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왜 다시 세종인가

세종대왕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근 1주일 사이에 출간된 책만 하더라도 ‘세종처럼-소통과 헌신의 리더십’(박현모 지음, 미다스북스), ‘이도 세종대왕-조선의 크리에이터’(이상각 지음, 추수밭), 소설 ‘대왕 세종’(박충훈 지음, 가림) 등 3종이나 된다. 지난해 말에도 세종의 리더십을 다룬 ‘나는 조선이다-조선의 태평성대를 이룩한 대왕 세종’(이한 지음, 청아), 조선시대 임금과 신하간 정치투쟁사를 다룬 ‘왕의 투쟁’(함규진 지음, 페이퍼로드) 등이 발간됐다.

책들은 한결같이 세종의 업적을 열거하고, 그 위대함을 찬송하고 있다. ‘세종처럼’에선 조선왕조실록 속에 나타난 세종의 모습을 신하들과의 소통, 백성에 대한 헌신, 국가의 최고경영자로서의 리더십 등 세 가지 관점에서 낱낱이 분석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세종이 왕위에 올라 첫번째로 한 말이 ‘의논하자’는 것이었다. “내가 인물을 잘 알지 못하니, 좌의정·우의정과 이조·병조의 당상관과 함께 의논하여 관리를 임명하고자 한다”고 했다는 것.

저자인 박현모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교수는 “이미 스물두 살의 나이로, 당대 최고의 학자인 변계량으로부터 학문적 능력을 인정받았고, 부왕 태종으로부터도 ‘정치의 대체(大體·기본이 되는 큰 줄거리)를 안다’고 인정받았던 세종이 ‘인물을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은 겸손의 말이었을 것”이라며 “아마도 세종은 신하들의 의견을 들음으로써 그들의 동참을 촉구하는 한편 정치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더불어 함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역설하려 했던 것이 아닐까”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도 세종대왕’의 저자 이상각씨는 서문에서 “세종의 위대함은 인간적인 고뇌를 연산군처럼 활활 토해낸 것이 아니라 처절한 자기 수련을 통해 극복했다는 데 있다”며 “재위 기간에 그가 이룬 수많은 치적은 뛰어난 재능뿐만아니라 투철한 자기의지의 소산”이라고 극찬하고 있다.

저자의 상상력이 한껏 가미된 이 책은 세종의 마음까지 읽어내는 독심술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세자가 되기 전 대군의 신분인 충녕(세종)은 이렇게 읊조린다. ‘만일 내가 왕이 된다면 뭘 할 수 있을까?’ 언젠가 충녕은 이런 생각을 했다가 흠칫 놀라며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앞에는 둘째 형인 효령대군도 있지 않은가. 딴생각 하지 말고 열심히 책이나 읽자….

논픽션인 대중역사서의 상상력이 이 정도니 소설로 다룬 세종의 일대기는 가히 짐작할 만하지 않은가. 그렇다고 작가적 상상력을 크게 탓할 일만은 아니다. 그만큼 세종의 업적을 일반인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고 싶은 욕구가 앞섰기 때문이리라. 따라서 사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 어느 정도의 픽션은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세종에 대한 책들이 왜 하필이면 정권교체기에 이처럼 각광을 받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만큼 국가적 리더십에 목말라 있는 세간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책들이 날개에 달고 있는 문구들도 한결같이 ‘세종의 리더십’을 내세우고 있다. ‘2008년 대한민국이 원하는 단 하나의 리더’ ‘대통령도 본받고 싶은 리더십의 전형’ 등 제발 ‘성군(聖君)’같은 지도자가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을 대변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세종은 왕조시대의 임금이었다는 점이다. 각 집단의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대와는 판이했던 상황이다. 세종이 하나의 준거틀이 될 수는 있지만, 무조건 칭송하고 본받기만 하면 되는 것처럼 강변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를 야기하지 않을까.

[[김영번 / 문화부 차장]]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