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내리는 크리스마스

나재환(55·경기 성남시)씨는 24일과 25일 크리스마스 기간에 전달할 도시락을 마련하느라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씨가 준비하는 도시락은 가족들이 아니라 휴일 동안 끼니를 거르기 쉬운 결식아동과 독거노인들을 위한 것. 나씨는 “크리스마스 때 오히려 불우한 이웃들이 더욱 소외받는 것을 느꼈다”며 “작은 일이지만 누군가에게 기쁨을 전해줄 수 있다는 보람만은 무척 크다”고 미소를 지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가족이나 연인과 시간을 보내기보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사랑을 나누는 시민들이 늘어 눈길을 끌고 있다.

국제구호단체인 월드비전에는 방학과 크리스마스가 겹치면서 점심을 굶기 쉬운 결식아동과 독거노인에게 사랑의 도시락을 전달하려는 자원봉사자들이 나씨를 포함, 100여명이나 몰렸다. 이들은 바쁜 와중에도 월드비전에서 제공한 도시락을 크리스마스부터 연말까지 매일 결식아동들의 집에 배달하는 일을 자청했다.

주부 김상숙(40·안양시 만안구)씨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중학생인 두 자녀와 함께 돼지저금통을 깼다. 김씨는 아이들과 함께 이 돈을 아름다운 재단에 기증했다. 김씨는 “이웃들과 사랑을 나누는 크리스마스가 되도록 하지고 아이들에게 이야기했더니 선뜻 돼지저금통을 깨더라”며 ”조금씩 받아 아껴 모은 용돈을 이웃들을 위해 내놓은 아이들이 대견스러웠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재단에는 24일 오전 동안에만 시민들이 기증한 돼지저금통이 40개가 넘게 모였다. 아름다운 재단은 오는 28일을 아예 ‘돼지잡는날’로 정하고 돼지저금통을 기부받아 독거노인 등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크리스마스를 원유 유출 피해가 큰 태안반도에서 보내려는 사람들도 줄을 잇고 있다. 삼육대는 총장과 학생들이 크리스마스를 태안반도에서 지내기로 하고 충남 태안군 소원면 모항지역으로 내려왔다. 김시현 삼육대 부총학생회장은 “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크리스마스에는 사랑과 봉사를 실천하고 싶다며 몰려 놀랐다”고 말했다. 국학평화봉사단원 100여명도 24일과 25일 태안반도 구름포 해수욕장에서 원유제거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손재권기자 gjac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