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다시 폭력화한 시위, 법·원칙 실종을 우려한다

촛불시위의 현장이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을 걱정하는 초심(初心)을 벗어나면서 ‘반미(反美) 시위꾼들의 판’으로 바뀌어가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동안 평화롭게 진행돼오던 촛불 집회·시위가 다시 폭력과 불법으로 점철되는 모습 또한 그 판의 본색 그대로라는 것이 우리 시각이다. 주말, 20~22일 시위 현장은 일반 시민과 학생, 가족단위 참가자가 눈에 띄게 줄어든 한편, 민주노총·한총련·전교조 등 반미성향 단체의 깃발이 압도하다시피 했다. 그런 깃발 아래 30대 한 시민이 경찰버스 연료투입구를 열어 전단지의 불을 옮겨붙이려다가 주위의 시민들에게 제지당한 장면, 또 40대 한 시민이 여성기동대 경관의 얼굴을 때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에 이른 장면 등은 서울도심 태평로의 법치주의 실종을 말해주는 단면들이다.

시위단체들은 ‘추가협상은 기만이다. 이명박은 물러나라’ ‘5년 내내 촛불이다’라는 구호를 연창했다. 6·10 대집회 이후 쇠고기 반대 투쟁에 더해 ‘공기업 개혁 반대’ ‘교육자율화 반대’ ‘공영방송 사수’ 등을 추가시켜온 사실은 시위 주도 단체들의 궁극적 목표가 반정부 투쟁임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하다. 쇠고기 문제, 그것이야 어떻게 해결되든 5년 내내 반정부 투쟁이라는 그같은 선동 자체가 ‘촛불의 반경’을 점점 좁혀온 것이다.

우리는 이 정부가 쇠고기 문제에 실패함으로써 개혁정책 그 전반적 동력을 함께 잃어가는 시국의 흐름을 주목하며, 법과 원칙에서조차 밀린다면 정권 출범의 대의는 물론 정권 그 자체가 실패로 기울 것임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촛불 민심’을 수용해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쇠고기 추가협상을 이끌어내고 대내적으로도 청와대에 이어 내각 인사 개편을 서두르는 이 대통령과 정부답게 ‘촛불 민심’을 악용하는 일단의 선동세력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이 살아 있음을 실증하기 바란다.

‘촛불 민심’을 받드는 길, 그 역시 법과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