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충남 태안군 만리포해수욕장에서 한 자원봉사자가 만조로 인해 방제작업이 끝난 태안군 만리포해변에 홀로 남아 기름을 걷어내고 있다.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 8일째를 맞으면서 인근 안면도와 보령 연안까지 오염피해가 계속 확산되고 있다. 일거에 5만 드럼 분량의 기름폭탄을 맞은 태안 앞바다의 황금어장과 해수욕장, 천혜의 생태계가 오염피해로 신음하고 있다. 기름찌꺼기를 치우는 데 얼마나 긴 세월이 걸릴지 가늠하기 어렵다. 또 오염 범위가 어디까지 확산될지와 ‘오일볼’ 등에 의한 2차오염 문제도 심각하다. 자원봉사 방법과 준비요령도 챙겨야 할 사항이다. 향후 보상 산정에 필요한 대처요령도 피해주민들이 알아둬야 할 대목이다.

1. 현재까지 피해 현황은
사고 수습에 나선 충남도가 14일 밝힌 피해상황 종합자료에 따르면 기름띠로 오염된 해안선은 현재 서산 가로림만~태안 안면읍 내파수도 연안 해안선 167㎞에 이른다. 태안지역 5개 읍·면 227개소의 양식어장과 서산지역 3개 읍·면 112개소의 어장 등 총 3741㏊가 파괴됐고, 만리포 등 15개의 해수욕장도 백사장이 오염됐다. 충남도는 아직 오염이 미치지 않은 태안지역 221곳의 양식어장 (2978㏊)도 언제든지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향후 태안·서산지역 양식장 피해는 약 700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2. 기름띠 어디까지 집어 삼킬까
사고 해역인 태안 앞바다는 겨울철이면 지속적으로 강한 북서풍이 부는 지역이다. 사고해역에서 주로 남쪽으로 퍼져나간 기름띠는 사고 발생 8일만에 보령 해역인 원산도와 삽시도 근해까지 남하한 것이 확인됐다. 전북 연안도 조만간 위험권에 들 수 있다.

3. ‘오일볼’을 통한 2차오염이란
원유 가운데 휘발성 물질은 날아가고 무거운 성분이 바닷속 염분 등 불순물과 뭉쳐 생기는 ‘폐유괴’를 오일볼이라고 한다. 오일볼이 풍화과정을 거쳐 단단히 굳어진 ‘타르볼’도 생태계를 파괴시킨다. 탁구공, 야구공 크기의 오일볼, 타르볼은 오랫동안 바다 속을 굴러다니며 물고기나 해조류를 죽이고, 플랑크톤을 오염시켜 먹이사슬을 파괴한다. 또 기온이 상승하면 수면 위로 떠오른 뒤 터져 양식장이나 어장에 2차 오염피해를 줄 수 있다.

4. 기름제거 언제 끝날까
이번 사고로 유출된 기름 양은 1만500㎘로 1995년 7월 전남 여수앞바다에서 발생한 유조선 씨프린스호 좌초 사고(5000㎘) 때에 비해 2배에 달한다. 현재까지 수거량은 폐유 1282t에 불과하다. 유흡착포 7916t이 수거됐지만 흡수된 기름은 이 중량의 10%이하로 추정된다. 긴급 방제작업은 앞으로 2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서해안 일대 생태계가 원상태로 회복되려면 최장 100년 이상 걸릴지도 모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어민들이 생업에 복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연환경이 형성되는 시기도 7~10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5. 유(油)처리제의 안전성은
유처리제는 해상에 유출된 기름을 잘게 분해하는 약품으로 사고현장에서 사용한 유처리제는 모두 9만5156ℓ에 이른다. 기름띠의 급격한 확산을 막고 방제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해안에서 8㎞ 이상 떨어진 해상에서 집중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환경단체 등에서 제2의 환경파괴 논란을 제기하며 사용자제를 요구하고 있다. 잘게 나눠진 입자는 물과 섞인 뒤 수면 아래로 내려가는 과정에서 광범위한 유막을 만들어 또 다른 생태계 파괴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6. 자원봉사 신청요령은
기름방제작업 봉사활동 희망자는 태안군청 자원봉사접수창구를 통해 신청해야 한다. 태안군에 자신이 원하는 봉사 날짜를 알려주면 그날 일손이 부족한 현장을 안내해준다. 봉사분야도 기름제거, 급식봉사, 음료봉사, 의료봉사, 기타봉사 등으로 다양하다. 따라서 사전에 본인이 희망하는 분야를 선택해 신청하면 된다. 현장에 도착하면 군청과 읍·면사무소에서 파견나온 통제관의 지시에 따라 작업을 시작하면 된다. 자원봉사신청전화 041-670-2644~7, 태안군청 홈페이지(www.taean.go.kr).

