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관계 격상 오해 없어야, 한·미 전략동맹과 상충 안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승주(오른쪽 두번째)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과 로버트 갈루치(왼쪽 두번째) 미국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장 등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밀레니엄 서울 힐튼 호텔에서 북핵과 한·미동맹 워크숍을 열고 있다. 김선규기자

오는 7월초 서울 한·미정상회담에서 발표될 한·미전략동맹 미래비전 밑그림을 마련하기 위한 한·미양국 외교안보전문가들의 워크숍이 17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개최됐다.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한승주)과 미국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원장 로버트 갈루치)이 공동주최한 이날 회의에서는 미국정권교체기 북핵문제의 전망과 한·미동맹의 미래문제 등이 논의됐다. 갈루치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장은 이날 ‘북핵문제의 현단계와 전망’발표에 앞서 문화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임기 종료 전에 6자회담은 진전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북핵문제가 해결되는 상태에까지는 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갈루치 원장은 특히 “북한의 핵신고시 플루토늄양 및 시리아 핵협력문제가 쟁점이 될 것”이라면서 “북한이 미국예측보다 적은 양의 플루토늄을 신고하거나 시리아핵협력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을 경우 핵신고 자체에 대한 신뢰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부시행정부 1기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을 역임한 마이클 그린 조지타운대 교수도 이날 회의에 앞서 발표한 ‘한·미동맹의 비전실현을 위한 과제’요약문에서 북핵전망과 관련, “북한은 테러지원국 해제를 위해 영변핵시설을 불능화하고 플루토늄생산량을 공개하겠지만 그렇다고 핵무기나 미사일 개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워크숍에서 그린 교수는 지난 4월 캠프 데이비드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미전략동맹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한·중정상회담 때 합의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에 대해선 우려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중국의 지속적인 군현대화 노력이나 베이징 컨센서스(중국전통적 사고방식에 따라 국제관계와 경제를 보는 시각)가 한국과 미국과의 사이에 충돌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승주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은 “한·미정상이 합의한 전략동맹과 한·중정상회담 때 합의된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가 상충된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미국의 동맹인 영국과 일본도 타국과의 관계설정에서 전략적 협력관계라는 표현을 쓰고 있으며, 이미 한·미관계는 상호신뢰가 회복됐기 때문에 한·중관계 격상에 대한 오해는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이사장은 특히 한·미전략동맹이 될 경우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이나 미사일방어(MD)에 자동적으로 참여하게 된다는 일각의 비판과 관련, “참여냐, 아니냐는 흑백논리식 주장보다도 어느 수준으로 참여하는 게 우리에게 필요한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면서 “한·미전략동맹 미래비전에서 양국의 동맹관계를 강조한다해서 PSI나 MD참여에 대해 미리 합의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무현 정부 때 합의된 2012년 전시작전권 전환문제에 대해 이날 세미나에서는 한국의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가 이뤄져 주목된다. 그린 교수는 “한·미연합방위능력이 받쳐주지 않을 때 작전권전환은 한·미군사력의 손실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고, 한 이사장은 “한·미양국이 이미 합의한 틀내에서 얼마든지 전환시기의 유연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