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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
[문화] 게재 일자 : 2008년 03월 19일(水)
작은 무대, 찡한 큰 감동
‘토종 뮤지컬’2편 봄 기지개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공연시장의 절반 이상이 뮤지컬이지요. 가히 뮤지컬의 시대라 할 만합니다. 더욱이 대중음악 시장의 끝모를 침체로 인해 우수 음악인력이 뮤지컬로 옮겨져 뮤지컬 시장 전망은 앞으로 더욱 주목됩니다. 물론 이 같은 대세에 불만은 없습니다. 문화산업의 시대이니까요.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문화산업의 발전을 위해 아쉬움은 있습니다. 뮤지컬들이 해외 작품 라이선스와 로맨틱 코미디가 주류라는 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독특한 소재의 뮤지컬 두 편이 잇따라 무대에 올라 반갑습니다.

먼저 명랑시어터수박의 ‘빨래’(8월17일까지 서울 대학로 언더스페이스 네모극장(구 사다리아트센터)·1544-1555)입니다. 도시 서민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험한 세상을 꿋꿋이 살아가는, 다분히 교훈적인 내용의 진지한 리얼리즘 뮤지컬입니다. 인생을 ‘빨래’에 비유해 ‘얼룩 같은 어제를 지우고, 먼지 같은 오늘을 털어내고, 주름진 내일을 다리는’ 가슴 따뜻한 노래극이지요. 특히 좁은 소극장에서 이리저리 옮겨 반지하방에서 골목길로, 번듯한 서점으로 변하는 무대가 인상적입니다. 1인 몇 역씩으로 해서 빈틈없이 인물을 배치한 연출 솜씨도 탁월합니다.

2005년 초연,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기존의 단막극 구조에서 2막으로 바뀌었고, 노래 역시 민찬홍씨가 작곡한 9곡이 추가됐습니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내공이 쌓인 추민주씨의 연출이 한층 힘이 붙은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난타’의 신화를 만들어낸 송승환씨가 한국 창작뮤지컬계의 ‘무서운 아이’ 장유정씨와 함께 만든 공연기획사 PMC의 ‘형제는 용감했다’(22일부터 6월8일 서울 대학로 자유극장·1544-1555)입니다.

장씨가 쓰고 연출하고, 콤비 장소영씨가 작곡한 이 작품은 안동 이씨 종갓집의 두 아들 석봉이와 주봉이 이야깁니다. ‘썩을 놈’ 석봉이는 주식투자로 망했고, ‘죽일 놈’ 주봉이는 고시 낙방생으로 모두 현대 무한경쟁사회의 패배자입니다. 이들이 아버지 장례를 위해 고향에 갔다가 유산 다툼을 벌이는 내용입니다. 재미있는 스토리라인에 전통의 제례, 상례, 유림 등 묵직한 소재를 얹어놓고 힙합, 자이브, 보사노바에 클래식 등 재미있으면서도 수준 높은 음악으로 간을 맞췄습니다.

배우 출신 송승환씨가 제작한 작품이니 만큼 박정환, 송용진, 이주원, 추정화씨 등 실력파 뮤지컬 배우들의 춤과 노래, 연기도 기대됩니다.

이들 작품의 힘은 대형 브로드웨이 뮤지컬과는 정반대의 위치에 있는 연극적 순수함을 유지한 데 있는 것 같습니다. 골리앗을 물리친 다윗의 조그만 돌의 힘이 바로 이런 순수한 믿음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빨래’가 한국 뮤지컬계의 땟국물을 싹 빼고, ‘용감한 형제’들이 외국산 블록버스터 뮤지컬과 멋지게 한판을 겨뤄 ‘난타’ 못지않은 한국 뮤지컬의 신화를 만들기를 기대합니다.

hye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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