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유영환씨가 지난 17일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3리 자신의 농장에서 수확한 고랭지 배추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평창 = 이관범기자
동네를 둘러싼 산세가 갓 모양과 닮았다고 해서 가시머리 마을로 불리는 곳. 지난 17일 찜통 같은 서울을 빠져나와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3리에 도착했을 때는 여름의 기운이라곤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땀을 식히고 둘러본 가시머리 마을은 해발 800m의 고지. 이곳에서 고랭지 배추 출하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유영환(49)씨를 만났다. 이곳이 평야지대였다면 여름철에 채소를 재배하겠다는 생각을 애당초 안했을 것이다. 불볕더위에 야채가 다 말라 죽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은 한여름에도 섭씨30도를 넘기는 날이 거의 없는 고지(고랭지)에 속해 국내 어느 지역보다 먼저 배추를 출하한다.
유씨는 “전국적으로 고랭지는 한정돼 있다”며 “대개 5월에 배추를 심고 7월 말부터 9월 말까지 출하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곳은 8~9월이 가장 바쁜 수확철이다. 이 지역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소득을 올리는 곳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유는 고랭지의 특성을 지난 수십년간 살려온 땀과 노력 때문.
유씨만 해도 6만6116㎡(2만평)와 9만9174㎡(3만평)의 밭에서 각각 배추와 감자 농사를 짓는다. 한해 수확량은 배추 500t, 감자 300t에 달한다. 이를 팔아 벌어들이는 연간 매출은 4억원 이상. 특별한 기후변화 등에 따른 피해가 없으면 이 중 생산비 2억5000만원을 빼면 1억5000만원 정도의 수입이 된다고 한다. 유씨는 “작물만 잘 키우면 판로는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채소를 재배하는 10여가구의 농가 주민들도 유씨의 노력에 힘입어 비교적 안정된 소득을 올리고 있다. 고향을 떠나 본 적이 없는 유씨가 20여년전 고랭지 농업 기법을 막 도입할 때만 해도 주민들은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그는 열성적으로 나서 채소 재배와 판로개척에 나섰다. 하지만 온갖 실패를 딛고 고랭지 농사가 궤도에 올랐으나 가격이 문제였다. 배추 값이 언제 폭등락할지를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안정된 소득을 올리자면 가격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판로였다. 유씨는 농협과 함께 ‘배추작목반’을 조직화하는데 앞장섰다. 초기 2년동안 마을 작목반장을 맡으면서 배추를 심기 전에 농협과 먼저 계약을 하고 시기를 분산, 출하하도록 유도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태풍과 같은 기상재해로 인해 출하량이 급감하는 사태만 벌어지지 않으면 출하가격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그는 지금 정부 주관으로 올해 처음 생긴 ‘감자유통명령제 교육과정’을 밟고 있다. 교육생 180명 가운데 학생회장을 맡고 있다. 강원도 지역을 묶어 감자 생산량을 조절해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겨울철에는 워낙 기온이 떨어지기 때문에 작물을 키운다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다. 이 때문에 취미로 한 스키는 전문가 수준이 됐다. 그는 대관령 주변지역 주민 80여명으로 실버드림팀을 조직, 겨울 한철 동안 집중적으로 주변에서 열리는 각종 스키대회에 심판으로 나가거나 스키강사로 뛴다.
유씨는 “이곳에서 농사짓는 이웃들 대부분이 다들 스키선수”라며 활짝 웃었다. 여름철엔 농사로, 겨울철엔 스키로 한해를 보내는 것이다.
평창 = 이관범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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