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 ‘소리없는 시력 파괴자’

가족 중에 녹내장 환자가 있거나 당뇨, 고혈압 등의 질환이 있으면 녹내장을 조심해야 한다. 녹내장은 전세계 실명원인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한 질환이지만 초기증상이 없어 실명에 이를 무렵이 되어서야 시야가 흐릿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에 따라 세계녹내장학회는 질환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3월6일을 ‘세계녹내장의 날’로 지정했다. 전문가들은 녹내장으로 눈의 신경세포가 한번 손상되면 회복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40대 이후에는 반드시 정기적인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 증상 없는 녹내장 = 녹내장은 눈에서 받아들인 시각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시신경이 손상돼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질병이다. 안압(안구를 채우고 있는 액체의 압력)이 상승하거나 눈으로 가는 혈액의 공급이 불안정해지는 것이 주요원인이다. 최근에는 알츠하이머병이 있으면 녹내장 발병위험이 높다는 보고로 인해 퇴행성 신경계질환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녹내장은 주변시야가 손상될 때까지는 시력이 떨어지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하므로 증상이 악화된 후에야 병원을 찾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질환이다. 증상이 악화되면서 죽은 신경세포는 다시 살릴 수 없기 때문에 한번 손상된 시력은 영영 회복되기 어렵다.

◆ 안압 낮추는 것이 예방법 = 녹내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화내고 걱정하면 혈압은 물론 안압도 높아져 녹내장에 걸릴 위험성도 그만큼 커진다. 또 산책이나 가벼운 운동도 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반면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리거나 몸에 꽉 죄는 옷, 허리띠, 양말 등은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안압을 높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변비도 눈의 압력을 높이기 때문에 평소 물을 많이 마시고 잡곡, 현미 등의 건과류와 채소 과일을 많이 섭취하는 게 좋다. 또 엎드려서 자거나 한꺼번에 많은 물을 마시는 것도 안압을 높일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틈틈이 눈을 움직여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시선을 먼 곳에서부터 차차 가까운 곳으로 집중시키는 것이 예방에 좋은 방법이다. 눈을 상하 좌우로 빙글빙글 돌리는 것도 최소 하루 한번 정도 하면 도움이 된다.

◆ 정기검진 필수 = 녹내장은 모든 연령에서 발생하지만 대부분 40세 이상의 중년층에게 많다. 또 녹내장은 가족 중에 앓았던 경험이 있거나, 근시가 심한 사람, 당뇨병 환자, 고혈압 환자 등에서 발병 위험도가 높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자각증상이 없더라도 녹내장 검진을 연 1~2회 정도 정기적으로 받을 것을 권한다. 정상인은 40대 이후, 위험도가 높은 사람은 30대부터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녹내장은 안압검사, 시력검사, 시야검사로 나뉘는데 특히 시야검사를 통해 녹내장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알 수 있다. 최근에는 의학기술의 발달로 눈의 변화를 고해상도로 분석하는 ‘시신경 및 망막단층촬영기(OCT)’가 널리 보급되면서 일반 시야검사에서 발견하기 힘들었던 초기 녹내장까지도 찾아낼 수 있다.

◆ 환자 의지가 관건 = 녹내장이 발견되면 손상된 시신경 회복이나 시야 복원이 거의 불가능하므로, 진단된 시점에서 시야와 시력을 보존하는 것이 치료의 전부다. 이처럼 시신경 손상을 방지하는 것이 녹내장 치료의 관건이기 때문에 녹내장 치료에서는 환자 자신이 치료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느냐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적절한 진단 및 지속적인 치료는 실명을 예방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의사 환자 간의 신뢰가 좋을수록 치료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설명한다. 치료방법으로는 초기에는 약물을 눈에 넣어 안압을 떨어뜨리거나 눈 속의 혈류량을 증가시켜 시신경의 파괴를 억제하는 방법이 있으며, 레이저로 안구 구조를 바꿔 안압을 낮추거나 수술을 실시하기도 한다.

＜도움말 주신분들= 손용호 건양대의대 김안과병원 교수, 최재완 한길안과병원 진료과장＞

이용권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