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탈북자 인권 조사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가 다음 달부터 국내 거주 중인 탈북자를 대상으로 북한의 고문 실태 등 신체 자유 침해 여부에 대한 실태 조사에 착수한다. 이는 그동안 북한 인권에 침묵했던 인권위가 이명박 대통령이 인류 보편적 기준에서 북한 인권에 접근하겠다는 원칙을 밝힌 이후 내놓은 첫 번째 사업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25일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다음 달부터 북한에서의 고문 여부 등 신체 자유(자유권·자위권 등)를 침해받았는지에 대해 심층면접을 벌일 계획”이라며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 활동을 강화한다는 올해 업무 방침의 연장선상에서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그동안 ‘북한 인권은 조사대상이 아니다’며 시민단체들의 북한 인권 침해 실태 조사 요구를 거부해왔으나 2008년 업무 계획에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정책활동’를 포함시키는 등 새 정부에 코드를 맞추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인권위는 북한 인권 조사를 위해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자뿐만 아니라 중국, 몽골 등지에 거류하고 있는 탈북자들을 상대로 한 현지 조사도 벌일 계획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조사의 일환으로 탈북자가 생활하고 있는 해외 현지에 대해 조사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면서 “2004년부터 탈북자들이 많은 중국과 몽골의 현황을 살펴왔기 때문에 조사에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북한민주화운동본부 등 탈북자 단체들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탈출을 시도하다가 붙잡힌 경험이 있는 탈북자들은 모두 고문을 당한 적이 있다”며 “이들이 남한에 정착한 뒤에도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는 만큼 인권위가 그 피해를 조사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손재권기자 gjac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