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이 행복한 나라로-세대별 ‘행복’>다른나라 사람 행복곡선은 ‘U’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영국의 워윅대 앤드루 오즈월드 교수 연구팀은 지난 1월말 동유럽 알바니아부터 아프리카에 이르는 전세계 80개국 200만명을 대상으로 해 나이와 행복지수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논문을 영국 ‘사회 과학과 의학’ 저널에 발표했다. 오즈월드 교수 연구팀은 이 논문에서 생애 전체로 볼 때 행복지수는 U자형을 그리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행복지수는 어린 시절에 높았다가 40대에 가장 낮아지고, 다시 나이가 들면서 다시 높아져서 70세가 되면 다시 어린 시절에 느꼈던 행복지수만큼 회복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같은 결과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저개발국에서 일관되게 나타났고 사회경제적 지위나 자녀유무, 결혼 여부, 직업이나 소득의 변화와도 관계없이 일정했다”며 “이로써 행복과 나이에서 상관관계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논문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가장 우울한 시기는 남녀 모두 44세 전후. 여성이 남성보다 조금 더 일찍 ‘불행의 중년’을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처럼 40대에 행복지수가 바닥을 치는 것은 어떤 사회건 중년이 되면 자신의 장점과 한계를 인식하게돼 이룰 수 없는 열망에 좌절감을 느끼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욕망이란 충족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는 법. 소득이 많은 사람이더라도 욕망은 늘 충족되는 것보다 더 커지게 마련이어서, 돈이 많건 적건 관계없이 사회적 능력이 최고조에 이르는 40대에 가장 행복지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 나이가 들면서 다시 행복지수가 상승곡선을 그리는 것은 어떻게 이해될까. 연구팀은 그 이유를 ‘포기’에 있다고 분석했다. 나이가 들면서 체험적으로 욕망의 크기를 줄이고, 새로운 각오로 인생을 바라보면서 20대의 시각을 되찾는다는 것이다. 특히 70세 쯤이 되면 동년배들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여생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설명했다.

그러나 문화일보의 설문조사 결과, 한국인들은 20대에 행복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다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50대 무렵에 행복감이 소폭 상승하긴 하지만, 다시 60대와 70대가 되면 행복감을 느끼는 비율은 곤두박질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한국인들의 나이에 따른 행복지수 추이가, 오즈월드 교수 연구팀의 그려낸 U자형과는 전혀 다르게 아래쪽으로 가파른 곡선을 긋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이같은 차이에 대해 심리학자들은 “행복이란 추상적인 주제에 대한 응답이 극히 주관적이고, 행복지수에 대한 분석 방식도 달라서 이들 두 그래프를 평면적으로 단순비교할 수는 없다”고 조심스러워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번 조사결과가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 ‘구성원들의 행복한 삶’을 지향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인생을 추구하는 노년층의 위기를 단적으로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는 데는 동의했다.

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