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축소’ 홍보처 ‘폐지’ 금감위 ‘조정’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3일 국무총리실의 규모와 기능을 대폭 축소하고 국정홍보처는 폐지하며 금융감독위원회는 경제부처 통폐합 등을 감안해 기능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의 위상 조정과 총리실의 역할축소는 청와대의 정책수립 및 조정기능 강화로 연결될 것으로 보여 1월 중순쯤 초안을 마련할 예정인 정부조직개편 작업이 주목된다.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은 3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축소냐 강화냐 등 세부적인 내용은 작업 중이지만 정부조직 슬림화가 필요하고 그 방향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홍보처 폐지는 대통령 공약사항”이라고 말해 폐지 방침이 확정적임을 내비쳤다.

해외홍보 기능은 문화관광부 등 다른 부처에 통합될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 “이제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고 국민의 알권리가 제한받는 것은 결코 안된다”며 “이제 관제홍보시대는 끝났다”고 강조했다.

또 인수위 고위관계자는 “현행 총리실은 청와대와 업무 중복이 너무 많다. 이해찬 전 총리 때 기능이 대폭 강화됐는데 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현재 622명에 달하는 총리실 정원 가운데 현 정부들어 국무조정실 등에 파견된 300여명의 공무원을 원대복귀시키고 47개에 달하는 총리실 산하 위원회는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정리하고, 2월 현 정부 출범을 전후해 전면 폐지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민정과 정무기능 등 업무가 상당부분 겹치는 청와대와 총리실의 이중구조를 바꿔 중복된 기능은 청와대 등 한쪽으로 정리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인수위의 다른 관계자는 “실용, 효율을 기준으로 볼 때 현 총리실은 너무 비대해져 있다. 헌법이나 정부조직법상 규정된 총리의 역할, 총리실의 기능에 맞춰 정부를 운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 정부의 ‘분권형 총리’ 정신에 따라 총리실이 비대해진 데 기여한 국무조정실 기능은 청와대에서 직접 관장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 경우 ‘강한 청와대’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 관계자는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핵심과제로 설정한 규제개혁 관련 부서나 위원회는 오히려 기능이 강화되고 청와대가 직접 담당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한편, 인수위는 이날 이른바 ‘2008년 신 발전체제’로 상징되는 이명박 대통령당선인의 국정철학을 정리하고 구체화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별도 운영키로 했다. 강승규 인수위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 당선인이 대선과정에서 밝혔던 국정목표와 철학을 정리해 향후 5년간 새정부의 국정운용 기조로 삼을 수 있도록 전문가 TF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 부대변인은 “국가경쟁력 향상을 목표로 하되 경쟁에서 소외된 약자들을 배려하는 ‘포용적 자유주의’와 이념을 뛰어넘는 ‘창조적 실용주의’ 등을 국정목표와 철학으로 정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협·양성욱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