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6주년 특집-‘KOREA 2.0-사회>“붕괴된 가족…공동체 회복 필요”

대선을 49일 앞둔 시점에서 우리 사회의 과제를 나열한다면 불신 풍조의 극복이 최우선에 놓여질 것이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싹튼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은 대기업들로 하여금 투자를 머뭇거리게 만들고, 정부와 정치권이 악용해온 계층 간 갈등과 불신은 양극화 해결을 요원하게 만들었다. 2007년 한국 사회를 흔들었던 학력위조파문은 그나마 남아있던 사회지도층에 대한 신뢰마저 무너뜨렸다.

학계·법조계·문화계의 저명 인사들은 경제회복도, 사회통합도 무너져버린 사회 신뢰 인프라 복원 없이는 회복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물질적 성장이라는 외피에 비해 의식과 문화라는 내실이 부족한 점이 우리 사회의 불신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불신 사회를 극복하기 위한 방책으로 올바른 법 질서 세우기, 풀뿌리 공동체의 복원, 질 높은 교육 제공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 우리나라 문화계의 대표적 인물인 이어령(73) 전 문화부 장관(이화여대 석좌교수)은 우리 사회 불신 풍조의 원인을 사회적 네트워크의 붕괴에서 찾고 이를 복원시키는 것이 해결방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산업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가족과 같은 전통적인 집단이 해체되고 우리 사회에서 개인은 파편화되기만 해 속할 집단을 찾지 못하면서 자신 외에 어느 누구도 믿지 못하는 사회가 됐다”며 “특히 우리 사회가 모든 집단을 해체하면서 불신 사회가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에 가면 아파트 입주민협의회가 새로운 입주민을 심사하고 공동 방범 활동을 한다”며 “반면 우리 사회는 지역 사회, 동창회, 전문가 집단 등 풀뿌리 기본적 공동체도 붕괴되기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술가 집단의 공동체, 예일대 동창회가 제대로 돼 있었다면 신정아씨의 학력 위조가 가능했겠는가”라고 반문하고 “이러한 풀뿌리 공동체의 붕괴는 기본적인 사회적 검증과 감시 기능을 상실하게 만들었고 결국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는 사회로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이 전 장관은 사회 불신 풍조 해결책으로 가족과 이웃 등과 같은 낮은 차원의 사회적 네트워크 구축을 내세웠다. 그는 “지역, 직능 등으로 결합된 기본적인 집단(segment)이 중심이 되는 사회적 네트워크를 하루 빨리 구축해야 한다”며 “이러한 네트워크의 형성은 기본적이고 사회적인 검증과 신뢰의 틀을 만들 뿐 아니라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인 소속과 사랑의 감정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