 풍조를 해결하기 위해 중산층의 복원과 함께 문화적 지체 현상 극복을 위한 교육의 질 향상을 제언했다. 송 교수는 “중산층이 중간에서 사회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중산층 복원을 위해 복지를 강조하기보다는 성장에 방점을 찍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면 문화적 지체를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경쟁력을 높이고 효율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교육의 질을 높여야 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

김병채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