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告>‘不信’을 넘어 ‘疏通’의 시대로

‘경제 회생’의 깃발을 내걸고 출범한 ‘이명박호(號)’가 출범 100일(6월3일)을 앞두고 거센 역풍을 만나 흔들리고 있습니다.

연일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국제 유가와 미국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 여파가 한국 경제를 여전히 옥죄고 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한없이 뛰어오르는 소비자물가와 냉랭한 투자·소비심리는 경제회생 의지마저 크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명박호’가 현재 직면한 실제 위기는 이처럼 ‘눈에 보이는’ 경제위축이 아니라 다른 데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정치·사회적으로 만연한 불신(不信)이 그것입니다.

불신은 소통(疏通)의 ‘불통(不通)’에서 비롯됩니다. 정부의 발표보다 인터넷에 떠도는 괴담에 더 솔깃해하는 여론, 상생(相生)보다는 제로섬 게임으로 변질돼버린 정치, 서로 ‘네 탓’으로 돌리는 청와대와 행정부처, 부모의 훈계보다 시중의 입소문에 더 귀기울이는 청소년들….

모두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된 2008년 5월, 한국 사회의 서글픈 자화상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미국산 쇠고기 논란을 언급하면서 “국민과 완벽하게 소통해야 하는데 부족한 점이 있었다”며 “내가 먼저 바뀌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의 소통 부재는 단지 대통령의 ‘자기 반성’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뿌리 깊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부동산·증권업계에서 암암리에 퍼져 있는 ‘돈을 벌려면 정부 발표와 반대로 가면 된다’는 ‘거꾸로 정설’은 국민들이 정책을 얼마나 불신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학교 교사보다는 학원 강사를 더 존중하는 교육현장의 불신 등도 그런 예입니다. 정부 발표보다 인터넷 괴담에 더 열광하는 여론을 탓하기에 앞서, 국민을 설득하고 진정으로 그들과 뜻을 같이 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정부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독선과 불신의 장막을 걷어내고 진정한 소통과 신뢰 회복을 위해 한국 사회가 헤쳐 나가야 할 과제가 그만큼 산적해 있는 셈입니다.

문화일보는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된 한국사회의 위기를 진단하고 실천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불신을 넘어 소통의 시대로…’라는 제목의 특별기획을 시작합니다. 오늘부터 매주 2회씩 총 10회에 걸쳐 집중 게재될 이번 특별기획에서 문화일보는 총체적인 소통 부재의 늪에 빠져 있는 한국 정치·사회 각 부문을 심층 진단할 계획입니다. 최근 심화하고 있는 정당간, 세대간, 가족간 단절의 원인과 실태를 점검하고 정치·사회 각 부문이 소통의 장(場)으로 거듭날 수 있는 해결방안을 적극 모색할 예정입니다. 특히 ‘현장 경영’, ‘스킨십 경영’ 등을 통해 기업 안팎의 소통을 원활히 함으로써 커다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기업현장의 모습도 상세히 전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특별취재반=이현종 정치부장, 이미숙 정치부 차장, 서의동 경제산업부 차장, 천영식 사회부 차장, 김영번 문화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