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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게재 일자 : 2008년 03월 28일(金)
토목 인프라와 문화 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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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은 대한토목학회가 주관하는 제11회 토목의 날이다. 요즘처럼 토목산업의 대표성을 갖는 사회기반 인프라 시설이 철저히 외면당하는 시절도 없었던 것 같다. 새만금 간척사업과 사패산 및 천성산 터널공사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필사적 반대 등 거의 모든 국책 건설사업에 대한 저항 강도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953년 6·25 종전 이후 한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불안하고,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였다. 현대 산업국가 도약을 최고의 선으로 삼았던 정부는 대단위 공업단지 등 성장거점 중심의 국토개발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총량 경제성장 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될 정도로 급성장했지만 집약적 산업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인구의 도시 집중은 자연 환경과 주거 환경을 심각한 수준까지 파괴하는 주원인을 제공했다. 이 때문에 토목산업은 1960~1970년대 국토 개발의 선봉에 서서 우리나라를 세계 12위 무역대국으로 급성장시키는 데 가장 토대적인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머릿속엔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각인된 것 같다.

사회기반시설의 확충이 자연을 손상시키고 대대로 살아오던 지역의 주거 환경을 파괴한 것은 토목산업 자체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생태자연적·사회문화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없었던 절박한 시대상황과 묵묵히 그에 동조(?)한 토목기술자들의 잘못일 것이다. 사용 연한이 몇 달, 몇 년밖에 안 되는 제조 분야와 달리 생애 주기가 몇 백년, 몇 천년이나 되는 사회기반시설을 다루는 토목기술자들은 과거 우리 민족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이해하고, 나아가 미래 삶의 수준까지 예측할 수 있는 인문·사회적 소양을 갖출 때에만 비로소 국민의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토목기술자들이 설계하는 미래의 사회기반시설과 국민의 삶의 질 간의 관계를 고찰할 필요가 있다. 사실 1970년대까지 보릿고개에 시달리던 우리 국민은 삶의 질을 거론할 여력조차 없었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에 이른 오늘날에는 국민의 자연환경 보호 인식이 전 국가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문화를 ‘인간의 정신적 완성’이라는 전통적 개념을 넘어 ‘사회 구성원들의 전체 생활 방식’으로 본다면 우리가 지난 50년간 구축해온 사회기반시설들이야말로 우리나라의 사회문화적 가치 창조에 절대적 역할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미 국민소득 7만달러 수준에 들어선 선진국들이 등장한 마당에 우리가 갖춘 사회 인프라 시설로 한국을 초일류 국가 대열에 세울 수 있을까. 그 대답을 우리는 멀리 ‘두바이 건설 프로젝트’에서, 가까이는 서울시의 ‘서울 재창조 프로젝트’에서 찾을 수 있다. 두바이 신드롬은 인류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바로 사회기반시설 구축이라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전 세계적으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토목·건설시설 확충은 ‘지속가능한 개발’ 개념 위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속가능한 개발이란 ‘현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면서도 미래 세대에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을 남겨두는 개발’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개발의 필요·충분조건을 충족시키는 미래 지향적 사회 인프라 설계의 특징은 ‘자연 친화적 요소’와 ‘문화·역사적 콘텐츠’의 강조다. 결국 우리 미래 삶의 질이나 문화 수준은 사회기반시설의 기능 위주 설계 능력뿐만 아니라, 이 시설들이 지원하는 모든 물리적 사회 구성요소들의 역사·문화적 요소까지 고려할 수 있는 통합적 디자인 능력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장승필 / 서울대 교수·토목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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