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 특집-불교와 각계 인사>“自利利他 정신으로 상생경영”

“개인의 욕심을 버리고, 타인을 위해, 공공을 위해 어려운 일을 기꺼이 행하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따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장경작 호텔롯데 총괄사장) “불교 경전 속에 삶의 길이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으면 어떤 역경도 담담히 받아들이며 자신의 길을 갈 수 있습니다.”(김동헌 인터컨티넨탈호텔 사장)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중에 석가모니 부처의 가르침을 믿는 불자(佛子)들은 ‘자리이타(自利利他) 정신’을 강조한다. 남을 이롭게 함으로써 자신을 이롭게 할 수 있다는 부처의 말씀이 삶의 바탕이 된다는 것이다. 이들 ‘불자 CEO’들은 불심(佛心)을 경영에 접목시키려고 표나게 애쓰지 않지만, ‘화두’를 놓고 끝없이 정진하는 불가(佛家)의 수행자처럼 기업을 발전시켜 미래를 환하게 여는 데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몰입하고 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현승훈 화승그룹 회장은 조계종 종정을 지낸 성철 스님의 재가(在家) 불자다. 그는 20여년 전 독실한 불자인 가족들과 함께 성철 스님을 만나기 위해 3000배를 했다. 그는 2006년 성철스님의 다른 재가 불자들과 함께 펴낸 책 ‘가야산 호랑이를 만나다’를 통해 “3000배를 하는 도중 온몸에 고통이 퍼져나갔지만 하고 나니 신선한 전율이 온몸을 감쌌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후 매일 500번의 절을 해 왔다. 지금까지 1000만 번이 훨씬 넘게 절을 한 셈이다.

그는 회사가 외환위기 때 경영난으로 화의(和議)에 들어가자 사재 70억원을 내놓고 경영 일선에 물러나 10여년간 대외활동을 자제하며 회사의 회생을 측면 지원했다. 그는 “회사가 화의에 벗어나기까지 경영자로서 반성하는 절을 수없이 했다”고 회고했다. 그의 주변 사람들은 “현 회장이 재기에 성공한 것은 고통을 참고 견디며 수행하는 불가의 정신을 실천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불자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평소 불교에 관한 말을 주변 사람들에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대 재학시절에 총불교학생회장을 했을 정도로 불심이 깊다. 독실한 불자인 모친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불교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지금도 산행을 할 때는 꼭 사찰에 들른다. 사무실에 염주를 갖다 놓고 손으로 자주 어루만지며, 마음이 힘들 때마다 불경을 찾곤 한다.

LG그룹의 한 임원은 “남 부회장이 불자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평소 ‘지혜’라는 말을 자주 쓰는 까닭이 짐작된다”며 “그가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강한 추진력을 발휘하는 것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믿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회사를 글로벌 기업으로 진화시키기 위해 최고인사책임자(CHO)조차 외국인으로 뽑는 ‘남용식 개혁’의 바탕에 부처님의 유훈, 즉 ‘모든 것은 변하니 게으름 없이 정진하라’는 가르침이 있다는 것이다.

◆“남을 이롭게 하면 내가 이롭게 되나니”

이명박 대통령과 대학 동기인 장경작 호텔롯데 총괄사장의 불심은 유명하다. 그는 2001년부터 올해까지 불교경전인 천수경, 금강경을 25번이나 사경(寫經·경전을 베껴 쓰는 것)했으며, 법화경도 30번이나 필사했다. 틈만 나면 부인과 함께 전국 사찰을 돌며 마음을 닦는다.

현재 법화경을 31번째 베껴 쓰고 있는 장 사장이 평소 강조하는 것은 ‘자리이타 정신’. 직원을 중심에 세우고, 고객을 중시하는 것이 서비스업의 근본이라는 것이다.

김동헌 인터컨티넨탈호텔 사장도 독실한 불자다. 그는 “20대 후반에 불경을 접했고, 그 후 불교에 관련된 다양한 책을 읽으며 10년 넘게 혼자 불가의 진리를 공부했다”며 “40세가 되기 직전에 선배의 권유로 인천 주안의 용화선원에 있는 송담(松潭) 큰스님께 참선을 배우러 다녔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도 서울 강남 봉은사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평소 불교에 대해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는 그가 올해는 석가탄신일을 맞아 스승인 송담 스님의 말을 지인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했다. ‘봄을 찾는다고 동쪽으로 가지마소. 서쪽 나라 매화도 벌써 눈을 뚫고 나왔다오.“

◆”상생의 경영 추구하는 마음이 불심“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 4월 30일 조계종이 주관한 국회의원 당선자 불자 모임에서 격려사를 했다. 그는 스스로 독실한 불자는 아니라고 하지만, 겸허하면서도 친화력 있는 인품의 바탕에 불심이 깃들어 있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은 독실한 불자였던 모친의 영향으로 불교를 가깝게 여기고 있다고 한다.

조계종 중앙신도회 관계자는 ”기업 CEO들의 경우, 부인 등 가족들 중에 조용히 사찰을 찾아 불공을 드리는 불자가 많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의 ’CEO 불자‘들이 바쁜 업무 탓에 종교 생활을 거의 못하고 있으나, 상생의 경영을 추구하는 정신만큼은 불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재선·박영출·이관범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