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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07년 11월 07일(水)
1000년이 지나도 참∼ 곱구나 노란 단풍!
‘천년 은행’을 찾아서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충남 부여군 내산면 주암리 녹간마을을 지키고 있는 우람한 은행나무. 백제성왕 16년(538년) 무렵에 심어진 것이라고 전해지니, 대략 1500살이 되어야 하지만 수령을 1000년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먼저 심은 나무가 죽고 다시 심은 것인지, 나이 추정이 잘못된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나무에는 백제와 신라, 고려의 멸망을 비롯해 동학과 의병 봉기 등 나라에 변고가 있을 때마다 징후를 보였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1000년의 아득한 시간을 건너온 나무가 있습니다. 거슬러 올라가자면 고려시대쯤입니다. 이즈음 가을의 마지막을 알리며 샛노랗게 물들어가고 있는 은행나무. 그 나무가 바로 1000년의 세월을 건너온 나무입니다. 누구는 주목이라고 하고, 또 누구는 느티나무라고 하지만, 이 땅에서 가장 오래 사는 나무를 꼽자면 단연 은행나무입니다.

동의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은행나무는 참 특별합니다. 초등학교 교정이나 관청에 한 그루쯤은 서있는 은행나무는 도심에도 가로수로 심어져서 흔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십니까. 우리 땅에는 은행나무들이 모여서 숲을 이룬 곳은 단 한 곳도 없답니다. 왜일까요. 이렇듯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은행나무로 이뤄진 숲이 없다니요. 그건 바로 은행나무가 우리 땅에서는 스스로 싹을 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땅의 수많은 은행나무가 가을이면 무수히 많은 열매를 달지만, 그 열매가 땅에 떨어져 스스로 싹을 틔우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고생대인 3억년 전쯤 생겨났다는 은행나무는 공룡이 이 땅의 주인이던 쥐라기에 가장 번성했답니다. 그러던 것이 빙하기 때 대부분 멸종됐고 중국 저장(浙江)성 일대의 좁은 지역에서만 겨우 살아남았습니다. 지금도 자연상태의 은행나무 자생지는 세계에서 그곳이 유일합니다.

일찌감치 수천년 전에 우리 땅에서 멸종됐던 은행나무는 중국에서 유학과 불교가 들어오면서 문묘와 향교, 사찰에 한두 그루씩 사람의 손으로 심어져 다시 번성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1000년을 건너온 늙은 거목 은행나무들은 모두 누군가의 손으로 심어진 것입니다. 그 은행나무를 심은 이들은 그 나무가 1000년의 시간을 지나 그곳에 그대로 우뚝 서있을 것을 믿었을까요. 그 오랜 세월, 인간사를 다 지켜보고 묵묵히 늙은 거목이 돼서 서있게 될 줄을 알았을까요.

이번 주에는 은행나무 거목을 찾아나섭니다. 가지를 부챗살처럼 펼치고 있는 강원 원주시 문막읍 반계리의 은행나무부터 영월군 영월읍의 한가운데 자라고 있는 은행나무. 또 초등학교 교정에서 깔깔거리는 아이들과 함께 자라는 충북 괴산의 은행나무, 그리고 충북 영동의 아담한 절집 앞의 은행나무와 충남 금산의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곁에 서있는 은행나무, 그리고 충남 아산의 맹씨 행단의 두 그루 은행나무까지…. 참 바쁘게 돌아봤습니다.

이 땅의 늙은 은행나무들은 저마다 하나쯤의 사연을 갖고 있었습니다. 거대한 나무 둥치 속에 귀 달린 흰 뱀이 산다는 전설부터,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마다 우우 울음소리를 낸다는 이야기며, 치성을 드리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것까지…. 또 어떤 은행나무는 우물을 메우고 심은 것이라고 하기도 하고, 또 다른 나무는 고승이 지팡이를 꽂아서 자란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연은 저마다 제각각이지만 늙은 거목들의 압도적이고, 위풍당당함은 그야말로 대단했습니다. 그 압도의 정체는 엄청난 크기도 그렇지만, 그 나무가 자라온 1000년이란 시간의 깊이 때문이겠지요.

원주·영월·영동·괴산·금산·부여·아산= 글·사진 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
e-mail 박경일 기자 / 문화부 / 부장 박경일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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