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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취재수첩 게재 일자 : 2007년 11월 02일(金)
언론에 白旗 든 ‘쓰레기 시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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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작은 도시 힝클리 주민들은 피부병과 폐암 등을 앓고 있었다. PG&E라는 에너지 회사가 냉각탑에 사용했던 6가크롬이 지하수로 흘러들어 환경을 오염시켰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자산 280억 달러의 거대기업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벌였고 1996년 미국 역사상 배상금으로는 최대 규모인 3억3000만 달러를 받아냈다.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던 ‘에린 브로코비치’의 실제 이야기다.

맹독성 발암물질인 6가크롬을 비롯, 납과 카드뮴 등 중금속이 국산 시멘트에 다량 함유돼 있다는 문화일보 기사(10월 11, 12일 1면 참조)가 나갔다. 주무관청인 환경부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시멘트가 굳어지면 용출되지 않아 무해하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환경부는 그러나 1일 자체 조사결과, 콘크리트와 벽돌에서 중금속이 용출된 사실을 실토하고 유해 가능성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환경부가 국민 건강과 환경보다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기 바빴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환경부는 1999년 산업폐기물을 시멘트의 원료 및 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유해 중금속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

지난 5년간 ‘쓰레기 시멘트’가 사용된 186만 가구의 아파트가 신축되는 동안 아토피 유병률은 13배나 증가했다. 공장 주변 주민들은 후두암 발생률이 전국 평균보다 3배가 높고, 모발검사에서는 일반인보다 최대 4배 이상 높은 납과 6배 이상 많은 카드뮴이 검출됐다.

실제로 양회협회 조사에서도 국산시멘트 10개중 6종에서 지정폐기물보다 높은 수준의 6가크롬이 물에 녹아 나왔다.

환경부는 그러나 인체 역학조사 한번 실시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한 업체가 지정폐기물보다 6가크롬이 높게 함유된 석탄재를 수입하다 검찰에 적발됐으나 관련 법령이 없어 처벌하지 못했다. 마지못해 올 7월 개정안을 내놨지만 6가크롬에 대한 업계 자율기준을 제시하는 데 그쳤을 뿐이다.

환경부가 ‘쓰레기 시멘트’의 유해 가능성을 인정하기까지 8년이 걸렸다. 정부는 이미 많은 비용을 치렀지만 ‘환경이 곧 인권의 문제’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선 안된다.

윤석만 사회부기자 sa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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