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뇌졸중 맞다”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이 9일 평양에서 열린 정권 수립 60주년 기념 열병식에 불참한 것은 뇌졸중 때문이며, 김 위원장의 상태는 위독하지는 않으나 심각한 상황이라고 정부당국자가 확인했다.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후 북한을 지배해온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확인됨에 따라 북한 내부가 심각한 권력갈등 상태로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남북관계는 물론 북핵6자회담 전망도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 중병설과 관련, “상당히 오래 전부터 관련정보를 입수해 점검해왔고, 북한의 9·9절 행사에 김위원장의 불참여부를 추적해왔는데 중병설이 맞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9·9절 열병식에 김 위원장이 불참하고 인민군대신 노농적위대가 퍼레이드를 한 것과 관련, “여러 여건을 보면 뭔가 심상찮은 상황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면서 “상황이 얼마만큼 정확한가에 대한 여러 가능성을 두고 주시하고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앞으로 추가상황을 면밀하게 챙기고 또 상황진전에 맞춰서 빈틈없는 준비와 대응태세를 갖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수석회의를 긴급 소집해 김 위원장의 9·9절 행사 불참 등 이상징후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정보소식통은 김 위원장 건강이상설에 대해 “9·9절에 중국특사가 불참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라면서 “중국측 특사초청이 한달 전에 이뤄져온 그간 관례를 볼 때 한달 전에 특사초청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이미 8월초중순쯤에 김 위원장에게 이상징후가 있었을 가능성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9일 오전 북한군이 평양 미림 비행장에 대기하다가 오후에 열병식을 위해 광장으로 이동한 뒤 다시 오후5시쯤 미림비행장으로 되돌아갔는데 이것은 김 위원장이 참석하기 위한 시도일 수 있다”면서 “김위원장의 상태가 위중한 상황을 벗어나 회복기에 접어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중국정부는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에 대해 예의주시하며 상황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일고 있는 김 위원장의 와병설에 대해 “이에 관한 소식은 들은 바 없다”고 말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와병설이 제기된 원인과 사실관계 파악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베이징 외교가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불참은 이례적이긴 하지만 북한은 워낙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 자주 발생하는 곳이기 때문에 와병설이 진짜인지 불참에 다른 의도가 있는지를 계속 예의주시해 봐야 한다”고 섣부른 예측을 경계했다.

뉴욕타임스는 9일 미국정보당국자의 발언을 인용, “김 위원장이 몇주전 뇌졸중을 맞았으나 위독한 상황은 아니며 권력승계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도 “김 위원장이 분명한 뇌졸중을 맞았고 발생시기는 8월22일 이전”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북한의 후계구도문제와 관련, 미국정보관리발언을 인용, “김 위원장의 건강이 우려할 만하나 권력승계에 대한 분명한 계획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김 위원장이 사망할 경우 북한은 내부권력투쟁 상태나 혼란상태에 빠져들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김 위원장 이후의 후계구도와 관련, 정보당국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아들로 권력이 승계되기보다는 군부집단지도체제설이 유력하다”면서 “당분간 군부집단지도체제가 이어진 뒤 김 위원장의 아들에게 이양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송일호 북일국교정상화 교섭담당 대사는 10일 김 위원장과 관련한 보도와 관측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평양발로 보도했다.

이미숙·신보영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