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次善의 협상 성과 인정하고 ‘식탁 안전’ 내실화해야

한·미 양국 정부가 19일 타결하고 21일 교차 확인한 ‘쇠고기 추가 협상’에 대해 통합민주당 정책위 김종률 부의장이 ‘치명적 독이 든 트로이 목마’에 비유한 것은 대안없는 비판의 한 유형이라는 것이 우리 시각이다. 김 부의장의 비유가 적실하다면 미국의 ‘쇠고기 벨트’ 지역인 몬태나주 출신 막스 보커스 미 상원 재무위원장이 ‘추가협상 = 4·18 협정의 실질적 변경, 불행한 선례’라고 한 것은 허위의식밖에 안될 것이다. 우리는 국가 대 국가의 협상에서 ‘재협상’ 자체가 무리인 만큼 국민적 기대의 최대치에 못 미칠지 몰라도 차선(次善)의 성과는 확보했다고 평가한다. 통상전문가들의 일반적 평가도 선전(善戰)이라는 쪽이다.

추가협상 결과 국민의 ‘제1 불안’인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 유입은 차단됐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호혜 협상을 통해 미 농무부의 품질관리시스템 평가(QSA) 프로그램, 수출업체의 자율규제와 미 정부의 증명, 한국 정부의 검역권한 확대라는 3중 안전장치를 구축했다. 미국의 내수용 쇠고기 품질 그 이상을 확보한 성과는 정당하게 평가해야 할 것이다.

또 다른 논란 줄기였던 30개월령 미만 쇠고기의 수입 부위에서 협상단은 뇌·눈·척수·머리뼈를 추가로 제외시켰다. 한국인이 많이 먹는 내장·사골·꼬리뼈 등이 수입되는 데에 대한 불안을 완벽하게 거둬들인 것은 아니지만 이 부분은 국제수역사무국(OIE)도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이 아니라고 분류하고 있다. OIE보다 훨씬 엄격한 유럽, 광우병의 역사적 발원지인 그곳의 기준을 그대로 좇지 않았다고 다시 재협상론을 펴는 것은 그 요구 수위가 국제통상의 기본 틀을 넘어선다. 내장 등의 일부 부위 수입에 대한 남은 불안은 수입업자 자율과 원산지 표시 강화 등을 통해 실효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현명한 방책일 것이다.

‘합의는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계약법의 기본원리다. 더욱이 한번 맺은 협정을 존중하는 것, 그것이 곧 나라의 격(格)과 미래를 의미한다는 협상단의 자세가 새삼 돋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당·정이 ‘촛불’을 의식해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를 ‘당분간 유보’하기로 한 조치에 대해 대외 통상교섭의 신뢰성을 그만큼 허무는 자손(自損)일 수 있음을 우리가 안타까워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