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주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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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무소’란 이름이 이 땅에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서울시의 행정동 제도가 시행된 195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4월18일 시 조례 제66호에 따라 ‘동회(洞會)’를 ‘동’으로 바꾸는 한편 각 구청에는 행정동을 따로 둠에 따라 행정 사무를 맡아 보는 곳을 동사무소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이후 일제 강점기의 ‘정회(町會)’를 대신해 1946년 8월15일부터 불러오던 동회라는 이름은 잊어졌다.

이제 동사무소라는 명칭도 52년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정부가 지난 9월1일부터 동사무소를 ‘동주민센터’로 바꾸기로 했기 때문이다. ‘주민 중심의 통합 서비스 제공 기관’임을 잘 나타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바꾼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전국 145개 시·구 산하 2166개 동사무소의 간판과 길거리 안내판까지 교체하는 데는 적지 않은 정부 예산이 든다.

예산 외에 또 다른 문제는 ‘센터(center)’라는 외래어다. 1952년 일본에서 ‘일본 공산당 당성 고양 문헌’에 이 말이 등장했을 때의 모습은 ‘선전센터’ ‘문화센터’였다. 침(針) 또는 초점이란 뜻을 가진 그리스어 ‘켄트론(k？？tron)’이 라틴어-프랑스어-영어를 거쳐 일본에 상륙하면서 의미분화가 일어난 것. 한국에서는 축구·배구·농구 등의 구기에서 중앙의 위치, 또는 그 위치에 선 선수를 가리킨다. 동시에 물건이나 음식을 나타내는 이름 뒤에 붙어 그것을 파는 곳임을 나타내기도 한다. 치킨센터·분식센터·회센터처럼…. 최근 들어서는 클리닉센터·컨벤션센터 같이 특정 장소에 ‘-센터’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그러나 정부 관서의 이름으로 사용하기에는 자연스럽지 않다.

한글문화연대 등 시민단체가 나선 것도 그 때문이다. 이들은 강력히 주장한다. 공공기관의 이름은 외국어나 외래어가 아닌 우리말로 지어야 한다며 ‘동사무소’를 버리고 ‘동주민센터’로 바꾸지 말라고. 내쳐 “정부가 외래어를 사용하는 데 30억원을 낭비하고 있다”며 ‘동사무소 명칭 변경 반대 100만명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현 정부는 한글 전용에 관한 법을 흡수한 국어기본법을 제정, 시행하는 등 우리말에 대한 관심을 어문정책에 반영했다. 그런데 임기 끝 무렵에 와서는 행정 기관의 이름에 치안센터·119안전센터·주민센터 등으로 외래어 덧칠을 하고 있다.

[[황성규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