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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Spotlight 게재 일자 : 2008년 03월 13일(木)
“사라진 숭례문… 새 시대 담아야죠”
‘지하철 1호선’연말 4000회까지만… 김민기 극단 학전 대표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숭례문도 불이 타 사라졌는데 ‘지하철 1호선’도 이제 4000회로 막을 내리고, 21세기형으로 새롭게 나야죠.”

11일 서울 대학로 극단 학전. 94년 초연, 매일 한국 공연사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학전의 록뮤지컬 ‘지하철1호선’의 번안, 연출자 김민기(57)씨는 “오는 12월 4000회를 끝으로 ‘지하철 1호선’의 막을 내리겠다”고 때이른 ‘이별사’를 했다.

학전의 ‘지하철1호선’은 김씨가 그림 형제 이후 최고의 작가로 꼽히는 폴커 루드비히가 쓰고 연출한 독일 레뷰 뮤지컬 ‘리니에 아인스(Linie 1·독일 지하철1호선)’를 한국상황으로 옮겨, 원작보다 3배 이상의 공연횟수를 기록하는 등 아직도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뮤지컬이다.

김씨는 “한국에서 1990년대는 군사정권이 민간정권으로 바뀌고 국제통화기금(IMF)경제위기가 닥친 사회 변동의 중요한 시기”라며 “주인공 ‘안경’을 운동권 학생에서 가짜 운동권 학생으로 바꾸는 등 ‘지하철 1호선’을 1998년 11월 서울의 상황으로 고정시켜 그 시절의 초상화로 남기는 데 중요한 상징이 바로 숭례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그 숭례문이 사라진 지금, 21세기 새로운 시대를 담아내야 한다”고 ‘지하철 1호선’ 21세기 버전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며 “내년 하반기까지 기존의 이야기와 인물, 음악을 버린 새로운 ‘지하철 1호선’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나 혼자 뒤집는 것은 스스로에게 발목을 잡힐 수도 있는 만큼 ‘지하철 1호선’에 참여한 배우, 스태프를 비롯해 관객들의 아이디어를 종합, 새 버전의 재료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농사를 지을 때 한 삽의 흙으로 ‘물꼬’를 내 사람이 먹고사는 생명을 키우는 논의 물을 대고 빼고 하면서 창작의 대한 생각을 (신비 또는 독선에 대해) 깼다”며 “농사에 미생물, 중력 등 자연의 섭리가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처럼 반음까지 한 옥타브 12개의 음을 조합하는 음악의 창작도 대단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김씨는 “앞으로 내가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고, (‘천재소년’으로 불리는 대중음악가) 정재일, (배우) 이황의씨 등 주변의 능력있는 친구들을 모아 그룹 그룹을 만들어 다양한 작업을 함께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혼자 챙기는 완벽주의의 작업형태의 전환을 시사했다.

그러나 “결국 모든 책임은 내가 져야 하는 것”이라고 말해 ‘결벽증’같은 그의 작업스타일이 완전히 바뀔지는 아직 두고 봐야 한다는 게 주변의 말이다.

그는 21세기 버전과 관련, “지하철 1호선이라는 공간, 이방인의 눈으로 보는 서울이라는 설정만 남기고 모든 것을 열어 ‘지금 우리의 절망은 무엇이고, 희망은 무엇이냐’를 찾아낼 것”이라며 “독일에서 만들어진 ‘지하철1호선’이 한국상황으로 바뀌어 중국, 일본으로 가는 만큼 (글로벌시대의) 다문화 방향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지하철1호선’이 4000회를 끝으로 완전히 막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21세기 버전과 함께 20세기 한국의 상황을 포착한 이 걸작은 가끔 번갈아 가며 무대에 올라 당시의 아픔과 기쁨, 절망과 분노, 그리고 희망을 기억하게 할 예정이다.

올해 김씨가 집중하는 일은 ‘가족극’. 최근 막을 내린 ‘고추장 떡볶이’를 비롯해 4월 무대에 오를 ‘우리는 친구다’에 이어 독일, 한국, 일본, 중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10편 정도를 공연할 계획이다.

“TV개그프로그램보다 상당히 무거운 우리 작품에 열광하고 있는 아이들을 발견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아이들의 실제 이야기를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도 절망이 있고, 삶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아동예술은 팬터지만 줬다가, 미래에 대한 중압만 던져줍니다. 리얼리티가 없습니다. 학전의 가족극은 온 가족이 재미있게 즐기는 그런 현실에 대한 저항이지요. 올 10월 공연할 예정인 창작뮤지컬 ‘바빠 가족’은 좋은 모델이 될 겁니다. 기대해 주세요.”

김승현기자 hye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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