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때부터 밑그림 그려… 靑 미래비전비서관 ‘큰 얼개’

이명박 대통령의 8·15경축사는 ‘미래’를 화두로 ‘녹색성장론’이 차지하는 질적·양적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게 예전과는 차별적이다.

역대 대통령이 통일·대북메시지나 국민통합과 같은 국내 정치현안에 치중해왔던 반면, 이 대통령은 정부수립 60주년이라는 계기에 착안했다.

과거 60년간 기적의 역사를 일궈냈다는 통합에 대한 호소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60년간 뭘 먹고 사느냐를 제시하겠다”는 구상 아래 사실 정부 출범 전인 대통령직인수위 시절부터 밑그림 작업이 시작됐다.

이 때문에 큰 얼개는 6개월여 동안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산하 김상협 미래비전비서관실이 만들어왔고, 2기 참모진에 가세한 박형준 홍보기획관이 대통령의 국정철학 전반을 반영해 일관성을 꾀했다. 홍보기획관실은 각 부처의 의견수렴 과정도 거쳤다. 이같이 두 축을 중심으로 경축사에 담길 주된 토대와 굵직한 기둥이 세워졌다.

1차 작업이 완성된 뒤 역시 큰 그림이 전공인 박재완 국정기획수석과 국민과의 의사소통차원에서 정무적 판단을 가미할 맹형규 정무수석, 이동관 대변인이 실무회의에 참여해 세부사항을 조율했다.

최종안이 마련되기까지 실무회의가 개최돼왔고, 최근 5~6차례의 독회를 거쳐 완성됐다. 이 가운데 3차례는 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주요 포인트를 점검하고 자신의 견해를 삽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 대한민국의 기본가치를 중점적으로 강조했고, 이것이 ‘성숙한 자유의 시대’등으로 구체화됐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김 비서관이 책임진 미래비전비서관실은 작업 초기부터 대한민국의 미래를 먹여살릴 성장동력이 어딘가를 찾았고, ‘녹색성장론’, ‘녹색기술’, ‘기후변화와 에너지안보’ 등의 전략적 개념을 도출했다.

이후 수석들이 참석하는 실무회의에서 민생대책 차원에서 ‘생활공감 정책’ 등의 세부 내용이 채워졌다.

대통령 자문기구로 각계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미래기획위원회 최근 회의에서 경축사의 5대 핵심 키워드로 ‘안전·신뢰·법치’, ‘저탄소 녹색성장’, ‘국가브랜드 가치향상’, ‘삶의 질 선진화’와, ‘유라시아-태평양시대’ 개념이 확정됐다.

이 대통령은 하루 전날 실제상황과 같은 리허설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비서관은 “경축사 완성이 끝이 아니라 실천가능한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채워넣기 위한 작업의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상협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