7. 자원봉사자의 필수준비물은
방제본부는 장비가 부족한 만큼 자신이 쓸 장비와 물품은 직접 준비해올 것을 당부했다. 장화와 장갑(면장갑, 고무장갑), 마스크, 모자는 필수적이다. 버려도 되는 헌옷을 입고 방제복이 부족한 만큼 우비를 준비해오면 좋다. 쓰레받기와 바가지, 양동이, 마대자루 등을 챙겨오면 좋다. 또 늦게 도착하면 밀물이 들어와 작업이 불가능해지므로 물때를 잘맞춰 현장에 도착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틀 이상 숙박을 원하는 장기 자원봉사자들에게 숙박장소를 제공하는 것도 어려운 실정인 만큼 당분간은 숙소도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8. 향후 손해배상 절차는
유류 오염과 국제법상 유조선 소유자와 관련 국제기구에 배상책임이 있고, 이들은 사고원인 제공자측에 구상권을 청구한다. 이에 따라 사고 선박인 유조선 ‘허베이 스프리트’가 가입한 선주상호책임보험(P&I)과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펀드)으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다. 어민들은 양측으로부터 최대 3000억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책임보험사측은 사고 원인을 제공한 삼성중공업에 구상권을 청구하게 된다.

보상 절차는 가해자와 피해자 측 보험사, IOPC펀드가 지정한 손해사정 업체가 사고 현장에서 방제비용과 피해상황 등을 실사해 배상액을 산정한다.

9. 어민 등 피해주민들의 보상대비책은
어민들은 실사에 대비해 자신들의 소득을 증명할 거래증명, 소득증명, 수산물 물품운송장 등을 최대한 확보해야 하며 양식장 등에 대한 사진 등 영상자료도 갖춰야 한다.

또 피해 어민과 상인 등이 손해배상을 청구해 배상액을 합의하고, 합의가 결렬되면 최종 판결까지 수년이 소요되는 민사소송으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어민들이 IOPC펀드 실사단이 오기전에 양식장 등 피해현장을 절대 치우면 안된다”며 “제대로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한다”고 조언했다.

10. 씨프린스호 사고때 보상결과는
지난 1995년 5000여t의 원유가 유출된 씨프린스호 사건의 경우 당시 남해안 어민들은 피해 실사를 통해 사고 1년뒤인 지난 1996년 총 3974건의 피해에 대해 총 756억원(어민 707억원, 비어민 46억원) 규모의 배상청구를 광주지법 순천지원과 사고 해운사인 호유해운과 IOPC펀드측에 제출했다.

그러나 97년 3월 IOPC펀드측이 사정한 피해액은 153억원에 불과했고, 법원도 이를 대부분 인정해 실제 손해보상률은 어민청구액 20%선에 불과했다. 숙박·식당업주 등 비어업종사자들이 받은 최종 보상금은 5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입증이 쉬운 방제비용은 거의 청구액에 가까운 212억원이 지급됐다.

태안 = 김창희기자 chkim@munhwa.com
사진 김동훈기자 dh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