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MB의 착잡한 ‘6·3’

  • 문화일보
  • 입력 2008-06-02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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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간, 세대간 분열이 심화되고 있는 속에서 6·3동지회가 다시 한번 앞장서야 합니다. 우리 생애 마지막 주어진 사명은 이 나라를 대통합해서 세계일류의 국가를 세우는 데 앞장서는 겁니다.”

2007년 6월3일. 당시 한나라당 경선후보였던 이명박 대통령은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6·3동지회 43주년기념식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1만여명이 모인 이날 대회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을 기원하는 자리였고, ‘6·3’은 새로운 시대세력으로 부각되는 듯했다. 이 대통령의 ‘6·3’에 대한 애정은 각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964년 6월3일. 23세의 열혈청년이던 이명박은 6·3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수배를 받았고, 구속·수감됐다. 6·3시위에 이 대통령과 함께 참여했던 현승일 전 국민대총장은 “6·3을 통해 배운 애국심과 헌신적 자세는 이 대통령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92년 6·3동지회 회장을 맡았고, 지금도 고문으로 몸담고 있다.

2008년 6월3일. 6·3시위가 열린지 44주년 되는 날인데, 특별한 기념식은 예정돼 있지 않다. 6·3동지회 회장인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미국으로 유학간 상태이고, 이 대통령은 6·3을 머릿속에 담을 겨를이 없다.

올해 6월3일은 6·3 대신 미국산 쇠고기가 자리잡았다. 미국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가 관보에 게재돼 발효되며, 촛불시위대는 대규모 시위를 예고한 날이다. 특히 이번 6월3일은 이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는 잔칫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잔치 대신 민심을 누그러뜨릴 국정쇄신안 마련에 골몰해있다. 2008년 6월3일은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고민과 갈등을 응축하고있다.

“한마디로 착잡합니다. 젊은 시절 우리를 애국심으로 무장시켰던 6·3을 올해엔 기념할 수 없습니다. 6·3 당시엔 군사정권이었지만, 지금은 합법정부인데 ‘독재타도’가 웬말입니까. 시국이 어수선해 걱정입니다.” 현 총장은 정말 난감한 표정이었다.

천영식 사회부기자 kkach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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