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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지구촌 전망대 게재 일자 : 2007년 11월 23일(金)
세계화와 전신회사 웨스턴 유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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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웨스턴 유니언사는 모스 부호를 이용한 전신회사였다. 19세기말 미 동부와 서부를 전보로 이어준 당시 최첨단 기업이었다. 하지만 전화, 팩스, 그리고 인터넷까지 등장하면서 이 회사는 1992년 부도가 났고 3년 뒤 콜로라도의 한 기업이 인수해 국제송금회사로 재탄생했다. 그리고 이제는 연간 10억달러(약 9000억원) 규모의 흑자를 내는 알토란 회사가 되었다.

웨스턴 유니언의 성공담은 세계화의 명암을 보여주고 있다. 이 회사의 주요 고객이 바로 미국의 불법체류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남미, 동남아 등의 가난한 나라 출신 불법체류 노동자들이 미국의 3D 업종에 종사하면서 힘들여 번 돈을 본국의 가족들에게 보낼 때 바로 이 회사 창구를 이용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빈국 출신 이민노동자들이 본국에 보낸 송금액 추산규모는 3000억달러(약 270조원). 세계화 조류 속에서 국제 노동력 이동이 얼마나 엄청난 규모인지 보여주는 수치다. 이 금액은 세계 각국의 해외원조 예산을 합친 것보다 3배나 많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바로 웨스턴 유니언의 역할이다. 이 회사는 그동안 빈국 출신 이민노동자의 본국 송금액에서 고율의 수수료를 떼면서 노동자를 착취한다는 비난을 사왔다. 수수료율은 평균 6%, 때로는 그보다 서너배나 되었다. 1998년에는 달러송금액을 본국 화폐로 환전하면서 환율을 속이는 방법으로 거액의 불법이득을 취했다는 소송에 휘말기도 했다. 엄청난 흑자도 알고 보면 이런 속임수와 엄청난 송금수수료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 정작 ‘착취대상’이었던 고객들은 이 회사를 정말 애용하는 모양이다.

웨스턴 유니언사 서비스의 장점은 신속한 송금, 그리고 폭넓은 체인망이다. 뉴욕에서 송금하면 필리핀의 가족들은 하루만에 돈을 찾을 수 있다. 체인망도 세계화의 상징들인 맥도널드, 스타벅스, 버거킹, 월마트를 다 합친 것보다 5배나 많다고 한다. 전세계적으로 32만개의 체인망이 있는데 중국의 우체국망, 그리고 식품점 체인도 포함돼 있다.

정작 흥미로운 대목은 웨스턴 유니언이 미국내에서 불법체류노동자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웨스턴 유니언사는 빈국 출신 노동자들의 행사를 후원하고 불법체류 노동자들이 법적대응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아예 불법이민단속을 강화하는 방향의 이민법안을 주도한 정치인을 선거에서 떨어뜨리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기도 하고 불법체류 이민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의 이민법 개정운동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용한 비용이 지난 5년 동안 10억달러다.

웨스턴 유니언은 과연 빈국 출신 이주 노동자들의 착취자인가, 옹호자인가. 불법이민자들을 위한 각종 활동에 열심이다 보니, 이 회사를 비난한 시민단체는 오히려 외면을 당하는 실정이다. 이른바 ‘시민단체’로부터 ‘악덕’으로 비난받던 기업이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역설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애덤 스미스는 경제활동에서 이윤 동기의 사회적 미덕을 강조했다. 만약 미국 정부나 의회가 ‘시민단체’의 주장대로 웨스턴 유니언사의 송금수수료율을 강제로 통제했거나 혹은 단속했다면 불법체류 노동자들은 더 행복해졌을까. 그리고 이들의 본국송금만 쳐다보는 모국의 가족들은 더욱 윤택해졌을까. 실제 웨스턴 유니언의 수수료율은 다른 송금회사들과의 경쟁때문에 낮아지고 있다. 이제는 송금회사들끼리 ‘고객만족’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시장은 때때로 가혹하고 부족하다. 그래도 ‘시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위정자들의 ‘좋은 명분’ 때문에 고생해 온 한국인들이 한번 쯤 생각해볼 만한 대목이다.

[[최형두 / 워싱턴 특파원]] choihd@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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