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직선과 곡선이 조화를 이루는 전통 한옥 ‘청원산방’의 문과 창. 통풍과 채광이 목적인 창(窓)과 방과 방을 연결하는 호(戶)를 뜻하는 창호는 실용과 미감에 따라 변화해왔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전통 한옥을 개조한 창호 전시장에서 창호 제작용 공구를 설명하는 소목장 심용식씨.
나무대문을 들어서면 두툼한 나무댓돌이 놓여있는 한옥 벽면별로 다양한 문양의 문과 창이 한눈에 들어온다. 중장년층에겐 어릴 적 한옥시절의 추억이 배어 있는 한지 창문은 익숙한 만(卍)자 모티브의 사창완자문부터, 날살과 씨살을 일정하게 짠 격자살문, 거북등 무늬를 바탕으로 연속적인 육각형 무늬의 귀갑살문, 정(井)자로 짠 문살에 매화를 조각한 정자매화꽃살문까지 무늬가 다양하다
소나무 향이 내방객을 반기는 서울 종로구 계동 ‘청원산방’. 북촌 한옥마을 재동초등학교 골목 안에서 최근 문을 연 이곳은 서울시 무형문화재 소목장(창호제작) 심용식(56)씨가 운영하는 한옥 전시장이다.
화재로 새로 지은 낙산사 원통보전의 창호부터 창경궁 인정전, 해인사 비로전과 영국 박물관 한국전시장 사랑방 등 주요 전통건축물의 창호를 만든 심씨가 북촌의 전통 한옥에 마련한 창호박물관이다. 전통 한옥 중 창호전문 소목인 그는 “한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옥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싶다는 요청이 많아 직접 한옥을 개조한 전시장을 갖추게 됐다”고 밝힌다.
“북촌 한옥마을을 비롯해 한옥집이 늘고 있어도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곳은 없거든요. 한옥과 제가 만든 창호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으니 누구든 마음놓고 들어와서 구석구석 잘 보셨으면 합니다.”
열일곱살에 목수일을 시작, 그윽한 향의 나무작업을 해온 지 40년째. 그는 낡고 허름한 1930년대 한옥을 직접 다듬어, 수리하며 뜯어낸 나무토막까지 활용해 창호와 각종 장식물을 만들어 새집처럼 꾸몄다.
“집이 사람이면 창호는 얼굴이에요. 창호도 웃는 얼굴 같아야 보기도 좋아요. 창호를 얼마나 섬세하고 예쁘게 짜느냐에 따라 집이 달라집니다.”
창호 전문가답게 집의 문마다 각기 다른 문양의 창호를 짜 맞췄다. 가장 흔한 세살과 용자살 문짝부터 숫대살만살문, 꽃완자문과 매화꽃살문, 소슬빗꽃살문 같은 화려한 꽃살문, 귀갑살문과 완자교살문, 서각장지문 등 문양만 30여가지가 넘는다.
그밖에 문을 열지 않고도 숭늉, 요강을 나르거나 문 밖의 동태를 살펴볼 수 있도록 갖춘 눈곱재기창이나, 나무의 곡선을 그대로 살린 둥그런 달문과, 한여름 햇빛을 가려주는 차양 역할을 하던 세살접이문 등. 문살의 무늬뿐 아니라 세월과 더불어 수박처럼 붉어지는 오래된 소나무의 색과 향까지 즐길 수 있다.
150년된 소나무 소재의 나무마루부터, 전통 가옥의 단점을 보완해 방음처리한 화장실이며 문짝을 활용한 탁자와 소가구 등 나무를 활용한 집의 구조와 생활가구를 살피는 사이 소나무 향이 몸에 배이듯 한다.
입구의 공구전시방에는 심씨가 나무를 다듬을 때 사용하는 수백종의 공구들을 갖췄다. 전시장에서 앞으로 시연회 및 관객들의 체험프로그램도 진행할 계획이다.
공방 성심예공원을 운영하며 현재 40~50대 제자 5명과 함께 작업 중인 그는 창호제작 기능의 계승을 위해 30대 이하 젊은층의 제자 양성이 과제라고 밝혔다. 02-715-3342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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