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9.10.16 수요일
전광판
Hot Click
문화일반
[문화] 게재 일자 : 2008년 02월 21일(木)
치열했던 선조의 삶 속으로
‘우리 고전 100선’ 2차분 4권 출간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한강물은 쉼 없이 흐르고/ 삼각산은 끝간 데 없이 높아라./ 강산이 변해도/ 간사한 무리는 없어지질 않네./ 한 사람이 중상모략을 하면/ 여러 입들이 차례로 전해/ 치우친 말을 믿게끔 하니/ 정직한 이는 어디에 발붙일까./ (중략)/ 옛 성인 훌륭한 말씀에/ 향원(鄕愿)은 덕(德)의 적(賊)이라 했지.”

다산 정약용(1762~1836)이 간사한 신하가 득세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한 시다. 마지막 구절의 ‘향원’이란 겉으로는 그럴 듯해 뭇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나 속은 그렇지 못한 사람을 일컫는다. 옛 성인, 즉 공자는 이런 사람을 가리켜 ‘덕의 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다산의 시 선집을 비롯, 최치원·이황·이덕무의 시와 산문 선집을 묶은 ‘우리 고전 100선’(돌베개) 2차분 4권이 최근 출간됐다. 지난 2006년 11월 1차분 첫 6권이 나온 ‘우리 고전 100선’은 박희병 서울대 국문과 교수를 중심으로, 학계 전문가들이 우리 고전의 ‘국민 독본’을 만들고자 시작한 시리즈.

1차분에서 유금·김시습·이규보·홍대용·장유·신흠 등 모두 6명의 작가를 소개한 데 이어 이번에 2차분이 출간됨으로써 전 10권 세트(사진)가 꾸며졌다. 제7권에 해당하는 고운 최치원(857~?) 선집에서 특히 눈에 띄는 글은, 널리 알려진 ‘역적 황소에게 보낸 격문’. 이른바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이다. 당나라 희종 때 농민 반란을 주도, 장안에 정권을 세웠으나 결국 실패한 ‘황소의 난’은 당나라를 붕괴시킨 결정적 사건의 하나로 꼽힌다. 당시 최치원은 토벌사령관 격인 제도도통 검교태위를 대신해 이 글을 지었다. 격문 중 “천하의 모든 사람이 너를 죽이고 싶어 할 뿐만 아니라 땅의 귀신들도 너를 죽이고자 의논하였을 터”라는 대목을 읽던 황소가 혼비백산, 자기도 모르게 침상에서 떨어졌다는 일화가 전해질 만큼 명문으로 유명하다.

최치원 선집을 편역한 김수영씨는 이 글에 대해 “힘찬 필치와 설득력 있는 논거로 도저하게 주장을 전개함으로써 상대를 꾸짖는 동시에 회유하는 솜씨가 대단하다”고 평했다. 이 같은 격문뿐만이 아니라 고운의 시는 역설적으로 그 애잔함에서 백미를 다툰다.

“가을바람에 괴로이 시를 읊건만/ 세상엔 날 알아주는 벗이 없어라./ 창 밖에는 깊은 밤 비 내리는데/ 등불 앞 내 마음은 만리 먼 곳에.”

이 시는 당나라에서 신라로 돌아온 후 쓸쓸히 지냈던 시인이 중국의 벗들을 그리워하며 쓴 것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당나라에 있을 때 이방인으로서 소외감을 느꼈던 최치원은 정작 고국에 돌아와서도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닐까. 8권은 퇴계 이황(1501~1570)의 시와 산문을 가려 뽑았다. ‘도산에 사는 즐거움’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에는 성리학적 논변을 펼치는 퇴계, 고향에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리움과 반가움을 느끼는 퇴계, 꽃이 져서 상심한 퇴계 등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글들이 수록됐다. 9권은 조선 후기 문인이며 지식인인 이덕무(1741~1793)의 시와 산문 선집으로, 연암그룹의 핵심 멤버였던 이덕무의 활동상과 조선 후기의 지적 흐름을 읽어볼 수 있다. 10권의 부제는 ‘다산의 풍경’. 정약용의 시 선집으로 사회현실을 시로 노래한 다산의 내면 풍경을 엿볼 수 있다.

시리즈의 총괄기획을 맡은 박 교수는 “세계화의 추세 속에서 문화다양성은 점점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하지만 문화적 다양성 없이 우리가 온전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겠는가” 하고 반문했다. 따라서 “동아시아인, 그리고 한국인으로서의 문화적 정체성은 인권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며 “우리 고전에 대한 새로운 조명과 관심의 확대가 절실히 요망된다”고 강조했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
[ 많이 본 기사 ]
▶ 與내부 반란 기류까지…文, ‘통치 실패’ 공포에 ‘읍참 조국..
▶ 경찰서에 시신 싣고와 자수한 남성…“3구는 집에 있어”
▶ “文, 조국사태 ‘정말 내 책임’ 시인해야… 국민분열 치유 않..
▶ 이낙연 국무총리 訪日후 사퇴 검토
▶ 박항서의 베트남, 인도네시아 완파하고 월드컵 2차 예선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경실련 정책위원장)서초동·광화문 나뉜 국민서로 강한 자기 확신상대방 증오하며 악마화까지근본적..
mark與내부 반란 기류까지…文, ‘통치 실패’ 공포에 ‘읍참 조국’ 결단..
mark이낙연 국무총리 訪日후 사퇴 검토
‘조국사태’ 책임 안지는 與… 전면쇄신론 대두
경찰서에 시신 싣고와 자수한 남성…“3구는 집에 있..
조국, 복직신청은 ‘칼같이’… 출근은 ‘미적미적’
line
special news 73세 히딩크 전 감독 한국서 무릎 정밀검진
병원서 MRI·근력검사 결과…“테니스 즐길 정도의 관절 건강 유지” 거스 히딩크(73) 전 한국 축구대표팀..

line
巨惡척결 위한 독립성 실종… 변질된 檢개혁
삼성페이 24%·제로페이 0.01% 사용… 官주도 경제..
“1976년 바이킹 발사때 화성에 생명체 흔적 발견했..
photo_news
다저스 꺾은 워싱턴, 창단 50년만에 첫 내셔널..
photo_news
박항서의 베트남, 인도네시아 완파하고 월드컵..
line
[Global Focus]
illust
세계 움직이는 스트롱맨 ‘원초적 본능’ 앞엔 굴복
[지식카페]
illust
자기기만, 자신의 과오와 책임 피하려는 유혹의 산물
topnew_title
number 경찰, 설리 부검 추진…‘악플 추방’ 자성 목소..
“無관중·無중계 놀랐다”… FIFA회장, 北에 문..
AI기술로 가짜영상 만드는 ‘딥페이크’… 막을..
한류열풍 중동에 K-뷰티 ‘유혹’… 1만명 축제..
hot_photo
‘몸짱소방관’ 달력 사세요…전액..
hot_photo
김정은, 백마 타고 백두산행…“미..
hot_photo
송가인, 암표 주의보 발령…티켓..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