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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08년 07월 18일(金)
개도국, 살려면 보호무역 장벽 쳐라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 / 장하준·아일린 그레이블 지음, 이종태·황해선 옮김 / 부키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밴드
# 신화1 ― 오늘날 부유한 국가들이 성공을 거둔 이유는 자유 시장 원리를 지속적으로 실천했기 때문이다.

신화의 내용 ― 상당수 경제학자들은 미국, 영국 등의 국가가 세계 경제에서 선도적 지위에 오른 이유는 자유 시장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자유 시장 정책은 무역과 금융 부문에서 국가가 관리하는 게 아니라 시장 기능에 의존한다. 이 전략은 정부의 규제 범위를 최소화하는 한편, 자원과 기업은 물론 아이디어에까지 사적 소유를 장려한다. 반면, 대다수 개발도상국들은 독립을 쟁취한 이후 매우 개입주의적인 경제 전략을 채택했다. 그 결과 개발도상국들의 경제는 침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화의 기각 ― 역사적 기록을 ‘공정하게’ 읽는다면, 오늘날의 산업 국가들은 초기 산업화 단계에 무수히 많은 개입주의적 산업·무역·금융 정책을 개척하고 수행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이들 국가는 초기 산업화 이후 단계에서도 개입주의 정책을 운용하는 경우가 잦았다. 만약 오늘날의 산업화한 국가들이 자유 무역과 자유로운 금융을 정책 기조로 채택했다면 그들은 부국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또 개발도상국의 가장 극적인 성공 사례를 살펴보면, 경제 발전의 성공이 다양한 형태의 개입주의와 연관이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실 홍콩을 제외하면, 동아시아의 ‘기적’은 경제 발전과 금융 안정을 공격적으로 추진한 적극적인 ‘개발 국가’에 의해 주도됐다. 중국과 인도 역시 국가의 강력한 지휘를 통해 성공적으로 경제 개발을 달성해왔다. 결론적으로, 개발도상국의 성공담은 잘 설계된 국가 개입 프로그램에 따른 것이다.

‘사다리 걷어차기’ ‘쾌도난마 한국경제’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의 저서로 널리 알려진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아일린 그레이블 덴버대 교수와 함께 새로운 저서를 내놨다. 이 책 1부에서 장 교수는 기존에 펼쳤던 자신의 논리를 보다 명확하게 정리한다. 신자유주의의 대표적인 ‘신화’를 여섯가지로 요약, 이의 내용과 허점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바탕으로 신화를 ‘기각’하는 것이다.

앞에서 예로 든 ‘신화1’ 외에도 책에서 들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대표적 ‘신화들’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채택한 개발도상국들은 경제적 번영을 누려왔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중단될 수도 없고 중단되어서도 안 된다 ▲미국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모델은 모든 개발도상국이 모방해야 할 이상적인 형태다 ▲영·미형 모델이 보편적 시스템인 반면에 동아시아 모델은 특수한 시스템이다 ▲개발도상국들은 국제기구와 정치적으로 독립적인 국내 정책 기관이 요구하는 규율을 준수해야 한다 등이다.

저자들은 이 같은 ‘신화들’이 얼마나 그릇된 해석과 추론에 바탕하고 있는지를 까발린다. 한마디로, 사실들을 왜곡하면서까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례만 추려 신화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장 교수가 기존의 저서에서 누누이 강조해왔던 주장들을 다시 한번 명확하게 정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책의 요지는 이어지는 2부에 있다. 저자들은 책 2부에서, 신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벗어나 경제정책 입안자와 연구자들이 구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경제정책들을 제시한다. 여기서 다루고 있는 주제는 광범위하다. 무역과 산업, 민영화와 지적재산권, 국제 민간 자본 흐름, 국내 금융 규제, 거시 경제 정책과 제도들 등의 폭넓은 사안에 대해 저자들은 세세하게 대안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무역과 산업’에서 신자유주의적 관점은 ‘최고의 무역 정책은 자유 무역’임을 강조한다. “자유 무역 정책은 높은 생산 수준과 고용률을 달성하고,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며,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고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단정짓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에 대해 “자유 무역은 개발도상국에 최적의 정책이 아니며, 특히 (개발도상국이) 산업국가와 교역을 할 때는 더욱 그렇다”고 반박한다. 저자들은 오히려 관세나 수입 할당, 국내 기업에 대한 보조금과 같은 보호 무역 장벽이 개발도상국의 산업 발전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상당한 산업 역량을 갖춘 국가들(중국·인도·브라질·멕시코 등)은 국제 경쟁력이 있는 산업 부문에서 무역을 자유화하는 것으로 국익을 챙길 수 있지만, 이들 국가도 전략적 가치를 지닌 신규 산업에 대해선 국제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산업 정책에 있어서도 신자유주의적 관점은 “국가가 산업 발전의 형태를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지만, 저자들은 오히려 해당 국가에 적합한 전반적인 ‘발전 비전’을 설계하고 이에 따라 ‘선별적’ 산업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같은 산업 전략에 따라 이를 촉진할 다른 영역의 정책도 설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책 입안자가 전자 산업 개발을 원한다면, 대학의 전자공학과에 자원이 흘러들어갈 수 있는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 같은 산업 전략의 성과 목표를 분명히 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보상과 징계를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민영화와 관련된 부분이다. 저자들은 ‘국영 기업은 만성적인 비효율, 낭비, 부실 경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신자유주의적 관점을 비판하면서 “실증 자료를 보면 국영 기업이 성장을 저해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한다. 예컨대 개발도상국 중에서 가장 큰 국영 기업 부문을 갖고 있는 대만은 2차대전 이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가라는 것이다. 물론 대만의 급속한 경제 성장이 ‘오로지’ 국영 기업 덕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대규모 국영 기업이 경제 발전을 저해한다는 주장은 허무맹랑하기 짝이 없다고 저자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따라서 개발도상국 정부는 민영화가 경제적으로 합리적인지 심사숙고해야 하며, 굳이 민영화가 아니더라도 국영 기업의 실적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고 강조한다.

한마디로 저자들은 책을 통해 신자유주의적 정책 권고가 실패했으며, 개발도상국에서 때로는 재앙에 가까운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이에 대한 이유를 설명한다. 나아가 공정하고 지속 가능하면서도 경제 발전을 훨씬 더 촉진시킬 수 있는 정책대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저자들의 제안이 ‘유일하게’ 옳지는 않을 것이다. 지구상의 수많은 개발도상국가 모두에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경제정책이란 있을 수 없다. 개별국가들은 결국 ‘자신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며,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또 하나의 길’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저자들의 바람대로 정책 입안자나 국제기구, 나아가 신자유주의의 대안을 모색하는 활동가들에게 이 책은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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