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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07년 11월 03일(土)
제 모습 찾아가는 경복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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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복원사업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옛 경복궁의 자취가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명성황후가 시해된 역사적 비극의 현장인 건청궁이 복원돼 지난달 20일 일반인에게 공개됐는가 하면 1일엔 경복궁 창건(1395년·태조 4년) 당시의 광화문 위치와 흔적이 확인됐다.

또 광화문 기초 밑에서 다량의 고려시대 기와와 고려청자 파편이 확인됨으로써 지금의 경복궁 일대가 고려시대 남경(南京)의 중심부였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경복궁 원형 회복사업은 1989년 복원계획이 수립되면서 본격화했다. 복원 규모는 1990년부터 2009년까지 모두 93동에 이른다. 또한 문화재청은 단기 복원사업이 마무리되는 2009년부터 약 20년에 걸쳐 장기 복원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조선시대 법궁(法宮·임금이 주로 거처하고 공식 활동을 하던 궁궐)이었던 경복궁은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그저 한번 둘러보고 나와버릴 고궁에 불과한가. 그렇지 않다. 최근 출간된 ‘경복궁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책과함께)의 저자인 양택규씨는 “경복궁에는 나라를 이끈 통치자의 열정이 있고, 민초의 애달픈 삶을 일구려는 지도자의 고뇌와 연민이 배어 있다”며 “경복궁은 소일거리로 구경삼아 슬슬 지나칠 곳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서울 진선여고 교사인 그는 10여년을 거르지 않고 주말엔 문화해설사로 경복궁을 방문한 일반인들에게 궁궐을 안내하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그런 양씨가 보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경복궁에 너무 무심한 듯하다. 문화해설사라는 말이 어쩐지 화려한 느낌이 들어 부담스럽다며 안내원 또는 ‘궁궐 지킴이’로 자처하는 그는 “안내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은 외국인일 경우가 많다”고 털어놓는다.

양씨의 안내에 따라 경복궁을 찾아보자. 그는 “경복궁은 검소하면서도 부족하지 않고 화려하면서도 사치하지 않은 궁궐”이라고 말한다. 중국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이들은 흔히 자금성을 보고 그 방대한 규모에 놀라 입을 쩍 벌린다. 그러고선 “우리 궁궐은 여기에 비하면 부속건물 수준이잖아”하고 자괴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양씨는 이 같은 단순비교는 무의미하다고 강조한다. “경복궁은 중국의 궁제(宮制)를 참고했으나 답습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독자적인 철학을 읽을 수 있다”며 “전통적인 조선인의 미관과 세계관을 조화롭게 구사한 건축물”이라고 설명한다. 한마디로, 방대한 규모에 엄격한 대칭, 단호한 직선으로 삼엄한 느낌을 주는 자금성에 비해 경복궁은 음양오행과 풍수개념, 민본사상 등 한국인의 미의식을 총체적으로 융합하고 있다는 것이다. 궁궐 규모가 작다고 실망할 일도 아니다. “검약한 생활을 지향하는 성리학 정신의 발현이자 위민의 의지”라고 양씨는 말한다.

경복궁에는 또한 민족의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조선 개국초의 어수선한 시기를 거쳐 경복궁이 안팎으로 법궁다워진 것은 1426년(세종 8년)이었다. 이때부터 세종은 경복궁으로 정무처를 옮기고, 수많은 전각들을 새로 짓거나 고치는 한편 과학문화의 이기(利器)들을 설치해 경복궁의 면모를 새로이 했다. 하지만 임진왜란 이후 경복궁은 270년 넘게 폐허로 버려져 있다시피 했다.

1868년(고종 5년) 흥선대원군의 집념으로 다시 세워진 경복궁은 그러나 일제 강점기를 맞아 또한번 치욕의 세월을 견뎌야 했다. 일제는 경복궁을 해체하는 데 주력했으며, 총독부 건물로 경복궁을 가려버렸다. 심지어 경복궁 근정전 서행각 너머 궐내각사 지역에 축사를 세우고 정화조를 만들었다. 이 때문에 경복궁에는 가축 냄새가 진동하고 오물이 여기저기 발에 차였다. 광복 후에도 향원정 일대에서 미인대회가 열리는 등 푸대접을 받아야 했던 경복궁. 영욕의 세월을 딛고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경복궁을 이 가을에 다시 한번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김영번 문화부차장]]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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