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갈수록 뒷걸음치는 ‘공기업 개혁’

공공기관 개혁이 마냥 뒷걸음치고 있다. 구조조정과 민영화에 대한 방침 확정 시한을 미뤄오더니 결국 기관장·감사의 연봉 삭감 내지 일부 기관장 인사와 관련한 공모제 폐지 등 지엽적인 제도 개편 쪽으로 초점을 옮기려는 기색이 완연하다. 정부는 기관장 임기제를 현행 3년에서 1년 단위로 연임 여부를 정하게 함으로써 사실상 1년으로 단축하기로 하고 ‘계약경영제’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16일 밝혔다. 앞서 현행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을 통한 임원 선발 절차의 차별화·간소화 방침, 또 국책은행장들의 연간 보수를 32.1~42.4% 삭감하기로 하겠다는 방침처럼 공기업 등 공공기관의 개혁 범주를 임원 인사와 급여 체계로 좁힌 것이다.

공공기관운영법 제1조가 적시하고 있듯이 공기업의 ‘존재 이유’는 대(對)국민 서비스 증진이고, 경영 합리화와 운영의 투명성은 서비스 증진을 위한 수단이다. 민간과 경쟁관계에 선 공기업을 단계적으로 민영화하는 것이 효율성 저하에 대한 근원적 처방임을 우리가 강조해온 것도 그 때문이다. 기관장 임기를 단기화하고 급여 수준을 하향 조정해 공기업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식은 ‘개혁 아닌 개악’으로 겉으로만 현란할 따름이다. 사실상의 임기가 1년이라면 장기 전략을 수립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주의에 경도돼 공기업의 체질을 더더욱 악화하기 쉬울 것이다. 또한 정부 주무부처 수장과의 공동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것도 여전히 정부 만능주의에 대한 맹신 내지 ‘큰 정부 미망’의 연장선상이든지 공기업에 대한 지배적 지위를 계속 누리겠다는 기관 이기주의의 다른 표현이리라는 게 우리의 우려섞인 진단이다.

민간과 경쟁하는 공기업을 과감하게 민영화함으로써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덧붙여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여나가야 한다. 정부는 본말(本末)을 뒤집지도, 개혁 의지 퇴색을 호도하지도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