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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08년 06월 11일(水)
인간의 ‘거짓말 본성’ 에 대한 깊은 시선
극단수 연극 ‘나생문’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밴드
‘인간이 인간을 믿지 못하는 것이 바로 지옥’이라는 사실을 충격적으로 보여준 소설 가운데 하나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1892~1927)의 단편 ‘덤불 속’입니다. 이 소설은 1951년 거장 구로자와 아키라(黑澤明)에 의해 ‘라쇼몽(羅生門)’이라는 제목으로 영화로 만들어져 세계적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에서는 2003년 구태환씨가 연출한 극단수의 연극 ‘나생문’이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아 고정 레퍼토리로 자리잡았습니다. 현재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종로5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 중입니다.(사진·1544-1555) 이 소설은 또 ‘씨 왓 아이 워너 씨(See what I wanna see·내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본다)’라는 제목의 뮤지컬로도 만들어져 2005년 미국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서 초연했습니다. 오는 7월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그리고 9월 스페이스111에서 무대에 오를 예정입니다. 현대 뮤지컬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스티븐 손드하임의 정통적인 계승자로 평가되는 마이클 존 라키우사가 대본을 쓰고 작곡했지요.

‘나생문’은 한 무사가 칼에 찔려 숨지고 그의 아내가 산적에게 폭행을 당한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산적은 “이 사건 말고도 죽을 죄를 많이 지었다”며 “여인이 탐나 무사를 살해했다”고 목숨을 걸고 증언합니다. 그러나 여인은 산적이 자신을 폭행하고 달아난 뒤 정조를 잃었다며 비난하는 남편을 자신이 칼로 찔렀다고 눈물로 말합니다. 또 무당의 입을 빌려 나타난 무사는 무사로서의 불명예를 씻기 위해 스스로 할복했다고 주장합니다. 보통 범행을 부인하기 마련인데 모두가 자신이 범인이라고 말하는 이상한 사건입니다. 목숨을 걸고 이야기하고 있고, 눈물로 말하며, 원혼이 돼서까지 주장하기 때문에 모두가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새로운 증언이 나올 때마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면서 명예를 존중하는 각자의 미덕에 큰 공감이 갑니다. 그러나 이 모두가 거짓으로 드러납니다.

이 사건을 목격한 나무꾼에 따르면 폭행을 당한 천한 종 출신의 부인이 폭행사실이 밝혀질까봐 결투를 요구했고, 용기없는 산적과 실력없는 무사는 명분에 밀려 칼싸움을 벌이다가 무사가 실수로 자기 칼에 어이없이 찔려 죽습니다. 물론 나무꾼의 말도 100% 믿을 수는 없습니다. 무사의 값비싼 칼을 훔쳤기 때문이지요.

구로자와 감독은 이 작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인간은 그 자신에 대해 정직해질 수 없다. 자기 자신을 얘기할 때면 언제나 윤색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 이 작품은 자신을 실제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거짓말을 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인간을 그리고 있다. 이기주의는 인간이 날 때부터 갖고 있는 죄악이다.” 또 작품에 등장하는 스님도 말합니다. “인간이 인간을 믿지 못하는 것이 바로 지옥”이라고요. 얼핏 요즘 한국 사회를 촛불로 들끓게 한 광우병 논쟁과도 닮아있는 것 같아 메시지가 새롭게 다가옵니다.

hye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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