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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08년 04월 25일(金)
피렌체 역사 뒤바꾼 ‘핏빛 4월’
메디치가 살인사건의 재구성/라우로 마르티네스 지음, 김기협 옮김/푸른역사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밴드
제목만 보면 무슨 추리소설 같다. 그러나 아니다. 1478년 4월26일 피렌체 대성당에서 벌어진 한 암살사건을 계기로 당시 유럽 최대, 최고의 도시 중의 하나였던 피렌체의 역사가 어떻게 변했는지 현미경을 들이대고 본 역사서다. 원제는 ‘에이프릴 블러드(April Blood·피의 4월)’. 르네상스사의 세계 최고 권위자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되는 저자는 철저한 사료와 고증, 평가를 통해 마치 한편의 대하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보듯 시공을 뛰어넘으며 뼈가 부러지고, 살이 찢기고, 피가 튀는 역사를 생생하게, 그러나 냉정하게 그려냈다.

이 책은 한 마디로 말하면 권력을 위해 못하는 일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치스릴러다. 저자는 ‘정치라는 것이 더럽고 사악한 것이거나, 아니면 너무나 재미없는 것이어서 입에 담지 않는 편이 좋다고 여기는 듯하다’면서도 ‘정치가 비열하고 더러운 것이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재미없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며 이 책을 시작한다.

맞다. 우리 대부분은 평소 정치를 불가근불가원으로 헐뜯고, 비웃지만 술자리 안주로 그 만한 것이 없다. 총선이 끝난 지 꽤 됐지만 아직 우리 술자리에는 대선과 총선, 그리고 이후 정치의 이합집산에 대해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정치란 것이 싫다고 벗어날 수도 없는 것이다. 정치는 현실적으로 우리를 지배하는 힘이기도 하다. 역사는 추후 정치를 분석, 교훈을 남긴다. 갖은 양념을 다 해.

이 책은 피렌체공화국의 최고 실력자인 ‘위대한 메디치’, 즉 로렌초 메디치와 그의 동생 줄리아노가 피렌체대성당에서 피습을 당해 줄리아노는 죽고, 로렌초는 가까스로 달아나 10년에 걸쳐 냉혹하게 복수를 감행하며 권력을 다져나가는 내용이다. 이 사건은 메디치 가문의 라이벌인 파치가문에 의해 주도됐다.

은행가인 파치가문은 11세기부터 피렌체에서 군림해온 전통의 귀족가문이고, 메디치는 14세기 막 떠오른 신흥 부르주아 가문이다. 피렌체가 당시 서구 중심국가의 하나인 만큼 이 도시국가의 신구귀족 헤게모니 쟁탈에 교황과 추기경, 주변 국가의 왕과 용병 등이 각각의 이익에 따라 이합집산했다.

줄리아노가 숨진 뒤 로렌초는 2년 가까이 온갖 폭력과 교묘한 책략을 펼쳐 ‘파치 전쟁’을 벌인다. 그리고 정확히 10년만인 1488년 4월, 유일하게 그때까지 살아남아 있던 암살 음모자 중 한 명인 지롤라모 리아리오 백작이 피렌체에서 난자당해 죽음으로써 로렌초의 복수는 끝난다. 저자는 교황 식스투스 4세의 조카이기도 했던 백작의 살해사건부터 거꾸로 시작해 ‘피의 4월’ 사건을 메디치가와 파치가라는 두 가문의 관계를 뛰어넘어 피렌체의 귀족계급 전체와 정치구조, 과거와 미래로 이어지는 역사의 이면을 마치 재판정에 올려놓은 듯 치밀하게 재구성했다.

사건의 줄거리와 결과는 로렌초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마키아벨리와 인기작가 시오노 나나미 등에 의해 비교적 잘 알려져있다. 그러나 이것은 승자의 역사다. 마키아벨리는 나중에 교황 클레멘트 7세가 된 줄리오 데 메디치의 부탁으로 썼다. 줄리오는 로렌초의 조카로 ‘피의 4월’에 피렌체 성당에서 숨진 줄리아노의 사생아이기도 하다. 시오노 나나미는 ‘그의 친구’ 마키아벨리를 참조, 메디치를 기술했다.

그러나 마르티네스의 ‘재구성’은 다르다.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그 사건의 결과 피렌체가 어떻게 됐느냐에 초점이 모아진다. 이 사건으로 피렌체 공화국은 해체, 대중독재가 확립됐으며 메디치가의 영광의 결과, 피렌체의 르네상스가 화려하게 꽃피었지만 그가 죽은 뒤 피렌체의 영화도 함께 사라졌음을 지적하고 있다. ‘피렌체 공화국을 위기의 벼랑으로 몰아붙인 장본인이 바로 로렌초였다는 사실은 그의 뛰어난 재능으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까. 아니면 바로 그 재능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을까?’라고 반문하며 책장을 덮는다.

이 책은 특히 ‘복수의 요리는 차갑게 먹는 게 좋다’는 등 상대방의 심장과 간을 씹는 르네상스시대의 당연한 복수방식을 비롯해 권력과 돈, 신분이 결합하는 귀족들의 결혼풍습 등 당시의 사회사를 통해 냉혹한 역사의 진실을 설득력있게 드러내 보이고 있다.

김승현기자 hye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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