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otlight >“순수한 오락영화도 흥행성공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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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흥행 영화들이 갖고 있던 민족주의나 신파 같은 요소가 없이, 순수하게 시청각적 쾌감을 위한 오락영화도 흥행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개봉 당일 전국 40만명을, 1주일 만에 300만명을 동원했으며, 11일 만인 27일 400만명을 돌파한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김지운(44) 감독은 29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새로운 웨스턴 장르를 시도했고 위험 부담도 커서 내심 걱정했는데, 꾸준히 관객이 들고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오랜 기획작업과 중국 사막, 한국을 오가며 진행됐던 고된 촬영, 칸영화제에서의 상영행사와 국내 개봉을 위한 준비작업 등 1년 넘게 한 작품을 위해 달려온 김 감독은 “순수 오락영화인 이번 작품이 독특한 흥행사례가 돼서 앞으로 충무로에 다양한 기획들이 시도되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영화계가 천편일률의 기획영화를 양산하며 관객들로부터 외면받았다는 점에서 ‘한국형 서부극’을 시도한 이번 작품이 더욱 평가받고 있다. 김 감독은 “그동안 확인된 흥행요소가 아니라, 오락적인 완성도를 위해 노력한 영화를 관객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면서 앞으로 다양한 기획과 모험적인 시도가 일어나고 영화계의 숨통을 열어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칸영화제에서 상영된 버전과 달라진 국내 상영판을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김 감독ㄷ은 “이야기의 부재라는 지적도 있지만 전적으로 시청각적 쾌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로 만들어진 영화였고, 그것만으로 관객들의 욕구를 건드릴 수 있었다면 만족한다”며 “국내 상영판은 몇 개의 에피소드를 추가해 태구(송강호), 도원(정우성), 창이(이병헌) 등 세 주인공 감정의 조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 감독은 이어 “몇 장면을 빼고 넣는 과정에서 영화가 ‘생물체’ 같다는 느낌을 새삼 받고 있다”며 “시청각적 요소로 밀어붙인 칸 버전과 이야기를 덧붙인 국내 버전을 비교하는 행사를 가지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도 구상 중”이라고 귀띔했다.

이번 영화는 한국영화의 해외 진출이라는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칸영화제의 호평에 힘입어 영국과 독일 등지에 미리 판매됐고, 내년엔 북미 지역에서 100~200개 스크린 규모로 개봉될 예정이다. 김 감독은 “특히 웨스턴 장르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시장에 역수출되고, 미국 메이저 영화사에서 내게 서부극 연출을 제의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세 주연배우와 함께 무대인사를 다녔던 김 감독은 10대 관객, 여성 관객들의 환호를 받으며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확인했습니다. 물론 멋진 세 배우의 폭발적인 인기 덕분이겠지만, 저도 함께 콘서트 무대의 로커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죠.(웃음)”

강연곤기자 ky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