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해 기름띠 확산 비상>엉터리 예측-안일한 대응…‘재앙’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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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07-12-1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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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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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역 주민과 공무원들이 지난 9일 충남 태안군 신두리해수욕장에서 오염물질 제거작업을 벌이고 있다. 태안=김동훈기자


사상 최악의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사고가 사흘째로 접어든 가운데 정부의 안이한 예측과 이에 따른 미흡한 초기 대응이 사고를 키운 인재(人災)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사고원인을 둘러싸고 정부와 민간기업사이에 책임공방까지 벌어지고, 정부의 방제능력도 도마위에 오르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10일 해양수산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7일 오전 허베이 스피리트호에서 1만500㎘가 유출된 기름유출사고는 9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서산 가로림만~태안 남면 거아도 해안선의 167㎞구간에 걸쳐 피해를 입힌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피해 예상어장은 태안군 273개소, 서산시 112개소 등 385개소에 4823㏊로 확인됐다. 유류방제 작업에 많은 인원이 투입돼 어업피해를 세밀하게 하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굴, 바지락, 전복, 해삼 등을 키우는 어장에 대한 실제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피해가 예상을 뛰어넘는 데도 불구, 사고를 처음 접한 정부의 인식은 매우 안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양경찰청은 7일 “물결과 바람을 감안해 모의시험을 한 결과, 기름띠가 해안에 도착할 경우 24~36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예상을 보기좋게 비웃듯 기름띠는 빠른 파도와 바람을 타고 사고 발생 13~14시간 만에 해안에 밀려들기 시작했다. 기름이 겨울이라 응고돼 확산이 더딜 것이란 섣부른 낙관이 보기좋게 빗나간 것이다.

피해규모도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해수부 관계자는 “유류오염 피해는 유출된 기름이 확산돼 해안가에 부착됐을 경우 가장 크다”면서 “씨프린스호의 경우 해안에 좌초돼 해안가에 곧바로 피해를 입혔지만 이번 사고는 바닷가로부터 10㎞ 떨어져 있어 해안가의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규모 산정이 현재로선 쉽지 않을 정도로 크다.

기름도 7일 낮 12시부터는 추가 유출이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9일 오전 7시30분쯤 1번 탱크에 난 길이 30㎝, 폭 3㎝의 구멍을 나무로 틀어막은 뒤에야 유출을 막았다. 기름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방제 역시 허둥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렸다. 우리나라의 초기방제능력은 3일간 해상에서 1만6500t의 기름을 회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해수부는 밝혔다. 그러나 8일 오전 7시 기준으로 7200여명의 인력과 회수기 5대를 투입하고, 1800m의 오일펜스를 친 후 거둬들인 기름은 225t에 불과해 방제능력이 형편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와 관련, “정부가 1995년 씨프린스 사고후 방제능력을 2000년까지 2만t으로 높이겠다고 했다가 예산상의 이유로 4번이나 달성시기를 바꾸더니 2011년으로 미뤘다”면서 “차일피일 방제능력 확보계획을 미루다 결국 대재앙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해경 역시 어민들의 신고를 받고도 방제도구 설치 등에서 발빠른 초동 조치를 하지 못했다.

수사가 진행중인 해수부 산하 대산지방해양수산청 항만관제센터와 사고선박인 삼성 T-5 등과의 교신 실태 등 사고 원인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해양전문가들은 통신두절과 함께 예인선과 바지선을 연결하는 와이어의 노후나 불량에 따른 절단중 하나의 원인이 사고를 야기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두 사안 모두 ‘안전불감증’과 직결된 것이라 수사 결과에 따라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민종기자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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