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점탓’에 울고…‘1점덕’에 웃고…

7일 오전 200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배부되자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은 크게 술렁거렸다. 특히 올해 처음 시행된 수능등급제의 경우 1점차에 수능 등급이 달라지면서 학생들의 희비가 크게 교차했다. 학생들은 또 자신이 받은 등급으로 어느 대학을 갈 수 있을지 가늠하지 못해 혼란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교사들도 배치표와 입시요강을 짚어가며 진학 지도 방향을 짜느라 고심하고 있었다.

◆1점차로 엇갈린 등급 = 오전 10시쯤 수능 성적표를 넘겨받은 학생들은 1점차에 등급이 엇갈리는 결과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휘문고 3학년 학생 박주호(18)군은 “언어영역에서 89점을 받았는데 1점차로 2등급이 나왔다”며 “6점이나 차이나는 83점을 받은 학생과 같은 취급을 받게 돼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최저점에 걸린 학생들의 표정은 밝았다. 이 학교 이정준(18)군은 “언어영역에서 커트라인인 90점을 받아 1등급을 받게 됐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등급제로 인해 수능이 변별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면서 학생들은 논술 공부에 전념하겠다는 반응도 보였다. 유효준(18·휘문고 3)군은 “수시에 지원했는데 수리 ‘나’영역에서 2등급이 나와 힘들게 됐다”며 “앞으로 논술 학원을 다니면서 입시를 준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등급제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고 3학년 이광(18)군은 “(등급제의)실험용이 됐다는 불만이 체념으로 바뀐 지 오래다”며 “한 번의 실수로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없다는 것에 모두 불만이 많다”고 지적했다.

가채점과 다른 점수를 받은 학생들은 벌써 재수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서울 종로구 필운동 배화여고 3학년 최모(18)양은 “성적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재수를 고민해야 겠다”며 굳은 표정아래 교실을 나가 버렸다. 일부 학생은 가채점 결과와 다른 결과가 나오자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다.

◆진학상담 교사들도 혼란 = 고3 담임 교사들은 수능 성적이 발표되는 7일 오전 이른 시간부터 학교에 나와 진학 상담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교사들은 입시 전문기관에서 나오는 배치표와 각 대학에서 배포한 입시 요강 등 참고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면서 진학 지도 방향을 고심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교사들은 올해 처음 시행된 수능 등급제를 감안한 듯 동점자 처리 기준, 학교별 영역별 가중치 등을 자세하게 살폈다. 교사들도 자신의 반 학생들이 1점 차이로 등급이 갈리자 희비가 크게 교차되는 모습이었다.

한상남(50) 여의도고 3학년 학생부장 교사는 “15년간 학생들 진학 지도를 했는데 올해보다 어려운 해는 없었다”며 “수능 등급제가 시행돼 학생이 전국적으로 어느 수준인지 가늠할 수가 없기 때문에 올해 진학지도는 정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태준(36) 배화여고 3학년 담임 교사도 “등급별로 수준이 비슷한 학생이 몰려 있어 논·구술 시험이 중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하지만 다른 학교 학생들의 논·구술 실력을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진학 지도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김병채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