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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동윤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08년 01월 21일(月)
신뢰잃은 시민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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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자연보호협회(The Nature Conservancy)는 1951년 10월22일 미국 워싱턴에서 발족, 미국 50개주는 물론 전 세계 30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세계 최대규모의 환경단체다. 처음에는 다른 단체와 사무실을 같이 쓸 정도로 보잘 것 없는 규모였으나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경고한 레이첼 칼슨의 ‘침묵의 봄(The Silent Spring·1962)’ 이후 환경문제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덩치를 키우기 시작했다. 1970년대 70여명의 직원으로 꾸려가던 자연보호협회는 지금은 700여명의 과학자를 포함, 3200명의 직원과 전 세계에 500개가 넘는 사무실을 두고 회원수도 100만 명을 돌파한 공룡 비정부기구(NGO)로 성장했다.

미국에서 가장 신망받는 NGO중 하나였던 이 협회는 그러나 2003년 5월4일부터 3일간 시리즈로 이어진 워싱턴포스트의 폭로기사 때문에 위기를 맞았다. ‘기업과 결탁해 자산을 불려왔고 보존을 위해 기금으로 매입한 땅을 개발, 수십억 달러를 축적했다’는 첫 보도에 이어 ‘단체의 임원들은 기금을 싼 이자로 빌려 써왔고 협회가 보유한 개발제한구역 내 땅을 헐값에 사 저택을 지었다’는 3일째 기사는 신뢰가 생명인 협회에 결정타를 날렸고 미국인들은 실망감을 넘어 공분을 느꼈다.

한국의 NGO들도 비슷한 길을 가고 있는 것 같다. 1987년 이후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본격적으로 등장한 한국의 시민운동은 문민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며 그 숫자가 2만개에 달할 정도(‘시민의 신문’연감)로 르네상스를 맞았다. 민주화 이전 재야운동과 오버랩된 시민운동은 높은 도덕적 권위를 가질 수 있었고 국민의 신뢰 또한 높았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정부에 대한 감시자 역할’이라는 본질을 외면하고 스스로 권력의 옷을 입으면서 변질되기 시작했다.

참여민주주의를 8대 국정과제로 제시한 김대중 정권은 시민단체 출신을 청와대 비서관, 장관에 임명하고 각종 대통령 자문위원회에 영입해 시민단체를 제도권에 들여 놓았다. 2000년에는 ‘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을 만들어 100여 시민단체에 연간 75억원의 사업비도 책정했다.

정부의 든든한 재정적 후원을 등에 업은 시민단체는 2000년 412개 단체가 총선시민연대를 만들어 제15대 총선에서 현행법을 어기면서까지 낙천·낙선운동을 펼쳐 대상자 86명 중 59명을 탈락시키는 정치적 힘을 과시했다.

2년 뒤 여중생 2명이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지자 250개 단체로 범국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연일 촛불집회를 벌여 결과적으로 제16대 대통령선거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었던 2003년 1월6일 시민단체연합 신년 하례식에 참석, “시민운동의 축적이 없었으면 당선될 수 없었다”고 인사말을 할 정도였다.

시민단체의 대표격인 참여연대의 전·현직 임원 416명중 지난 10년간 청와대나 정부기관에 진출한 인원은 총 313명이나 됐다.(‘참여연대 보고서’ 연세대 사회학과 유석춘 교수)

그러나 시민단체는 권력을 가졌으나 신뢰를 잃었다. 삼성경제연구소와 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가 매년 실시하는 ‘한국종합사회조사’에서 2004년까지 신뢰도 1위를 고수했던 시민단체는 2006년 5위에 이어 2007년에서 6위로 떨어졌다.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2007년 실시한 ‘IMF 10년, 한국사회 어떻게 변했나’조사에서도 시민단체는 정당, 대학, 군대, 노조, 경찰, 대기업 등 12개 기관 중 신뢰도가 48.8%에서 21.6%로 가장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전한 비판자와 감시자의 길에서 일탈한 큰 대가였다.

국제자연보호협회는 폭로기사 후 재빠르게 방향을 바꿔 지적된 모든 문제에 대해 개혁을 실시했다. 그 결과 미국의 대표적 여론조사기구인 해리스폴의 2006년 조사결과 신뢰도 80%를 얻어 미 적십자와 미 퇴직자협회(AARP)에 이어 3위로 올라섰다. 폭로 당시 30억달러였던 협회 자산도 각종 기부금의 재유입으로 48억달러(2006년 기준)로 늘어났음은 물론이다. 윤리와 도덕성 회복이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유일한 길임을 한국의 시민단체들이 배우길 바란다.

[[이동윤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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